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제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다양한 캠페인과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군대는 규율과 명령이 지배하는 특수한 사회다. 그 안에서의 생활은 개인의 일상과 사고방식, 인간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는다.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군대 자살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이 아닌 사회적 구조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자살론』(1897)에서 제시한 분석처럼 자살은 사회적 조건에서 이해돼야 하는 것이다. 그는 자살을 4가지로 구분했는데, 특히 3개 유형에 주목했다.
먼저, 이기적 자살(egoistic suicide)은 사회적 통합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 군대는 겉으론 공동체 생활이지만, 신병이나 전입 장병은 초기에 관계망이 약해 심한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가족·친구와 단절된 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이 집단의 일부가 아니다’는 인식이 깊어지고, 이는 심리적 고립을 심화한다. 따라서 군대 내 신병과 초급간부 적응 프로그램, 상호 이해 증진, 정서적 지지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둘째, 이타적 자살(altruistic suicide)은 사회적 통합이 지나치게 높아 개인이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다. 군대는 명예, 임무, 전우애를 강조하는 집단이기에 이런 위험이 존재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개인의 실수나 어려움을 집단의 ‘수치’로 여기지 않는 조직문화와 심리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셋째, 아노미적 자살(anomic suicide)은 사회규범이 붕괴하거나 급변할 때 발생한다. 군대에서도 전역 후 사회 적응 과정, 부대 재편성, 갑작스러운 보직 변경, 징계 등 예기치 못한 변화가 장병의 가치관과 생활규칙을 뒤흔들 수 있다. 이때 명확한 정보 제공과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면 불안과 혼란이 커지고, 심리적 방황이 자살 위험으로 이어진다.
자살예방의 날이 주는 교훈은 단순히 ‘도움을 요청하라’가 아니다. 뒤르켐이 지적했듯이 사회적 통합과 규범의 안정성이 유지돼야 자살 위험이 줄어든다. 군대에서 이를 실천하려면 3가지 과제가 필요하다. 첫째 ‘정서적 안전망 구축’, 둘째 ‘개인의 가치 존중’, 마지막으로 ‘위기 완충장치 마련’이다.
군대는 작은 사회다. 사회가 건강해야 장병 개개인의 생명이 지켜진다. 전우 한 명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은 곧 군 전체의 힘과 사기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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