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을 말하다] ③ KIDA 유지훈 해군중령

입력 2023. 02. 19   14:22
업데이트 2023. 08. 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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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한미동맹을 말하다
③ KIDA 유지훈 해군중령

한미 해양협력 왜 중요한지…

넓게 바라보고 
동맹 중요성 광범위하고 통찰력 있게 분석

 
깊게 파헤쳤다
인·태 질서유지 위한 역할 구체적 정책 제안

 
해양안보 차원 한미 협력 연구에 중점
한미동맹에 기여…APCSS서 공로상
“인·태 평화 진전에 모범적 사례” 표현

 
정책제안서가 미 CRS 보고서에 인용도
“한미동맹 중요성을 인정받은 셈” 자평

 
림팩 참여 계기 국제관계 분야에 관심
해군력 발전 위한 연구 필요성 깨달아
“앞으로도 동맹 발전 위해 연구 매진”

 
“우리도 동맹 강화를 위해
해양안보 협력 능력 갖춰야…
인·태 해양안보에 기여하고
동맹국과 연합작전 능력 높이면
대한민국 안보 지키는
국방력 강화로 이어질 것”

 

유지훈 해군중령이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편 액자는 그가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에서 받은 공로상.
유지훈 해군중령이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편 액자는 그가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에서 받은 공로상.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에서 현역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인 유지훈 해군중령은 국가정책과 연계한 국방·안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 분야 가운데서도 그가 가장 노력한 주제는 한미동맹, 특히 해양안보 차원에서의 한미 협력이다. 유 중령은 광범위한 연구로 한미동맹에 기여해 이달 초 미 국방부 연구기관인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APCSS)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한미동맹 강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정책을 연구하는 그를 지난 16일 KIDA에서 만났다.

글=이원준/사진=양동욱 기자


동맹국에 ‘한국의 중요성’ 심어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선 두 국가가 공동의 가치·이념을 바탕으로 공동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때 의지는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과 수단을 확보해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면 국방·안보 분야에서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동맹으로서 해양안보에 협력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지훈 중령은 한미동맹 관계를 이렇게 말했다. 동맹 강화를 위해서는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한 능력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해군장교답게 유 중령의 연구는 한미 해군 간 해양안보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 군이 인도·태평양 해양안보에 기여하고,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과 연합작전 능력을 끌어올리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는 국방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그는 강조했다.

유 중령의 최근 연구는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민국의 중요성’를 심어 주는 데 중점을 뒀다. 인도·태평양 해양안보 질서 유지에 한국이 왜 핵심 동맹국인지, 그 속에서 우리 해군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세부 정책들을 제안해 왔다.

그는 “미국의 정책결정자가 제 논문을 봤을 때 왜 한국이 해양안보 파트너로서 중요한 동맹국인지, 미국이 지향하는 인도·태평양 질서 유지에 우리 해군의 역할은 무엇인지, 또 미국은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경항공모함·원자력추진잠수함 등을 사례로 프랙티컬(Practical)한 제안들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유 중령의 연구는 미국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정책제안서 중 하나가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인용됐다. 또 미 해군대학원 저널에 실린 논문을 본 미 상원의원실의 연락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작성한 글들이 나름대로 인정받은 셈”이라며 “미국 정책입안자를 상대로 한국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평가했다.

유 중령이 APCSS에서 받은 공로상도 해양안보 협력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방증한다. APCSS는 공로상에 “해양안보의 광범위한 연구와 통찰력 있고 강렬한 논문을 통해 한국의 안보, 그리고 한미동맹을 든든히 지탱했다”며 “그의 노력은 인도·태평양지역 평화와 안정을 진전시키는 모범적인(Exemplary) 사례”라고 표현했다.

공로상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주한미해군사령관을 지낸 마이클 도널리(소장) 5항모강습단장의 추천문구다. 도널리 소장은 유 중령에 대해 “한국의 입장에서 해양안보 중요성을 구체화한 그의 능력은 동맹관계를 크게 강화했다”고 칭찬했다. 유 중령은 “도널리 제독을 비롯한 미 해군 지휘관과 자주 교류하고 있다”며 “이렇게 미국 고위직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 누적되면 실질적인 한미동맹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미동맹 강화는 곧 자주국방”

유 중령은 약 25년 전 ‘군함을 탄 외교관’을 꿈꾸며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임관 후에는 수상함·잠수함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대양을 누볐다. 그가 국제관계, 특히 한미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초급장교 때 참가했던 환태평양(RIMPAC·림팩) 훈련 영향이 컸다. 미국을 포함한 다국군과 연합임무를 수행하며 국제무대에서 우리 해군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됐다.

유 중령은 “림팩에서 연합통신관으로,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구조훈련에선 연합작전관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국제관계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군인으로서 임무와 작전도 중요하지만, 해군력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정책을 이끄는 데 필수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어린 나이였지만 틈틈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유 중령은 국방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유학길에 나섰다. 미 해군대학원에서는 안전보장학 석사를, 미 시러큐스대에선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언어적 장벽은 피나는 후천적 노력으로 이겨 냈다. 이후 귀국해 해군본부 미래혁신연구단에서 근무하고, 2021년에는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 교수로 일했다. 해군 창설 100주년이 되는 오는 2045년까지 해군 발전방향을 제시한 ‘해군 비전 2045’의 주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 유 중령은 KIDA에서 연구활동을 왕성히 이어가며 인도·태평양 해양안보를 위한 우리 해군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유 중령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동맹 강화에 작은 힘을 보탠 게 인정받아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며 “한미동맹이 중요한 시기에 앞으로도 동맹 발전을 위한 더 많은 연구와 정책적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 강화와 자주국방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며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비롯한 체계 확보가 한미동맹 강화에 어떻게 기여하고, 나아가 자주국방과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소는?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APCSS·Asia-Pacific Center for Security Studies)는 1995년 9월 4일 설립된 미 국방부 연구기관이다. 하와이주(州) 호놀룰루에 있다. 주한미해군사령관을 지낸 피터 구마타오타오(Peter A. Gumataotao) 예비역 제독이 2018년부터 연구소장으로 재임 중이다.

APCSS는 미국의 국방안보정책, 특히 아·태지역 안보문제를 다룬다. 이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연구자·정책입안자 등을 초청해 학술대회·교류활동을 하고 있다. 교육, 워크숍, 출판 등 학문적 연구도 병행한다.

APCSS는 홈페이지에 “연구소는 아·태지역 안보현안을 다루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간·다차원적 접근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해 지역의 미래 리더와 의사결정권자들 사이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 목표”라고 설명하고 있다.

APCSS는 한미 정부 간 외교·국방회담 장소로도 자주 활용된다. 최근에는 지난해 2월 한미,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이곳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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