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 유·무인 전력지휘함과 미래 해군 작전개념

입력 2025. 08. 27   16:27
업데이트 2025. 08. 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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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중령 해군미래혁신연구단
조성진 중령 해군미래혁신연구단

 


해군력은 국가의 흥망성쇠와 밀접하게 연결된 힘이었다. 해군의 역사는 기술 발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해군력 건설 경쟁의 시기마다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국가는 도태됐다. 목재 전열함을 도태시킨 증기기관 철갑함, 해전의 영역을 수중으로 넓힌 잠수함, 전함의 거함거포 시대를 종식시키고 지리적 한계를 없앤 항공기·미사일의 등장은 해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 왔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과 무인체계가 주도하는 또 다른 기술적 대변혁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는 무기 속도나 파괴력이 향상되는 차원을 넘어 전투를 수행하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는 거대한 변화다. 무인 전투체계는 인간을 대신해 위험구역에 투입되고, AI는 인간의 인식 능력을 초월하는 방대한 전장정보를 실시간 분석해 지휘관에게 최적의 선택지를 제시하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기술 변혁기에는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했다. 신기술을 먼저 도입하는 것을 넘어 그 기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새로운 전술과 작전개념을 발전시키는 쪽이 전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결국 미래 해양전에서의 승리는 첨단 무기체계 보유와 함께 이를 어떤 전술이나 작전개념으로 효과적으로 운용할 것인지 해답을 먼저 찾는 국가가 차지할 것이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우리 해군은 ‘다목적 유·무인 전력지휘함(MuM-T Carrier)’ 확보를 추진 중이다. 이 함정은 미래 해양작전의 핵심이다. 광활한 작전 해역에 다양한 무인 전력을 전개하고, 이들을 실시간으로 지휘통제하며 방대한 해양정보를 융합·분석해 전력을 투사하는 떠다니는 지휘본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다가오는 기술혁신 시대에 미래 해양전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연합·합동작전에 기여하며, 대한민국의 미래 국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필수 플랫폼이 될 것이다.

해군은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영역 통합 해양작전’이라는 미래 해군 작전개념을 구현하고자 한다. 이는 해양을 중심으로 다영역에 분산된 유·무인 가용 전력을 AI 기반 킬웹(Kill Web)으로 유기적으로 통합, 결정적 시간·장소에서 승리하고 해양 우세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방의 무인 항공기(UAV)가 포착한 표적정보를 지휘함이 받아 네트워크로 공유하고, 수백 ㎞ 떨어진 아군 구축함이 그 정보를 이용해 정밀타격을 가하는 식이다. 이처럼 다목적 유·무인 전력지휘함을 중심으로 다영역 통합 해양작전에 따라 모든 전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이는 개념이야말로 미래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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