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이상룡 선생의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령 취임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지난 8월 7일 장병들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경북 안동시 임청각에서 열린 실경 역사극 ‘서간도 바람소리’를 관람했다.
저녁 하늘이 붉게 물드는 시간, 고즈넉한 한옥 마당에 수백 명의 관객이 모였다. 무대 뒤로 보이는 임청각은 그대로 역사의 증인이었고, 배우들의 첫 대사가 울려 퍼지자 100여 년 전 만주 서간도의 황량한 들판으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갔다. 나라를 잃고 국경을 넘어 독립운동에 나선 선열들의 고뇌와 결단, 눈보라와 기아에도 꺾이지 않았던 의지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특히 국무령 이상룡 선생이 가문과 재산을 모두 내놓으며 만주로 향하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줬다. 가족과 고향을 뒤로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그 결단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군복을 입고 한자리에 모인 우리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선열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다시금 깨닫고 ‘나라를 지킨다’는 말의 무게를 가슴 깊이 새겼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독립운동의 역사는 과거가 아닌 오늘을 지키는 우리의 사명과 직결돼 있었다. 공연 내내 휘날리던 태극기는 더욱 또렷하고 자랑스럽게 보였고, 장병들의 표정에는 결의가 서려 있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지금, 우리의 사명은 분명하다. 선열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 낸 이 땅을 굳건히 수호하고, 자유와 평화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는 것이다. 서간도에서 불어온 바람은 이제 우리 가슴속 사명감으로 변해 한반도의 하늘과 바다, 최전방 철책선까지 이어질 것이다.
이번 관람은 장병들에게 역사교육 이상의 의미를 심어 줬다. 책에서만 접하던 인물과 사건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며 ‘군인의 존재 이유’를 일깨워 줬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용기와 희생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군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어떠한 도전과 위협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정신적 뿌리임을 확인했다.
역사는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매일의 선택과 행동으로 써 내려가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서간도 바람소리’는 감동을 넘어 군인으로서 걸어가야 할 길을 분명히 제시했다.
우리 부대 장병 모두 이 다짐을 품고 선열들의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오늘도, 내일도 굳건히 서 있을 것이다. 임청각에서 불어온 그 바람이 우리가 지키는 이 땅 곳곳에서 자유의 깃발을 계속 휘날리게 하리라고 믿는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