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USFK - ⑪ 미8전투비행단(Wolf Pack)] 군산기지 늑대 무리 한반도 상공의 적 물어뜯는다

입력 2023. 11. 23   16:49
업데이트 2023. 11. 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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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 공군 핵심 부대…‘기지방어·후속 전력 수용·북으로 진격’ 임무 
한미 전투기 나란히 출격 ‘전 세계 유일’…최전선서 연합방위태세 만전

 

지난 15일 군산기지 활주로에 미8전투비행단 F-16 전투기 편대가 출격 대기하고 있다. 전투기 수직꼬리날개에 늑대를 형상화한 부대 마크와 WP(울프팩) 글자가 보인다.
지난 15일 군산기지 활주로에 미8전투비행단 F-16 전투기 편대가 출격 대기하고 있다. 전투기 수직꼬리날개에 늑대를 형상화한 부대 마크와 WP(울프팩) 글자가 보인다.


여기 ‘늑대 무리(Wolf Pack·울프팩)’를 자칭하는 부대가 있다. 군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8전투비행단(8th Fighter Wing·미8전비)이 그 주인공. 미 7공군사령부 예하인 미8전비는 1974년 대한민국에 배치된 이후 우리 군과 함께 호흡하며 연합방위태세 구축에 해왔다. 특히 우리 공군38전투비행전대(38전대)와 기지·활주로를 공유하는 한미동맹 최일선 부대다. 미8전비 F-16 전투기는 비가 내릴 때나, 눈이 올 때나 가리지 않고 언제나 하늘로 향한다. 지난 15일 방문한 군산기지에서도 미 F-16 전투기는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며 우리 영공을 지키고 있었다. ‘인사이드 USFK’ 열한 번째 순서로 미8전비를 소개한다.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F-16 비행대대 주축…울프팩에 담긴 정신

한반도 서남부에 자리 잡은 미8전비는 주한 미 공군의 핵심으로 꼽히는 부대다. F-16 전투기를 운용하는 2개 전투비행대대(35대대·80대대)가 편성된 작전전대(OG)를 주축으로 정비전대, 임무지원전대, 의무전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F-16은 최근까지 성능 개량이 이어지고 있는 전천후 다목적 전투기다. 미8전비에는 1980년대 초 배치돼 40년째 한반도 상공을 누비고 있다.

미8전비는 자신들의 임무로 ‘Defend the Base, Accept Follow-On Forces, Take the Fight North’를 제시한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기지방어, 후속 전력 수용, 북으로 진격’이다. 이 구호처럼 군산기지를 철통같이 방호하는 동시에, 언제든 출격이 가능하도록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사시에는 후속 항공전력이 한반도에 전개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각양각색의 전투기 꼬리날개. 왼쪽부터 한미동맹 70주년기, 80대대 대표기, 작전전대 대표기, 로빈 올즈를 기리는 미8전비 대표기.
각양각색의 전투기 꼬리날개. 왼쪽부터 한미동맹 70주년기, 80대대 대표기, 작전전대 대표기, 로빈 올즈를 기리는 미8전비 대표기.



미 공군 전설의 조종사 로빈 올즈

미8전비 애칭은 ‘울프팩’이다. 기지 곳곳에선 늑대를 형상화한 부대 마크와 울프팩의 줄임 표기 ‘WP’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애칭을 설명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미 공군 전설의 조종사 로빈 올즈(Robin Olds)다.

1966~1967년 미8전투비행단장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올즈는 ‘도그파이트’ 방식의 볼로(BOLO) 작전을 구상해 북베트남군 미그(Mig)-21 전투기 격파에 앞장선 인물이다. 당시 올즈는 늑대 무리처럼 팀워크를 발휘해 적을 물어뜯는 자신의 F-4C 조종사들을 ‘울프팩’이라 불렀고, 이때부터 부대 애칭이 됐다.

군산기지에는 지금까지 올즈가 남긴 유산이 남아 있다. 미8전비 본부와 가까운 곳에 마련된 부대 역사관이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현역 시절 올즈의 초상화와 그가 베트남전에서 조종한 전투기 꼬리 날개가 전시돼 있다. 미8전비 구성원들은 올즈를 ‘Wolf One(첫 번째 늑대)’으로 부르고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타계했지만, 미8전비 구성원들에겐 영원한 영웅으로 남아 있다.


울프팩 F-16 조종사(왼쪽)와 정비사
울프팩 F-16 조종사(왼쪽)와 정비사

 

군산기지에 착륙하는 미 해병대 F-35B 전투기
군산기지에 착륙하는 미 해병대 F-35B 전투기



한미동맹 꼬리날개로 ‘북으로 진격’

군산기지 활주로엔 이른 오전부터 출격을 앞둔 미8전비 F-16 전투기 행렬이 이어졌다. 주기장과 활주로를 잇는 택시웨이(Taxiway)를 달리며 예열을 마친 F-16 전투기 편대는 제트엔진 특유의 굉음과 함께 차례로 하늘로 치솟았다. 군산기지 활주로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북으로 진격’이라는 구호처럼 전투기는 북쪽을 향해 출격했다.

이날 활주로에선 미8전비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기체를 여럿 목격할 수 있었다. 첫 번째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로고를 수직꼬리날개에 부착한 F-16 전투기였다. 이 전투기는 지난 5월부터 한미동맹 로고를 달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로고는 우정과 신뢰로 다져진 한미동맹을 상징한다.

두 번째는 미8전비와 울프팩을 상징하는 ‘WP 전투기’다. 베트남전쟁에서 활약한 올즈의 전투기처럼, 이 F-16 수직꼬리날개엔 국방색 위장이 색칠돼 있다. 가장 윗부분에 덧칠한 ‘노란 삼선’은 올즈가 56년 전 탑승했던 F-4C와 동일한 형태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작전전대와 예하 80대대를 각각 상징하는 기체였다. 작전전대 대표기에는 부대 임무 중 하나인 ‘Take the Fight North(북으로 진격)!’가, 80대대 대표기에는 박살낸다는 뜻의 ‘CRUSH‘EM!’ 문구가 새겨져 있다.

활주로를 벗어나 ‘전투기 주차 공간’인 격납고로 향했다. 군산기지에는 최근 신형 격납고가 전력화되고 있다. 신형 격납고는 환기·배기 시스템을 갖춰 문을 닫은 상태에서도 항공기 엔진을 가동할 수 있다. 아울러 안전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미사일을 포함한 적 공격에 대비해 방호력도 높였다.

격납고 내부에서는 F-16 전투기 정비가 한창이었다. 크리스토퍼 스미스 기술하사는 “전투기 정비에는 정밀성이 요구돼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할 때가 많다”며 “한 가지 걱정인 점은 이전 근무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보다 한국이 훨씬 더 춥다는 사실”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격납고 내 정비 모습
격납고 내 정비 모습

 

관제탑 내부 임무수행 현장
관제탑 내부 임무수행 현장



한미 장병 끈끈한 전우애 다져

미8전비는 군산기지에서 38전대와 ‘한 지붕 살림’을 하고 있다. 활주로, 항행시설, 항공유 저장시설 등을 공유한다. 특히 작전·정보·관제 등 여러 분야에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휘관들도 ‘도보 3분 거리’의 양측 본부 건물을 수시로 오가며 소통한다.

군산기지에는 약 4000명의 한미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하나의 기지와 활주로를 공유하다 보니 한미 장병은 수시로 마주치고, 협력할 일이 잦다. 이로 인해 지휘관뿐만 아니라 초급간부·병사까지 상호 교류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지난달 27일 함께 마련한 ‘프렌드십 데이‘가 대표적이다. 한미 장병들은 체육대회, 문화예술공연 등을 즐기며 끈끈한 전우애를 다졌다.

기지 활주로에선 F-16 전투기와 우리 KF-16 전투기가 동시 출격한다. 한미 전투기가 나란히 뜨고 내리며 임무를 수행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군산기지뿐이다. 그래서 올해에만 비질런트 디펜스((Vigilant Defence)를 비롯한 연합훈련이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연합훈련 참가를 위해 한반도에 전개한 미 F-22·F-35 전투기 등도 군산기지를 자주 찾는다.

마침 이날 활주로에선 미 해병대 F-35B 전투기 편대가 기지에 착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해 상공에서 진행된 연합공중훈련에 참여한 뒤 군수지원을 받기 위해 들렀다고 했다. 연합방위태세 차원에서 군산기지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인터뷰 / 미8전투비행단 부단장 제프리 D. 슐먼 대령

“분쟁 발생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전선으로 향할 것”

“한미 공군 전투기가 ‘나란히(side by side)’ 비행하는 것은 군산기지가 유일합니다. 6·25전쟁으로 태동한 한미동맹은 친구를 넘어 가족 같은 관계입니다. 그리고 미8전비와 38전대의 관계는 한미를 연결하는 열쇠입니다.”

제프리 D. 슐먼(대령) 미8전비 부단장은 이번이 세 번째 한국 근무다. 2006년엔 오산기지에서, 2016년엔 군산기지에서 복무했다. 부단장으론 올해 5월 부임했다. F-16 조종사로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그는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끈끈함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도 38전대장(오충원 대령)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이런 밀접한 관계가 한국 근무의 특별함을 더합니다. 제가 처음 한국에 온 2006년과 비교하면 한국은 엄청난 발전으로 완전히 다른 국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슐먼 부단장은 군산기지의 전략적 중요성을 묻자 “구글에 검색해보면 태평양 지역에 미 공군기지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 군산기지를 항공기 앞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리딩 엣지(Leading Edge)’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만큼 태평양 지역 미 공군의 최전선에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슐먼 부단장은 인터뷰 중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항공기를 엄호하기 위해 미8전비 전투기가 인도네시아까지 전개한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미8전비는 대한민국 영공방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울프팩은 주한 미 공군 전력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분쟁이 발생하면 우리 8비 전투기가 가장 먼저 전선으로 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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