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투나잇’ 매서운 기세로…‘위 고 투게더’ 뜨거운 동맹 확인했다

입력 2023. 11. 27   16:55
업데이트 2023. 11. 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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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5보병사단 탱고대대·미8군 탱고경비중대, 한미연합 유격훈련


“한국 지형 적응 필요” 미군이 요청
양국 200여 명 3박4일간 훈련 전개

지시 떨어지면 영어로 알려주고
한미 장병 짝 이뤄 장애물 극복…
화생방·40㎞ 야간 행군 성공 마무리
“동맹 초월하는 신뢰 관계 쌓은 시간”



유사시 국가중요시설이 ‘뻥’ 뚫린다면 사회 전반에 지대한 혼란을 초래한다. 전시 한미 전력을 총지휘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한미연합군사령부 전시지휘소(CP TANGO)를 지키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이곳을 함께 방호하는 육군55보병사단 탱고대대와 미8군 탱고경비중대가 ‘원팀’을 이뤄 체력과 정신력을 다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훈련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동맹의 의미를 되새긴 한미 장병들의 ‘겨울 유격훈련’ 현장을 소개한다.

육군55보병사단 탱고대대와 미8군 탱고경비중대 장병이 유격훈련 중 ‘전우와 담장 넘기’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육군55보병사단 탱고대대와 미8군 탱고경비중대 장병이 유격훈련 중 ‘전우와 담장 넘기’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 유격훈련에 금세 적응한 미군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을 확인시켜주듯 지난 22일 불암산 유격훈련장에 매서운 비바람이 몰아쳤다. 추위에 옷깃을 여미는 순간 멀리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공은 지난 20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유격훈련을 펼치고 있는 한미 탱고부대 장병이었다. 200여 명의 한미 장병은 이날 추위를 날려버리는 함성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이번 유격훈련은 △연합작전 수행 능력 △전우애 △부대 단합력 및 자신감 향상을 위해 마련됐다. 22일 훈련은 유격체조, 장애물 숙달, 화생방 실습 순으로 진행됐다.

“8번 온몸 비틀기 10회 실시. 마지막 구호는 하지 않습니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탱고대대 장병들은 바닥에 누워 자세를 잡았다.

문제는 미군이 한국어가 생소해 조교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이 순간 탱고대대 장병들의 재치가 빛을 발했다. 탱고대대 장병들은 미군 장병들이 실수하지 않게 조교의 지시를 영어로 알려줬다. 마지막 구호를 생략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30여 분이 지나자 미군도 유격체조 개념을 이해한 듯했다. 한국군 못지않게 동작을 수행했고, 마지막 구호도 외치지 않았다.

장애물 극복훈련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미군 장병.
장애물 극복훈련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미군 장병.

 

유격체조 중 팔벌려뛰기를 하는 장병들.
유격체조 중 팔벌려뛰기를 하는 장병들.


한미 어우러져 끈끈한 전우애 체감

유격체조로 몸을 푼 한미 장병들은 본격적인 장애물 극복훈련에 돌입했다. 기초장애물은 총 다섯 가지였다. △뒤에서 계단 오르기 △전우와 담장 넘기 △타잔 나무 타기 △앵카 이용 도하 △종합장애물 등 만만치 않은 코스가 장병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훈련 전 미군 장병들에게 장애물 극복훈련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생겼다. 이수환(대위) 공보정훈장교는 “대한민국은 70%가 산지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우리나라 지형에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미군에서 이런 이유로 한국 유격훈련에 참여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한미 장병들은 각 장애물 코스로 이동했다. “Are you ready?” “Powell Sergeant. Ready!” 미군 장병들은 자신의 계급과 이름을 외치며 훈련에 임했다. 이들은 교관의 지시에 따라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특히 전우와 담장 넘기에서는 한미 장병이 짝을 이뤄 장애물을 극복하는 훈훈한 모습이 연출됐다.

“유격훈련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일정이 빡빡하네요. 체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군에도 ‘어설트 코스(Assault course)’라고 유격과 비슷한 훈련이 있습니다. 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네요.” 탱고경비중대 파웰 하사는 한국 유격훈련을 이렇게 평가했다. 

마지막은 유격훈련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생방 실습. 밝은 표정을 유지하던 미군도 이곳에서 만큼은 긴장된 모습이었다. 실습장 가까이 다가가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실습장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한미 장병들은 서로의 방독면이 정확하게 착용됐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잠시 후 실습장에 들어갔던 한미 장병들은 ‘사이좋게’ 기침과 눈물·콧물이 쏟아지는 그림을 만들었다.

사단은 장애물 극복 훈련 외에도 매일 훈련 종료 후 산악 뜀걸음을 편성했다. 마지막 날에는 전투부상자처치(TCCC), 야전 취사, 40㎞ 야간 행군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번 훈련을 함께하며 소통 창구 역할을 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카투사(KATUSA) 장병들도 의미 있는 훈련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세영 상병은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유격훈련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한미 장병들이 어우러져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끈끈한 전우애를 체감했다”며 “한미 장병 사이에서 서로의 마음을 전달해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화생방 실습이 끝나고 물을 뿌려주는 모습.
화생방 실습이 끝나고 물을 뿌려주는 모습.

 

방독면을 착용하는 미군 장병.
방독면을 착용하는 미군 장병.


“같이 갑시다! We go together!” 

55사단과 미 탱고경비중대는 올해 초 열린 혹한기 소부대 전술훈련을 시작으로 전투부상자처치 위탁 교육, 핵 및 화생방 야외기동훈련 등 상호 교류협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전시 같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전우애를 튼튼히 다지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부대는 앞으로도 연합훈련을 지속해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북한의 위협이 지속될수록 한미는 더 강하고 실전적인 훈련으로 동맹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방침이다.

오향주(중령) 탱고대대장은 “한미 탱고부대 장병들은 함께 고난을 극복하고 도와주며, 단순한 동맹을 초월하는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며 “한미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류협력에 매진해 결전태세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박상원/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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