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는 언제나 특별하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우리 분임조의 여정과 닮아 있었다. 황무지와 같았던 출발선, 도움 없이 독학하며 넘어지고 깨지고 다시 일어났던 시간. 그러나 늘 혼자가 아니었다. 반장과 중대장, 같이 고생하며 울고 웃던 동료들이 있었다. 우리 모두의 땀방울이 모여 결국 금빛 파도를 일으켰다.
3번째 국가품질경영혁신대회 도전은 쉽지 않았다. 혹평과 호평이 교차했던 워크숍에서 끝없는 고뇌와 갈등, 반복된 수정, 흔들리는 기준과 판단 속에서 좌절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손을 맞잡고 중심을 잡아 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하나가 돼 현지 심사를 치밀하게 준비했다.
우리는 훈련 틈틈이 시간을 쪼개 발표 연습을 했고, 발표장에 나서기 전 손을 얹고 다짐했다. 우리의 가장 큰 무기는 진정성이었다. 발표가 끝난 순간 찾아온 안도감, 이어진 심사위원들의 평가. 그 한마디 한마디에 지난 1년 농사가 끝났음을 실감했다. 아쉬움과 시원섭섭함이 뒤섞여 제주의 파도처럼 밀려왔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때 경쟁자이자 친구가 된 한국수력원자력 분임조장에게 전화가 왔다. “밤새워 가며 하더니 축하한다!”
협회 홈페이지 결과 발표에 박힌 두 글자, ‘금상’. 그 순간 지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소식을 들은 열 살 큰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빠가 우리 아빠라 너무나 자랑스러워. 사랑해요!” 그 말은 금상보다 더 값진 상이었다.
이어 대구협회 사무국장과 최고위원에게도 연락이 왔다. 전문컨설팅 없이 독학으로 금상까지 받은 게 처음이라며 격려하시기에 감사함을 전했다. 지난 노력이 공식 인정받는 순간이면서 우리가 함께 이룬 값진 역사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날 밤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파도 소리를 음악 삼아 서로 마주 앉아 직책도, 계급도 잠시 내려놓고 옹기종기 모여 모닥불을 피웠다. 서로의 노고에 감사하고 그간의 고생을 나누며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었다. 남자 넷이서 나눈 그 진솔한 대화에 담긴 것은 단순한 성과의 기쁨이 아니라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길,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특별한 순간, 평생을 간직할 동지애였다.
우리가 군에서 추구하는 정신은 혼자 앞서가는 힘이 아니라 같이 끝까지 달려가며 넘어지고 깨져도 포기하지 않고 동료와 손잡고 다시 일어서는 신뢰와 의지다. 울고 웃으며 서로에게 스며든 진한 향기, 바로 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값진 선물이다. 나의 시작은 동수저였지만, 모두가 힘을 합쳤기에 우리는 금빛 결실을 보게 됐다. 제주 바다에서 느낀 그 벅찬 감동은 곧 육군이 추구하는 정신과 닮았다. 함께라면 끝까지, 반드시 해낼 수 있다.
제주의 파도처럼 밀려든 눈물과 웃음,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우린 서로에게 물들었다. 스며듦의 끝은 같이 걸어온 길 위에 번진 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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