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들은 기도만? 장병과 함께한 활동 100여 개”

입력 2021. 05. 12   16:27
업데이트 2021. 05. 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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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 『부처님 군대 오신 날』 저자 구윤호 법사

군 법사로 20년, 흥미로운 이야기 24개 소개
퇴마사 역할도…몰랐던 군대와 스님 일상 담아
장병들 고민 다양…우리도 부지런히 변해야

부처님 군대 오신 날/구윤호 법사 지음/맑은소리밝은나라 펴냄
 부대 제공
부대 제공



부처님 오신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처님 군대 오신 날’은 군 포교의 생생한 현장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책. 저자 구윤호 법사(육군 수도군단·중령)와의 인터뷰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서면으로 진행했으며 기사는 질의 응답과 책에 실린 내용으로 재구성했다.


“‘군법당에서 띄우는 편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20년 가까이 군 법사로 있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24개 이야기로 묶은 것입니다. 최근 이야기도 있지만 어설프고 좌충우돌하던 시기에 장병들과 함께한 에피소드가 더 많습니다. 정리를 하면서 보니 군대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구중령이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예전에는 병사들의 고민이나 취향을 몇 가지로 열거할 수 있었다면 요즘은 각자 뚜렷한 개성이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춰 병사들에게 핸드크림을 선물한 적이 있어요. 정말 인기가 좋아서 다음 해에도 같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절반 정도가 남은 거예요. 이유를 알아보니 자기 피부와 맞지 않는다며 가져가지 않은 병사가 그만큼 많았던 거지요. 1년 사이에도 그렇게 변했으니 그네들을 따라가려면 더욱 부지런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군 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선물이나 먹거리를 더 많이 주는 곳을 찾아 매주 종교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초코파이. 책에도 초코파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적잖이 등장한다.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크리스마스에 군 목사님의 초청을 받아 교회에 갔다가 병사란 병사는 다 참여한듯한 초코파이가 부상으로 걸린 성탄 음악 경연대회의 심사를 맡게 됐다고 한다. 경연이 끝나고 ‘실력이 형편없었다’는 직설적인 심사평을 내놓자 법사님이 한번 보여달라는 요청에 ‘노엘’을 불렀는데 부대 뉴스에는 큰 십자가 아래 초코파이 박스를 배경으로 성가를 부르는 두루마기 입은 스님 노래만 편집돼 강원도 전역 예하부대에 여러 번 방송됐다고.

 

흔히 ‘고문관’이라 부르는 관심병사에 관련한 에피소드도 웃음과 교훈을 준다. 휴전선 경계부대에 급수관이 얼어붙었고 정비반이 오기 전까지 물탱크의 물을 최대한 아껴 써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씻는 걸 너무 좋아하는 신병이 그 물을 다 써버린 것이다. 이후 군 생활이 힘들어진 것은 뻔하고 지휘관은 군종법사에게 당분간 이 병사를 맡아줄 것을 부탁한다. 법당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샤워를 실컷 한 병사는 부엌 청소를 자처했는데 이를 시작으로 모든 곳이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한 것. 약속 기한이 지나 병사가 부대로 복귀하자 법당은 서서히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법사는 큰 결심을 하고 부대에 어려운 부탁을 하러 갔는데 머뭇머뭇하던 지휘관이 먼저 그 병사를 다시 맡아달라는 얘기를 꺼낸 것이다. 법사님은 대답 대신 똑같이 간절한 눈빛으로 대대장의 손을 꼭 잡았다고. 진정한 이심전심의 순간이었다.

이처럼 책에는 법사가 되기 위해 훈련받는 스님들 이야기, 군법당의 부처님 오신 날 풍경, 웃음과 눈물이 함께하는 장병들의 편지 일화, 귀신을 물리치는 퇴마사 역할을 하는 군종장교들의 이야기까지 일반인도 군인들도 스님들도 잘 모르는 군대와 스님들의 일상이 세밀히 묘사돼있다.

“책을 읽은 분들 중에는 군종장교들이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미처 몰랐다고 하는 분들이 가장 많습니다. 특히 아들이 전역했거나 입대 예정인 부모님들은 군종병 이야기, 고충을 겪거나 치유해가는 병사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읽었다고 말씀해주십니다. 군종 성직자들은 종교시설에서 기도나 법회 같은 종교 활동을 하거나 전방을 다니며 위문 정도 한다고 생각하셨었나 봐요. 군종병과의 역사가 어느새 70년입니다. 그동안 시행했던 교육이나 프로그램만 1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하고요. 종교활동 외에도 장병들의 안정적인 군 생활과 사고예방, 사기 증진에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구윤호 중령은 마지막으로 부처님 이야기를 하나 전하고 싶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이나 인연에서 오는 괴로움이 첫 번째 화살이라면 그 현상을 두고 계속 걱정하고 좌절하거나 분노하는 것, 처음보다 몇 배 큰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어 보태는 것이 두 번째 화살입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활하고 불필요한 괴로움을 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와 나눔은 두 번째 화살을 막아주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박지숙 기자



박지숙 기자 < jspark2@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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