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북핵 억제 기획 역량 키우고 핵 전문가 육성 적극 나서야

입력 2025. 07. 01   16:39
업데이트 2025. 07. 0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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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30.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한미 확장억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 

‘MAGA’ 목표 속 대중 견제 강화로 불확실성 높지만
美의회·행정부, 확장억제 공약 지속 의지 재확인
양국 핵협의그룹 출범으로 전략 발전 토대 마련
美 동맹역할 강조에 韓정부 기획 역량 강화 필요
위기 관리·신뢰 구축 등 포괄적 전략 수립하고
안보 분야 종사자 핵 전략 이해도 높여가야

한미는 2006년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확장억제’를 최초로 언급한 이후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확장억제를 진화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이후 양국은 억제전략위원회(DSC),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핵협의그룹(NCG) 등 다양한 정책협의체를 통해 확장억제 협력을 지속해 왔다.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양국 확장억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알아본다. 조아미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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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와 공고한 한미 확장억제

국제사회는 1959년 미국의 정치학자 케네스 왈츠가 제시한 개인, 국가, 국제체제 중 개인이 국제관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4월 2일을 ‘해방의 날’로 규정했다. 관세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대중 견제 강화 등을 추진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미 확장억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첫째,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미 확장억제의 공고함을 계속 시사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국방부를 방문한 미국 상·하원 대표단은 미군의 모든 군사적 역량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지난 1월 개최된 제4차 NCG에서도 한미는 NCG 과업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진전을 달성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각종 예산이 삭감되는 가운데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한 것은 워싱턴 선언과 NCG의 지속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는 ‘2022 NPR’의 기본 방향을 유지한 가운데 핵전력 현대화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잠정 국방전략지침’은 미국이 중국 억제에 초점을 두고 동맹이 지역 위협 억제를 주도하는 것을 핵심 지침으로 제시한 바 있다.

‘잠정 국방전략지침’이 미국 국방전략서(NDS)와 NPR의 작성 기준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핵 정책 변화 가능성을 전망하는 견해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행한 ‘2022 NPR’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발간한 ‘2018 NPR’과 핵심적인 정책 기조를 공유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NPR도 핵무기의 ‘단일목적’과 ‘선제불사용(NFU)’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확장억제에 대한 동맹국의 우려를 해소하고, 동맹과 협력해 핵 요소와 비핵 요소를 효과적으로 동기화하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셋째, 한미는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전략, 작전, 전술 차원에서 통합될 수 있도록 핵·재래식 통합(CNI)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NCG는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제4차 NCG에서도 한미는 핵억제 심화교육, 핵협의그룹 모의연습 등 핵 위기에 대비한 공동기획의 중요성을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재래식 동시 운용 개념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적용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의 능력 간 통합을 더욱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핵억제 전략 발전 토대 마련한 한미 핵협의그룹 

2023년 한미는 NCG 출범을 통해 동맹의 핵 억제 전략 및 태세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한미는 NCG 과업의 진전을 이루기 위해 또 다른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첫째, 한미 공동의 핵 및 전략 기획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기획 역량을 향상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MAGA 목표 달성을 위해 아시아지역 동맹과의 유대를 강조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중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한반도가 러시아·북한 등 다수의 핵 위협으로 둘러싸여 있는 상황에서 북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핵 억제 계획, 정부의 메시지 관리체계 등 우리의 기획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위기관리, 신뢰 구축 등 다양한 전략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억제전략 발전이 필요하다. 미국은 위험감소 외 위기관리를 통합억제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오판, 오인, 오해에 의한 우발적 확전을 방지하고 위기가 핵 사용으로 확전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위험 감소, 신뢰 구축 등도 억제와 함께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의 양대 축이며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우발적 또는 의도적 확전 가능성에 대비한 포괄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셋째, 핵 관련 전문가 육성과 함께 핵전략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핵 문제를 제외하고는 한반도의 안보 문제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안보 분야 종사자들의 핵전략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미국은 핵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전문 인력을 학교 교육 후에도 10년 이상의 숙련과 동기부여를 통해 최고 전문가로 육성한다. 올해 국방부는 국방대학교에 우리나라 최초로 핵전략학과를 신설했다. 학위과정 이후 숙련된 전문가 육성을 위한 인센티브와 교육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국방부, 합참, 전략사 등에 근무하는 인원은 물론 안보기관 종사자의 핵전략 교육 기회 마련도 국방부가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첫 핵무기 사용 이후 국제사회와 학자들은 또 다른 핵무기 사용을 막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노벨상 수상자인 토머스 셸링은 수상 연설에서 이러한 인류의 노력을 앞으로도 지속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 정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핵 사용 억제라는 인류의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군사와 비군사 능력을 조화롭게 통합해 한반도의 전략적 안정을 더 공고히 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학 국방대학교 전략학부 교수
이재학 국방대학교 전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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