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OST가 빌보드 핫 100에서 4주 연속 1위를 하고 있고, 상위 10위에 4곡이 한꺼번에 올랐다. 보기 드문 일이다. 물론 그동안 BTS와 블랙핑크 등이 빌보드를 장식하며 우리 가요를 세계에 알렸지만 케데헌의 경우 마치 이를 모두 합친 종합판 같은 기분이 든다. 더구나 케데헌은 넷플릭스 전체 콘텐츠를 통틀어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이 됐다.
뉴스를 보면 세계의 젊은이를 넘어 기성세대 간에도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니 요즘 들어 큰 관심을 받는 한식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산업, 문화, 소프트 파워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느낌이다.
앞서 말했듯 예전의 사치가 오늘날 대한민국 사람들의 높은 패션감각으로 알려지고 있다. 빨리빨리가 IT산업 경쟁력으로,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것이 융통성으로 각종 소프트산업을 선도하는 원동력이 된 것을 보면 운도 따라주는 모양이다. 국운 상승기라는 게 과하지 않은 말이다.
살면서 가장 감격스러운 때가 두 번 있었다. 하나는 우리 아이가 채 돌이 되기 전에 ‘아빠’라고 불렀을 때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또렷하다. 뭐라고 형용할 수가 없었다. 가장으로서의 자각과 한 생명을 탄생시킨 놀라운 경험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생큐 아들!
그리고 다른 하나는 2024년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했을 때다. 구매력평가 기준(PPP)으로는 2017년 이미 일본을 앞질렀지만 이제 명실공히 일본보다 잘사는 나라가 된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플라자합의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일본 정부의 엔화약세 드라이브도 한몫했지만 누가 뭐래도 오랜 기간 인고의 세월을 버티며 노력한 한국인의 쾌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를 생각해 보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동안 일본은 넘볼 수 없는 나라이자 애증(愛憎)의 나라였다. 여기에서 과연 애(愛)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 부인하고 싶지만 일본에서 생산되는 각종 제품과 상당한 인기가 있었던 일부 왜색(倭色) 문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소니의 워크맨으로 대변되는 각종 전자기기는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일본여행에서 돌아오면 일제 전자밥솥이 누구 손에나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모든 것을 거의 뛰어넘었다. 요즘 일본 전자 제품을 사는 사람은 드물고, 일본 가요를 부르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물론 아직 산업적으로 정밀기계, 화학공업 분야에서 뒤처진 부분이 많고, 문화적으로도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일본의 양적 풍부함과 축적된 콘텐츠를 따라잡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더 이상 일본을 부러워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 어딘가.
요즘 MZ세대에게선 일본에 대한 열등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성세대가 가졌던 동경심을 찾기 어렵다.
일본뿐만 아니다. 아직 1인당 GDP는 추월하지 못했지만 구매력평가지수에서 한국은 2020년 이탈리아를 넘어섰고, 2024년 영국을, 올해 2월에는 프랑스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된다. 그리고 2025년 글로벌파이어파워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력이 세계 5위로 영국, 프랑스, 일본을 모두 뛰어넘었다. 물론 핵이 빠진 재래식 군사력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와 더불어 이제 문화적으로도 대한민국이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적 콘텐츠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결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는 케데헌이 바로 그 콘텐츠를 먹고 자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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