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군대를 떠나는가? 정체성이 문제다!

입력 2025. 09. 18   15:04
업데이트 2025. 09. 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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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월드투게더 회장 전 육군참모총장
김용우 월드투게더 회장 전 육군참모총장

 


최근 우리 군은 간부 이탈이라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간부들의 정체성 혼란이 깊어지며 하부조직 균열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인력 문제가 아니라 전투력의 근간을 흔드는 경고음이다. 정체성이 흔들리면 어떤 무기도 소용없다. 강한 군대는 무기보다 정신에서 비롯된다.

정체성이란 개인과 조직이 자신을 정의하는 기준이자 존재 목적과 방향을 정하는 내적 나침반이다. 군대의 진정한 힘은 외형이 아니라 군인 개개인의 정체성에서 나온다. 따라서 위기 극복은 ‘내면이 바로 선 군인’ ‘정체성이 확립된 군대’를 세우는 데서 시작된다.

군인은 군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존엄과 생명 등 보편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군인은 군복 입은 시민이다. 시민정신을 이해하고 헌법을 수호하며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군인은 민간인과 다른 존재다. 합법적 무력을 다루며 헌법 1~4조에 명시된 국체·주권·영토·평화통일정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그래서 헌법 5조 2항은 국군의 사명을 ‘신성하다’고 했다.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전쟁을 억제해 국방·안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게 군의 존재 이유다.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결코 사라진 적이 없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총성이 멈추지 않고, 한반도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군인의 존재는 언제나 절대적이며, 군대는 국가 생존의 최후 보루다. 군인의 직업적 매력은 그 어떤 직종에도 뒤지지 않는다. 군대가 지향하는 가치는 고결함 그 자체다. 책임·임무 완수, 전우애·희생, 단결·충성, 불굴의 의지로 이어지는 전사공동체의 문화는 본디 고상하며, 군인의 삶을 빛내고 더 큰 명예와 보람을 준다.

군인은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다. 그는 전쟁전문가요, 전투전문가다. 전장은 인간의 극한이 벌어지는 곳, 그곳을 지배하려 존재하는 이가 군인이다. 시대·문명의 변화와 첨단 기술 흐름을 앞서 이해해 군사력으로 전환, 승전태세를 갖추는 전문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사명을 지닌다. 전사의 심장은 북소리에 맞춰 뛰고, 그들의 눈빛은 언제나 전장을 향해 있다. 이들이야말로 국가의 방패이자 국민의 희망이다.

그러므로 군인은 본질적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 불필요한 일이 본분을 가려선 안 된다. 강한 훈련과 상시 전투태세가 필요하다. 동시에 전쟁의 교훈과 사회·과학기술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이 본질에 집중할 때 군은 적에겐 두려움, 국민에게는 신뢰의 대상이 되고 군인도 정체성과 보람을 되찾는다. ‘강한 훈련’과 ‘치열한 공부’, 이 두 날을 예리하게 벼릴 때 군대만의 맛과 멋이 살아난다.

군인의 정체성은 본질적 사명에서 시작되지만 국민의 지지로 완성된다. 군인은 가장 위험한 곳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다. 이 신성한 사명에는 반드시 합당한 보상과 예우가 따라야 하며, 이는 물질을 넘어 사회의 신뢰와 존중까지 포함한다. 책임에 걸맞은 보상과 인정이 뒤따라야 군은 흔들림 없이 임무에 전념할 수 있고, 군인의 정체성은 확고해진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이다.

군대의 본질은 ‘싸우는 사람’이다. 싸울 힘은 외형이 아니라 내면에서 나온다. 군인이 군인답게, 군대가 군대답게 설 때 어떤 폭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울타리가 된다. “내면이 무장된 군대, 그것이 강한 군대의 밑받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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