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생방 병과장교로서 언젠가부터 화생방 집단보호시설에 관심이 생겼다. 마침 육군공병학교 직무보수교육 중 방호시설관리자 기본과정이 개설돼 교육을 신청했다.
사단급 화생방대대와 기계화보병여단 근무 경험이 전부인지라 ‘방호시설’의 체계·기능의 이해도가 확실히 부족했다.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 방호시설관리자반 교관님의 열정과 귀에 쏙쏙 박히는 설명으로 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강의는 방호시설의 기초부터 시설별 능력, 방호등급체계, 설계와 관리, 운용 및 유지보수까지 세세하게 다뤘다. 더불어 소조토의·현장체험·실습 등으로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방호시설 기초에선 우리 군이 마주한 다양한 무기 위협과 그 효과에 관해 배웠다. 야전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최신 위협 및 동향을 들으면서 배움의 욕구가 자극되는 것을 느꼈다. 소조토의에선 학습 내용을 적용해 봤다.
먼저 집단보호시설 방호등급에 따라 필요 면적, 급수 용량 등을 산출했다. 이어 구축된 방호시설에 새로이 전자기펄스(EMP) 방호기능을 보강하는 설계 실습까지 해 봤다. 교육에 참여한 다양한 타 병과 전우들의 지혜로 개인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동시에 운영자 입장에서 설계 실무자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현장실습은 군 내외 두 시설을 찾았다. 방문한 부대의 방호시설은 방폭·방탄, 화생방, EMP 방호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교육자료로만 접했던 내용을 직접 보고 만지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국립전파연구원에서는 방호시설에 적용되는 EMP 방호력 성능시험을 실습했다. 현장에서도 강의 중 배운 내용을 끊임없이 환기해 주신 교관님 덕분에 현장실습을 단순한 견학이 아닌 ‘경험’으로 만드는 유익한 시간이 됐다.
이번 과정을 통해 방호시설 운용·관리라는 직무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화생방대대, 기보여단에 머물러 있던 시야가 공병, 통신 등 다양한 병과와 직능의 이해도로 확장됐다.
야전부대에서 훈련하는 화생방 제독의 전투기술이 집단보호시설에선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학습했다. 특히 새롭게 배운 EMP 방호기술이 인상적이었다.
부대 복귀 후에는 현재 근무 중인 부대의 핵·화생방 방호작전의 적절성을 재검토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부대여건과 작전환경에 맞춘 EMP 방호를 위해 어떤 노력과 조치가 필요할지도 세부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다.
앞으로 운용 또는 지원하게 될 방호시설과 관련해 직무 전문성을 더 확보해야 함을 절감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방호시설관리자 전문과정도 이수하고 싶다.
화생방 병과의 슬로건은 “알아야 산다”이다. 이제 화생방인으로서 전문지식과 전술적 안목을 넘어 타 병과와 군 전체로 시각을 더 넓혀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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