합법적 군사작전 수행토록 군 지휘관에 법률 자문 국제법 어길 땐 경고해야

입력 2024. 11. 15   14:53
업데이트 2024. 11. 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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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도법 바로 알기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를 통해 본 전시 군법무관의 역할

테러리스트 은신처에서
다량의 폭발물 발견
생포→드론 사살 작전변경
민간인 피해 자문 구하자
군 법무관, 상부 승인 조언
불법행위 변호하진 않지만
자문 통해 지휘관 보호
필요시 대안 선택지 제시
무기·군사적 식견 필요해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의 한 장면. 출처=판씨네마㈜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의 한 장면. 출처=판씨네마㈜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는 무력 충돌 상황에서 군법무관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 속에서 작전 지휘관은 테러리스트의 은신처에서 자살 폭탄 조끼와 다량의 폭발물을 발견한 후 원래 계획했던 생포 작전을 사살 작전으로 변경해 드론으로 공격하려 한다. 그러나 공격 목표가 민간인 밀집 지역에 있어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민간인 피해, 즉 ‘부수적 피해 예상치(CDE·Collateral Damage Estimate)’가 매우 높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따라 지휘관은 법무관에게 법적으로 공격이 가능한지 자문을 구하게 되고, 법무관은 공격에 사용되는 무기 자체는 CDE가 낮지만, 건물 안에 있는 폭발물로 인해 CDE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므로 상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1977년 채택된 ‘1949년 8월 12일 자 제네바제협약에 대한 추가 및 국제적 무력 충돌의 희생자 보호에 관한 의정서’(이하 제1추가의정서) 제82조는 “체약당사국은 항시 그리고 충돌 당사국은 무력 충돌 시 필요한 경우 제협약 및 본 의정서 적용에 관해, 그리고 이 문제에 있어 군대에 시달되는 적절한 지시에 관해 적절한 수준에서 군 지휘관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될 법률고문들의 확보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은 도입 당시만 하더라도 매우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됐지만 이후 군대에 법률고문을 두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 됐다.


법률고문 군법무관·민간인 신분 모두 가능

법률고문을 확보하는 것은 당사국 의무지만 제1추가의정서 제82조는 구체적 신분이나 자격, 편제 등에 대해 당사국에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률고문은 군인 신분의 군법무관일 수도 있고 민간인 신분일 수도 있으며, 국가에 따라서는 군법무관과 민간인 신분의 법률고문을 모두 운용하기도 한다. 군사작전을 수행할 때는 정치적 측면도 폭넓게 고려해야 하므로 국방부와 같은 정부 부처에는 민간인 신분의 법률고문을 배치하고, 적군과 접촉할 가능성이 많은 작전 현장에는 군인 신분의 군법무관을 배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법률고문이 편제되는 최소 단위부대를 결정하는 것 또한 각국의 재량이다. 국제적으로는 육군의 경우 사단급 이상 부대에서 법률고문을 편제해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여단급, 심지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소규모 부대에도 법률고문을 배치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그에 반해 해군이나 공군의 경우에는 사령부급 편제가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육군은 사단급, 해군은 전단급, 공군은 비행단급 이상에서 군법무관을 편제,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고문의 기본 임무는 군 지휘관이 합법적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하도록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1추가의정서 제82조는 제네바 4개 협약과 제1추가의정서 적용, 그리고 그 지시에 관한 자문만을 언급하고 있으나 실제 법률고문 자문은 무력 충돌에 관한 모든 국제법을 포괄한다. 오늘날에는 ‘작전법(Operational Law)’의 발전으로 인해 법률고문들은 국제법뿐만 아니라 군사작전 전반에 걸쳐 문제 될 수 있는 제반 법체계를 폭넓게 다뤄야 하며, 특히 법무참모로서 지휘관의 군사 임무를 지원하는 역할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 육군 작전법 핸드북. 출처=www.loc.gov/item
미 육군 작전법 핸드북. 출처=www.loc.gov/item

 

미 국방부 및 육군 전쟁법 매뉴얼. 출처=media.defense.gov
미 국방부 및 육군 전쟁법 매뉴얼. 출처=media.defense.gov



이스라엘, 군 법무감실 의견 지휘관에 구속력

군대에서 법률고문의 확보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돼야 한다. 국제인도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군 지휘관이 법률고문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는다면 법률고문을 확보한 본연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법률고문은 수동적으로 지휘관이 자문을 구할 때만 답하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직권으로도 전문 자문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국제인도법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에 대해 경고하고 대안적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률고문은 군 지휘관과 임무 수행에 필요한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법률고문 역할은 군사작전 수행의 합법성을 보장하는 것이지 불법행위를 변호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므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독일과 같은 나라는 군 지휘관이 법률고문에게 행정적 사안에 대해서만 지시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법률문제 평가에 대해서는 지시할 수 없도록 보장하기도 한다.

제1추가의정서 제82조에 따른 법률고문 역할은 군 지휘관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것일 뿐 군 지휘관의 역할과 기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즉, 법률고문의 자문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군 지휘관의 몫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법무관들이 군 법무감실에 소속돼 법적 문제에 관한 한 군 지휘관과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군 법무감실이 승인한 법적 의견은 군 지휘관에게 구속력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에 해당하며, 일반적으로 법률고문의 자문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법률자문 따르지 않아 위반 땐 형 가중될 수도 

그 결과 군사작전과 관련된 모든 결정에 따른 책임 역시 지휘관에게 귀속된다. 이에 따라 법률고문의 자문과 별개로, 지휘관이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면 그 책임 역시 지휘관의 몫이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때 법률고문의 자문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아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형이 가중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법률고문의 잘못된 자문으로 국제인도법을 위반하게 된 것이라면 구체적 상황에 따라 형사책임이 조각되거나 형의 감경 사유가 될 수도 있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에서 법무관이 지휘관의 드론 공격에 반대하고 상부 승인을 받도록 자문하면서 그것이 지휘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하는 장면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법률고문 본연의 임무인 국제인도법 준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인도법에 대한 전문가적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작전 현장에서 지휘관을 보좌해야 하는 군 법무관은 지휘관이 운용할 수 있는 무기체계는 물론 작전 수행 전반에 대한 군사적 식견을 갖출 필요가 있다. 다국적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법적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해 국제인도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동맹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폭넓은 이해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법무병과 내에서 전문적으로 작전법을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는 전담 조직으로서 작전법센터를 설치하고 독자적인 국제인도법 매뉴얼을 작성하는 등 상설적인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필자 안준형은 서울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필자 안준형은 서울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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