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을 말하다] ⑪ 주한미해군사령부 서예현 중위·설리번 모거스 소위

입력 2023. 06. 30   17:33
업데이트 2023. 08. 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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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와 주한미해군사령부(CNFK)는 ‘한 울타리’에서 호흡을 맞추는 부대다. 한미 해군은 CNFK가 부산작전기지에 둥지를 튼 이래 7년 넘게 연합근무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해작사와 CNFK의 작전·정보부서가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연합해양작전본부가 대표적이다. 장병들은 매일 함께 해양작전 임무를 수행하며 동맹을 더 굳건히 다지고 있다. 한미동맹 최일선에 있는 이들에게 동맹의 가치는 무엇일까? 지난달 27일 ‘한미동맹을 말하다’ 11번째 주인공으로 서예현 중위와 설리번 모거스 소위를 만나 답을 들었다.  글=이원준/사진=양동욱 기자

[서예현 중위]조국 달라도 대 이어 한국 수호… 
6·25참전용사 후손으로 특별한 인연…할아버지처럼 복무 영광
  미 해군 학사장교로 임관…1년째 부산 근무
  모국서 조국 군복 입고 복무하는 건 오랜 꿈
  한국계 미국인으로 동맹 발전에 힘 보탤 것

[설리번 모거스 소위] 우리 이야기가 한미동맹 유산이죠
양국 파트너십의 절대적 중요성 상징…‘같이 갑시다’ 동맹의 가치 체감
  미 해사 졸업…1지망 근무지로 부산 선택
  한국 해군과 근무하는 진귀한 경험에 흥분
  CNFK서 근무하며 파트너십 중요성 깨달아

CNFK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서예현(가운데) 중위와 설리번 모거스(왼쪽) 소위.
CNFK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서예현(가운데) 중위와 설리번 모거스(왼쪽) 소위.

 

 

서예현(왼쪽) 중위와 설리번 모거스 소위가 지난달 27일 부산작전기지에서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현(왼쪽) 중위와 설리번 모거스 소위가 지난달 27일 부산작전기지에서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과 손발 맞추는 6·25 참전용사 후손 

서예현 중위와 설리번 모거스 소위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CNFK에서 한국 해군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점, 그리고 6·25 참전용사 후손으로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가졌다는 점이 그것이다.

한국계인 서 중위는 다섯 살 때까지 한국에 살았다. 학창 시절부터 국제·안보 관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미 해군 학사장교(OCS)로 임관해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아이젠하워함(CVN-69) 등에서 복무했다. 모국인 한국에는 지난해 7월 부임해 1년째 부산작전기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서 중위는 미 본토에서 남편과 함께 근무할 수 있었음에도 한국행을 자원했다고 한다. “모국(country of my birth)에서 조국(my country)의 군복을 입고 복무하는 건 오랜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해군 장교 지원서에도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정체성에 관해 썼습니다. 한미동맹 발전을 위해 작게나마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합니다.”

서 중위의 작은할아버지는 6·25 참전용사 고(故) 서덕진 옹으로 26세에 전사했다. 서 중위에게 한국 생활이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비록 조국은 다르지만, 저와 할아버지는 한국을 지키기 위해 대를 이어 복무하고 있습니다. CNFK에는 저 말고도 한국계가 더 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유산(legacy)이며, 1950년대부터 다져진 양국 파트너십의 절대적인 중요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모거스 소위는 올해 4월 한국에 부임했다. 사실 임관 전까지 그에게 한국은 생소한 나라였다고 한다. 그러다 CNFK에 오면 한국 해군과 긴밀히 협력하며 일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산을 ‘1지망’으로 썼다고 한다.

“솔직히 이곳에 오기 전까지 한국이 어떠한 나라인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해군과 함께 근무하는 진귀한(rare)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됐습니다. 또 부산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직접 가보고 싶었습니다. (웃음)”

모거스 소위 역시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으로서 한국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의 할아버지와 큰할아버지는 대한민국의 자유·평화 수호를 위해 전쟁터로 뛰어들었다. “큰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손주들에게 동전을 선물로 주시곤 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저는 사관학교에서나 한국에서나 항상 할아버지의 헌신을 기리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처럼 한국에서 복무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한국 카운터파트와 함께 일하고, 강력한 동맹을 위해 복무하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연합해양작전 역량 제고·우호 협력 강화 

서예현 중위와 설리번 모거스 소위는 정보장교다. CNFK 본부와 연합해양작전본부를 오가며 한국 해군과 수시로 협업하고 있다.

연합해양작전본부는 2017년 1월 구성된 한미 해군 통합 조직이다. 해양 안보 상황에 한미가 공동 대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CNFK 사무실에는 한국 해군 연락장교도 상시 근무하고 있어 ‘사이드 바이 사이드(side by side·나란히)’로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해작사와 CNFK의 물리적·공간적 결합은 연합해양작전 역량을 제고하고 우호 협력을 강화하는 디딤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 중위는 CNFK에서 1년간 근무하며 동맹의 가치를 체감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 카운터파트와 매일 함께 일하며 미 해군이 중요시하는 동맹과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한국 장병들과 메모리얼 데이(미국 현충일)에 5㎞를 달리고, 여성의 달 기념행사도 함께 치르면서 단결력과 결속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1950년 당시 한미가 함께 싸웠을 때보다 지금이 더 강해졌다고 확신한다”며 “나중에 미국에 돌아가서도 한국에서 느낀 동맹과 파트너십의 가치를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

모거스 소위는 평범한 일과에서 한미동맹의 가치를 깨닫고 있다고 했다. 동맹은 국가와 국가 사이 거룩한 개념이 아닌,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개념이란 것.

그는 “CNFK에서 근무하며 동맹은 단순히 대통령 2명이 서명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나와 같은 사람들이 한국 해군과 머리를 맞대 일하며 더 단단한 동맹을 만들어 간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미동맹이 70년간 이어져 왔다는 점을 체득했다”고 강조했다.


더 단단한 한미동맹 일조 자부심 

서 중위와 모거스 소위는 군인이 아닌 20대 청춘으로서 ‘한국 알아가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부산의 아름다운 해변과 맛있는 음식 덕분에 한국 생활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한 달에 한 번씩은 부산을 벗어나 각지를 여행하고 있다. CNFK에서 운영하는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지난달에는 거제 포로수용소를 견학했고, 최근에는 서울 전쟁기념관을 찾아 선배 전우들의 희생과 헌신을 추모했다.

모거스 소위는 “나에게 한국은 아름답고 멋진 나라”라며 “정보장교로서 양국 해군을 연결하는 가교도 돼야 하므로 이러한 견학 기회에 한국 문화를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중위는 곧 한국에서 임무를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동맹 친구와 함께 일하는 것 자체가 독특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한미동맹의 가치와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의 의미를 이해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모거스 소위도 “앞으로 한국에서 보낼 시간이 더 기대된다. 한국을 찾는 다른 동료들에게 CNFK의 장점을 알리고 싶다”며 “어느 곳에서, 어떤 임무를 하든지 나보다 앞서 복무한 가족들을 기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원준 기자 < wonjun44@dema.mil.kr >
사진 < 양동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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