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5월 2일 ‘과학자 양심’ 임머바르

입력 2023. 05. 01   13:05
업데이트 2023. 05. 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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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초의 여성 화학박사인 클라라 임머바르. 위키피디아.
독일 최초의 여성 화학박사인 클라라 임머바르. 위키피디아.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5년 5월 2일 이른 아침, 독일 최초의 화학박사인 한 여성이 반인륜적인 남편의 행동을 보고 어느 날 이른 아침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의 아들 헤르만(Hermann)은 그녀의 죽음은 아버지에게 알렸지만, 아버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매정하게도 그 자신이 개발한 독가스로 인해 수많은 병사들이 무참히 죽어가는 전장으로 떠나버렸다.

그녀의 죽음은 며칠 지난 5월 8일 조그만 지역신문(The Grunewald Zeitung)에 ‘불행한 여인의 자살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되었다. 44세의 일기로 세상을 등진 클라라 임머바르(Clara Immerwahr, 1889∼1915)의 이야기다. 그녀는 ‘과학자의 양심’‘시민 용기의 표상’으로 불린다.

1915년 남편인 유대계 독일인 프리츠 하버(Fritz Haber, 1868∼1934)가 독가스를 만들어 전쟁에 사용하겠다는 말에 임머바르는 그런 일은 “과학 이상의 타락”이며 “삶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학문을 오염시키는 야만의 상징”이라며 남편을 만류했다. 그런데도 하버는 4월 벨기에 이프로 전장에서 자신이 개발한 염소가스를 연합군에게 직접 사용해 수천 명의 연합군 사상자를 낳게 했다.

임머바르는 남편이 독가스를 사용한 전투 후 귀가하자 그를 비난했으며, 남편이 5월 1일 독가스의 무기화를 축하하는 만찬에 참석하고 다음날(2일) 러시아군대를 상대로 또다시 독가스를 사용할 전장으로 간다는 사실에 남편과 크게 다툼을 벌였었다. 결국 임머바르는 남편이 전장으로 떠나는 아침에 남편의 권총으로 자신의 가슴에 방아쇠를 당겼다. 비정한 하버는 죽어 가는 아내를 아들에게 맡기고 아무 일도 없던 듯이 그날 전장으로 향했다.

임머바르는 여성에 대한 교육의 문이 매우 좁았던 어린 시절, 브레슬라우 대학(University of Breslau) 입학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투쟁을 했고 그의 노력 결과로 1896년 여성들도 청강생 신분으로 강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임머바르는 1898년 박사학위 입학자격 시험도 투쟁 끝에 얻어내 합격했고 1900년에는 독일에서 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이때 임머바르는 “말이나 글로써 나의 신념에 반하는 어떠한 것도 가르치지 않으며 또한 진리를 탐구함과 아울러 과학의 존엄성을 마땅히 차지해야할 높은 자리로 올려놓겠다”고 선서했다고 한다.

디지털기획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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