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특수전사령부, 세계고공강하대회 여군·남군 팀을 만나다

입력 2024. 07. 23   17:12
업데이트 2024. 07. 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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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 뽐냈다 … 환상의 팀워크로 수많은 변수 극복 
강인함 빛났다 … 경쟁국 선수도 실력 인정하고 ‘엄지척’

국제군인체육연맹 고공강하대회
여군 팀, 상호활동 종목 3연속 금메달
남군 팀, 34개국 중 첫 종합 3위 기록
허리에 납 벨트 훈련 내내 착용
가슴에 단 메달 피·땀·눈물 담겨


한국인이 세계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만큼 기분 좋은 뉴스도 없다. 우리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특전대원들이 완벽한 고공강하 실력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헝가리 솔노크주 육군 항공부대에서 열린 ‘제46회 국제군인체육연맹 고공강하대회’에서 여군·남군 고공강하팀이 각각 종합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이천시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고공센터에서 그들을 만났다. 글=조수연/사진=김병문 기자

 

지난 18일 경기도 이천시 육군특수전사령부 고공센터 윈드터널에서 남군 고공강하팀 특전대원이 좌·우·역회전 동작을 각 2회씩 빠르고 정확하게 실시하는 스타일 강하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도 이천시 육군특수전사령부 고공센터 윈드터널에서 남군 고공강하팀 특전대원이 좌·우·역회전 동작을 각 2회씩 빠르고 정확하게 실시하는 스타일 강하를 선보이고 있다.

 


특전사 능력 증명…30년 만의 설욕


조금 놀라운 일이다. 우리 특전사 남군 팀의 세계고공강하대회 입상이 1995년 대회 참가 이후 처음이라니 말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34개국이 출전한 자리. 남군 팀은 올해 대회에서 상호활동 8위, 정밀강하 7위, 스타일 강하 6위를 차지하며 사상 첫 종합 3위를 기록했다. 대회 참가 30년 만에 이룬 쾌거다.

김희석(3400회)·김연주(1987회)·김진홍(2200회)·이정선(1500회)·강태솔(2400회)·이원우(760회 강하) 상사가 뭉친 베테랑 남군 팀.

타국에서 ‘세계 최강’ 대한민국 특전사의 능력을 인정받고 온 특전대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들이 이뤄낸 호성적은 특전사의 상징적인 전술인 고공침투 능력을 증명한 것이다. 단순히 스포츠 대회에서 입상한 것 이상의 의미다. ‘행동으로 논리를 대변하고 결과로서 과정을 입증한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부대 구호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몸소 알린 셈이다.

강태솔 상사는 “선배들이 ‘30년 만에 한을 풀어줬다’고 해주셨다”며 “매년 좋은 성적으로 고공강하 해오신 선배들이 계셨기에 이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강 상사는 “헝가리 시합장 숙소에서 목에 은메달 두 개를 거는 길몽을 꿨다. 팀워크가 잘 맞고 훈련도 워낙 많이 하다 보니까 ‘이번엔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웃었다.

한번 팀을 꾸리면 적어도 4년에서 10년 가까이 합을 맞추는 타국에 비해 매년 새로운 선수를 선발하는 우리나라는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고공강하 임무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중국 낙하산부대 등 까다로운 경쟁국도 다수였다.

다른 훈련을 병행하며 대회를 준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터. 지난해 10월 뭉친 남군 팀이 입상한 것은 기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김희석 상사는 “남군 팀 약점은 매년 선수가 바뀐다는 것이었다. 최소 2명씩 멤버가 바뀌다 보니 끌어올린 팀워크를 유지하기 어려웠다”며 “이번에 뭉친 팀은 최대한 구성원을 오랫동안 유지하며 성적을 끌어올려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진홍 상사는 “항공기 탑승 대기 시간에 경쟁국 선수가 우리 팀을 보고 ‘아시아 최고 부대’라며 엄지를 치켜세워줬다”며 “앞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강 부대라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모의 고공강하훈련 중 포즈를 취하는 남군 고공강하팀.
모의 고공강하훈련 중 포즈를 취하는 남군 고공강하팀.

 

고공강하팀원들이 훈련에 앞서 토의하는 모습.
고공강하팀원들이 훈련에 앞서 토의하는 모습.



열악한 현지 환경에도 완벽했던 ‘팀워크’


여군 팀의 끈질긴 저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여군 팀은 상호활동 종목에서 사상 첫 3년 연속 금메달 쾌거를 달성했다. 이지선(2800회)·이진영(1300회)·박이슬(1600회)·이현지(1600회) 상사와 김경서(250회) 중사(진).

낙하하는 동안 풍경을 즐길 여유는 없다. 팀원들과 상공에서 부딪히지 않기 위해 항상 주변을 경계해야 한다. 그 와중에 여러 대형을 만들고 정확한 지점에 착지해야 한다. 숱한 강하 경험을 쌓은 베테랑도 호성적을 확신할 순 없다. 그만큼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강하팀에 새로 합류한 막내 김경서 중사(진)는 “가장 마지막 순서로 뛰면서 선배들이 어떻게 뛰는지 참고할 수 있었다”며 “강하 경험이 적다 보니 긴장도 됐지만 크게 성장하는 계기였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를 극복하는 것도 실력. 기복 없는 강하 실력으로 돌발상황에도 잘 대처했다.

이지선 상사는 “이번에 한 번도 타보지 못한 항공기인 H225M 헬기가 (대회에) 나왔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힘들어하는 기종”이라며 “강하 중 뒤집히고 대열이 흩어지는 실수가 있었지만 금방 다시 모여서 만회했다”고 대회를 복기했다.

대회 당일 헝가리의 평균 기온은 섭씨 39도. 냉방시설 없는 현지의 열악한 환경을 떠올렸다.

이진영 상사는 “군 주관 대회라 대기실도 군용 간이 텐트였고 냉방시설도 없었다”며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서로 격려하고 의지해가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군·남군 팀이 따낸 메달에는 피·땀·눈물이 담겨 있었다. 이들의 하루는 새벽 5시30분이면 시작됐다. 여군·남군 팀이 함께 뜀걸음을 했다. 정상 일과를 소화한 뒤에도 밤늦게까지 지상훈련과 모의 고공강하훈련(윈드터널)을 했다. 상대적으로 몸무게가 가벼운 강하자는 훈련 내내 허리에 납 벨트를 착용하는 어려움도 감수했다.

대다수가 기혼자였지만 팀 훈련이기에 누구도 빠질 수 없었다. 반려자에게 육아를 맡기고 퇴근 후 일상을 포기하며 연습에 매진했다.

박이슬 상사는 “훈련은 군인의 임무이다 보니 가족들도 똑같이 희생하고 있다”며 “집에서는 가정에 최선을 다하고 임무할 땐 임무에만 집중했다. 가족들에게 항상 고맙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헝가리 솔노크주 육군 항공부대에서 개최된 ‘제46회 국제군인체육연맹 고공강하대회’에서 종합 2·3위를 각각 차지한 여군·남군 고공강하팀.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헝가리 솔노크주 육군 항공부대에서 개최된 ‘제46회 국제군인체육연맹 고공강하대회’에서 종합 2·3위를 각각 차지한 여군·남군 고공강하팀.



“지역주민들 환호성에 많은 힘 받아”

숨은 공신도 많았다. ‘제5의 팀원’인 카메라 플라이어(Camera Flyer)는 극악의 임무 난이도를 자랑한다. 팀원들과 함께 강하하며 모든 과정을 촬영해 영상을 제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아무리 완벽한 강하를 선보여도 영상에 담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

여군 팀은 이원우 상사가, 남군 팀은 김진홍 상사가 카메라 플라이어로 활약했다. 여군 팀에 남군인 이 상사가 활약한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이지선 상사는 “저희가 하나 틀리는 것보다 플라이어가 촬영을 못한 것이 더 치명적이다. 지난해 여군 팀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또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강하 중에도 계속 팀원들과 합의하며 촬영을 정말 잘해준 덕분에 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시상식 수상소감을 방불케 하는 감사 인사도 전했다.

이정선 상사는 “실제 강하 훈련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항공부대와 늦은 밤에 고공센터 문을 열어 야간 근무를 해가며 윈드터널을 가동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신 선수단장 조용옥 중령님과 현지에 밥솥과 아이스박스를 챙겨가 응원해주신 행보관 김봉룡 원사님, 지상근무를 서준 부대원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현지 상사는 국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경기도 하남 훈련장에서 고공강하를 할 때 지역주민들께서 구경하시며 환호성과 박수를 보내주셔서 힘을 많이 얻고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고공강하 종목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저변 확대가 잘 안 돼 있지만, 이번 소식으로 국민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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