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동맹 해석에도 북·중·러 본격 공조는 난망 관측

입력 2024. 06. 28   17:23
업데이트 2024. 06. 3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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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돋보기 - 러·북 정상회담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① 

전쟁 시 ‘즉시 군사원조 제공’ 포함
러·북,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
일각 냉전기 조·소 동맹 복원 해석
관계 과시 북·모호성 유지하는 러
우크라 전쟁 계기 거리 좁힌 양국
종전 이후 현 관계 유지 어려울 듯

 

북한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평양을 방문하면서 러·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포괄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를 항구적으로 유지 및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양측 관계의 본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러·북 협력 관계의 지속성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중·러·북 공조 가능성에 관한 국제사회의 시각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러·북의 포괄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러·북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기존의 ‘선린 우호 관계’에서 두 단계 격상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것이다. 2008년 맺은 한·러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기존 대한반도 정책을 재조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국제사회는 특히 해당 조약의 4조에 주목하고 있다. 러·북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다른 당사국은 즉시 보유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추동된 군사협력 관계의 법적 토대를 세우면서 사실상의 동맹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전략 동반자 관계’라는 개념을 사용해 양측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을 희석하려는 의도도 보여줬다.

조약 4조 내용이 자동군사개입 의무를 규정한 것인지 논란도 제기됐다. 옛소련과 북한이 맺은 1961년의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에는 무력침공과 전쟁 상황에서의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옛소련이 한국과 수교하면서 해당 조약은 폐기됐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이번에 체결한 조약을 통해 자동군사개입 의무를 규정하면서 냉전기 동맹 관계를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엔 헌장 51조의 자위권 규정과 양측 국내법에 따라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근거로 자동군사개입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러·북 협력 관계의 지속성 전망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러·북 관계 지향점을 제시했다. 첫째, 유라시아 지역에서 평등하고 안전한 국제질서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둘째,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과 상호결제 체계를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셋째, 미국과 서방의 제재를 일방적·비합법적 제한조치로 규정하면서 북한과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지향점을 토대로 더욱 민주적이고 안정적인 새로운 국제관계 수립을 위해 북한과 밀접히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맺은 조약 서문에서는 쌍방의 포괄·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이 양측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는 동시에 지역·세계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확신에 따라 양측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강요하려는 패권주의적 기도에 결연히 맞서면서 다극화된 국제질서 수립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일련의 내용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추동된 양측 협력 관계가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된다.

러·북의 밀착 행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2019년의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 수립을 통해 국제적 고립 상황을 타개하는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도 해소하고자 했다. 미국과 서방의 지원에 힘입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고전하게 된 러시아 역시 북한의 무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양측의 이해관계가 부합하면서 밀착 행보가 본격화했다.

이번 러·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양측 밀착 행보의 배경과 경과에 주목하게 됐다. 러·북 관계의 안정적 지속성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후 시나리오와 밀접히 연관될 가능성 때문이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한 양측 이해관계도 일치하게 되면서 현재의 군사협력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 국면에 접어들면 거래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양측의 협력 역시 현 수준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북 관계에 내재한 본질적 비대칭성으로 인해 안정적인 관계 지속이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양측 관계에서 의존성과 자율성이 상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북한의 관점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은 절실하다. 이러한 의존성에 따라 최대한의 구속력 있는 용어로 양측 관계를 규정하면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게 된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동맹 관계를 과시하면서 체결된 조약 전문을 서둘러 발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러시아의 관점에서는 북한과의 협력 관계를 동맹으로 명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자율성의 제약을 우려하게 된다. 북한의 도발 행위에 연루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서방과의 갈등이 증대되는 상황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반도 영향력 유지를 위해 향후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율성의 논리에 따라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를 포괄·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용어를 통해 규정하면서 모호성을 유지했다. 따라서 명시적 동맹 관계를 요구하는 북한과의 갈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러·북 조약에 항의하며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연합뉴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러·북 조약에 항의하며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연합뉴스



북·중·러 공조의 가능성

이번 러·북 정상회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북한과의 공조 행보 연출을 의도한 것이다. 한편 러·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외교부는 러·북 양측이 전통적 우호 관계를 공고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작년 9월의 러·북 정상회담에 논평하지 않은 것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에 올해 10월 중국과의 수교 7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북한이 대러 협력 성과를 바탕으로 중국·러시아와의 삼자 공조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러·북의 포괄 전략·동반자 관계 수립이 중·러·북 공조의 본격화를 추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제사회의 지도국이라는 이미지 구축과 경제적 이해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중국의 우려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러·북 군사협력 강화와 삼자 공조 추진에 따른 미국 주도의 국제적 대응 역시 중국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 약화 우려로 인해 중국이 러·북 밀착 행보를 전적으로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존재한다. 이번 러·북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보여줄 대외적 행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현안연구팀장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현안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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