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 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난으로 인명과 시설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보다 재해재난으로 발생한 사상자가 더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상이 적보다 무섭다’고 느껴진다.
군 내에서도 재난 관련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위험성 평가와 위험예지 교육 등을 통해 사전 예방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 또한, 대외적으로 국가재난 시 대민지원 및 피해복구지원에 있어서도 ‘현장 안전 조치’는 더욱 중요해졌다.
이는 임무형 지휘와도 직결된다. 임무수행 중 급작스러운 악천후로 인해 통신이 제한되는 경우, 결심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위험 징후를 인지하게 된다면 현장 지휘관(자)은 물론 말단 이등병까지 누구든지 스스로 작전을 중지할 수 있어야 한다. 상급자는 이러한 현장판단과 결정을 존중해야 하고, 평소 상급지휘관의 의도와 작전목적을 고려해 안전 관련 사항은 ‘선조치 후보고’하도록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군의 경직된 문화로 인해 보고가 지연되고 적시적절한 조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급자 입장에서 보면 상급자의 생각과 경험을 우선시해 현장의견을 존중하지 않거나 임무달성만을 우선시해 무리하게 지시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하급자 입장에서는 적시적인 보고 미흡으로 위험에 노출되거나 임무형 지휘능력이 부족해 현장에서 적시적인 조치를 하지 못하는 때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장 상황은 현장에서 가장 잘 파악되므로 안전과 관련된 사항은 무엇보다 현장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 안전 조치가 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군의 안전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GOP 대대장 시절, 집중호우와 태풍 등 기상예보에 따라 배수로 정비, 철책전도 예방조치와 같은 안전 조치들을 기상악화 전에 신속히 시행한 후 병력의 외부활동을 통제시켰다. 그리고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병력들에게 화상회의를 통해 안전교육을 하면서 “부하들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철책이 전도되고 시설이 무너지면 얼마든지 복구가 가능하지만 장병들의 귀중한 생명은 어떠한 노력으로도 다시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통상 상황보고는 할까 말까 고민되면 하는 것이 낫고, 안전 관련 위험성 활동은 할까 말까 고민되면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전투력 손실은 작더라도 일단 발생하고 나면 후속 조치를 위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부대사기와 전투력은 저하돼 부대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
이후 대대원들이 대대장에게 보내온 감사와 신뢰의 메시지가 떠오른다. 위기 시 부하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지휘관의 진심 어린 말과 행동은 부하의 마음을 얻게 해 준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이러한 경험으로 GOP 대대장 이후 여단장을 거쳐 현재 사단 참모장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부하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부대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리더들은 부대를 지휘함에 있어 ‘부하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평시의 전투력 보존활동과 부하의 인명을 중시하는 문화, 인간중심의 부대운영이 곧 전시 임무완수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부대육성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상급자가 부하의 안전을 중시한다는 믿음은 부하들로 하여금 지휘관을 신뢰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상하동욕의 핵심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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