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심심찮게 이런 소리가 들린다. ‘취업하려면 영어는 선택, 인공지능(AI)은 필수’.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선 AI 때문에 이미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2023년 이후 구글, 애플, MS, 아마존, 메타 등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들이 수만 명씩 해고하고 디자인, 광고, 마케팅,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되고 있다.
이들은 세계 최고 기업으로 미국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곳이다. 이러니 대학들도 난리가 났다. 학생들의 AI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학생들도 AI 시대 적응을 위해 분주히 AI 신기술을 학습 중이다.
최근 우리 군도 AI 시대 변화에 발맞춰 장병들에게 AI 교육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병력 감소, 무인화·지능화하는 전장, 첨단 과학기술군으로의 전환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병력의 AI 역량 강화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산업현장과 전장이 모두 동일한 변화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병력은 줄고 있는 반면 전장은 점점 첨단 기술로 무장 중이다. 드론, 무인차량, 실시간 데이터 분석 등에 적용된 AI 기술은 이미 전투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산업현장의 인재는 물론 미래의 군사 리더, 나아가 실전 병력 모두가 AI의 원리와 활용법을 숙지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사관학교들도 신입생 대상 AI 기초교육을 의무화했다. 졸업까지 AI 입문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장교뿐만 아니라 일반 장병도 온라인 기반 AI·소프트웨어(SW) 교육과정을 거치게 된다. 기술 흐름에 뒤처진 ‘AI 문맹’ 병력은 최신 무기체계·지휘체계의 활용에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군뿐만 아니라 사회 복귀 뒤에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게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군 복무 시 다양한 AI 전문과정을 이수하도록 돕는다면 어떨까? 적어도 군 복무 중 필요한 AI만이라도 강도 높게 학습할 수 있다면 장병이 제대 후 사회로 복귀할 때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하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 이들 인재는 우리 산업계의 AI 역량 증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스라엘 군대는 이미 AI 교육과 활용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선도적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가적 차원의 인재 육성제도와 민·군·산 협업으로 AI 기술의 군사 접목과 인재 양성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우수한 이공계 고교 졸업생을 선발해 첨단 군사과학 인재로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탈피오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군 복무기간 AI, 컴퓨터과학, 수학 등 첨단 과학기술 교육과 군사훈련을 병행하며 졸업 이후 전략 부문 장교나 국방 연구개발(R&D) 분야로 진출 중이다. 이미 이스라엘 방산 스타트업의 핵심 인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제도로 인해 군·스타트업·국방기업 간 협업이 활발해 실전에서 필요한 신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첨단 무기 개발 속도를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이스라엘은 군 복무 자체가 AI·디지털 역량 교육, 인큐베이팅의 장이 되고 있으며 군 복무 경험이 글로벌 기업 취업과 직결된다. 우리가 참고해야 할 모델이다.
현 정부는 주권적 AI 개발에 100조 원 투자를 공언하고 있다. 크게 보면 주권적 AI 개발의 핵심 어젠다 중 하나는 군의 주권적 AI 기술 확보다. 자주국방 확립과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군의 AI 인재 육성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충분한 예산 투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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