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군비경쟁 심화…역내 전략적 소통 강화 필요

입력 2023. 01. 13   17:01
업데이트 2023. 01. 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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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돋보기 - 올해 글로벌 안보정세 전망 

러 공격 지속…협상 당분간 없을 듯
우크라 승리 총력 지원 나선 유럽
보호주의 경제 강화한 미와 갈등 우려

 
세계 군사력 톱10 중 절반이 아시아
북 7차 핵실험 군비경쟁 방아쇠 될 듯
대만 놓고 미·중 갈등 증폭될 수도

 

2023년 글로벌 안보정세는 어떻게 변화할까. 2022년 국제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부터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도했다. 이후 국제정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어떠한 형태로 전쟁이 종식될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의 장이 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AI·빅데이터·양자컴퓨팅과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중국과의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3연임을 통한 국내 정치체제의 안정성을 공고화하고 있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미국·중국·러시아의 강대국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고 있다. 2023년은 이러한 큰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현안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러시아 - 우크라 전쟁 출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과 ‘출구’의 모색은 2023년 글로벌 안보정세에서 가장 주목할 현안이다. 러·우 전쟁은 동유럽이라는 한정된 전장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전쟁으로 인한 정치적·외교적·경제적·군사적 파급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와 같은 곡물부터 시작해 식량, 운송, 에너지 문제까지 영향을 미치는 전쟁의 파급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학자들은 러·우 전쟁이 쉽게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장은 2022년과 같은 치열한 수준은 아니지만 전쟁은 지속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어느 한 편도 완전한 군사적 승리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버라 잔체타 영국 킹스칼리지 전쟁학과 교수는 러시아의 오산으로 전쟁이 시작됐고, 러시아군의 공격은 지속되지만, 그에 대응하는 우크라이나의 회복력이 놀라울 정도라고 언급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은 계속될 것이며, 전쟁을 종식시키는 협상은 당분간 나타날 조짐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러·우 전쟁의 지속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 내 연대를 강화시킬 것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최근 “우리는 돈으로, 우크라이나인은 피로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며 “만약 독재정권이 무력으로 보상을 얻는다면, 우리는 훨씬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이렇듯 나토는 새로운 무기를 신속히 제공해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지원하고자 할 것이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경제 보호주의적 조치에 대한 유럽 내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전장에 투입돼야 하는 자원은 계속 늘겠지만,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 범위에 대한 미국과 유럽 간 입장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면 환대서양 관계에 있어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시아 군비경쟁과 대만 문제 

그간 아시아 지역의 군비경쟁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추격하는 중국의 군사 현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한 중국의 군사 현대화는 지속되는 요인일 것인데 거기에 더해 아시아 국가들의 군비경쟁이 하나의 추세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GFP)가 발표한 2023년 세계 군사력 순위를 보면 1위 미국, 2위 러시아, 3위 중국, 4위 인도, 5위 영국, 6위 한국, 7위 파키스탄, 8위 일본, 9위 프랑스, 10위 이탈리아 순이었다. 이 중 아시아 국가는 중국, 인도, 한국, 파키스탄, 일본 등 5개 국가였으며, 아시아 지역에 군사적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러시아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7개 국가가 아시아의 군비경쟁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2022년 러·우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 국방비 및 무기거래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도 아시아의 군비경쟁 흐름이 당분간 지속되는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다. 2022년 12월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서 발간한 세계 국방비 지출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인도, 영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한국 순으로 상위 10개국을 분류할 수 있다. 이는 재래식 군사력에 더해 국방비 지출 규모에 있어서도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군사적 영향력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통계 자료에는 빠져 있지만 유의해야 할 국가가 바로 북한이다. 호주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국내총생산(GDP)의 24%를 국방비에 사용하고 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미사일 능력을 증강하고 있으며, 핵무력법을 정비하는 등 공세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2023년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이는 일본과 한국 등을 포함한 아시아의 군비경쟁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시아의 군비경쟁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개별 국가의 군사력 증강이라는 흐름도 있지만, 미·중 경쟁의 첨예한 대립점으로서 대만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만 해협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 있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려고 하는 한편,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을 추구하면서 대만을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고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대만 방어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중국은 대만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지만,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다. 실제로 2022년 8월 낸시 팰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전례 없는 군사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외교적 대립과 군사적 긴장은 2023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나름의 지지기반을 확보한 바이든 미 행정부는 초당적 합의에 기반한 대중국 정책에 있어 매파적 자세를 견지할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의 공격에 덜 취약하게 만들도록 대만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우위를 더욱 확고하게 하고자 할 것이다. 중국은 국제적 위상과 경제적 비용을 고려할 때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중국이 미국의 군사 태세가 중국과 대만을 영구적으로 분리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인식한다면 중국은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미·중 관계의 불안정성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역내 국가들은 우발적 사고를 방지하는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물가·경기침체 동시에 오나 

마지막으로 세계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경제성장률을 2.2%로 발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0.9% 낮아진 수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에서 기후문제, 핵 비확산 같은 글로벌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2023년은 침체와 불안정을 견뎌내는 국가 간 연대가 가능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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