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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잠수함사령부 임상우 대위] 구선의 후예

기사입력 2022. 08. 08   16:13 입력 2022. 08. 08   16: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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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우 대위 해군잠수함사령부 이억기함

“새로운 구선(龜船)은 돌격선 이상의 것을 해낼 것입니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나대용 제독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충무공 이순신 제독에게 구선의 필요성을 말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구선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거북선이다.

최근 이억기함과 나대용함 승조원들은 영화 ‘한산:용의 출현’을 관람했다. 이순신 제독뿐만 아니라 주요 참모인 이억기 제독과 거북선을 창안한 나대용 제독이 크게 활약하는 소재를 다룬 것이 흥미로웠다.

영화에서 이순신 제독은 조선의 명운이 걸린 일전을 준비하면서 참모인 이억기 제독과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며 승리를 향한 고뇌를 계속한다. 그 고뇌의 끝에 ‘바다 위의 성’이라고 표현되는 학익진 전술이 완성됐다. 전술 이해도가 가장 높은 이억기 제독이 학익진 우측 날개에 배치되고, 이순신 제독과 함께 한산도 앞바다를 향해 출정한다.

해전이 시작되고 왜군의 막강한 공격에 조선 수군 전체가 위험에 빠지려는 순간 나대용 제독이 거북선을 이끌고 나타나 해전의 판도를 뒤집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낸다. 아무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의 진영 한복판으로 돌격해 홀로 분전하는 거북선의 활약을 보며 나는 환태평양(RIMPAC)훈련에서 우리 대한민국 잠수함이 홀로 가상의 적들을 격침하고 유유히 빠져나왔던 활약상이 떠올랐다. 구선(龜船)의 후예가 누군지 묻는다면 우리 잠수함과 승조원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산도대첩의 승리는 이순신 제독과 전술의 완성을 위해 함께 고뇌한 이억기 제독, 창의적인 사고로 거북선을 고안한 나대용 제독 같은 참모들의 노력이 함께 이뤄낸 성과였다.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조선 수군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 벅차고 감격스러우면서도, 그 이면에는 참모와 장병들의 묵묵한 헌신·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숙연해졌다. 그리고 나 역시 지휘관을 보좌하는 참모의 한 사람으로서 참된 참모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억기·나대용 제독의 이름을 물려받은 우리 이억기함과 나대용함 승조원들은 수중에서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며 대한민국의 바다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이순신 제독은 패주하는 왜군들을 향해 “더 나아가자, 우리에겐 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순신 제독의 명령은 잠수함 승조원인 나에게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은밀하고 강력하게 적을 압도하는 최고의 잠수함 승조원이 되라는 격려의 메시지로 들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대의를 지키고, 우리를 위협하는 불의에 맞서기 위해 헌신하는 모든 국군 장병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같은 제복을 입은 나 또한 맡은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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