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조종을 넘어…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한다

입력 2025. 07. 01   16:36
업데이트 2025. 07. 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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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 미래 전쟁 이끄는 드론 혁명의 시작 

우크라 자폭드론, 러시아 군 공항 파괴

이스라엘, 이란 수도에 드론 기지 설치
수백 종류 임무 맡아 24시간 지속 수행
최신 기종 핵심은 ‘인공지능 기술 장착’
효과적 운용과 대응 능력이 승패 좌우 
우수한 국내 기술 군사 분야 적용 관건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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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전 세계 군사 전문가를 경악시킨 장면이 러시아 영토에서 펼쳐졌다. 우크라이나에서 무려 4300㎞ 떨어진 이르쿠츠크의 벨라야 기지에서 갑자기 연쇄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전략폭격기를 포함한 군 공항의 주요 무기체계가 화염에 휩싸이며 파괴되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것이 바로 우크라이나가 1년 반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한 ‘스파이더 웹 작전’의 결과였다. 러시아 내부에 소형 자폭드론을 담은 컨테이너를 몰래 반입하고, 3G·4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동시다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수백억 원짜리 전략폭격기들이 몇백만 원짜리 드론에 의해 무력화되는 순간, 전쟁 양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 작전으로 인해 10여 대의 러시아 항공기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3일, 중동에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이 ‘일어서는 사자 작전’으로 이란을 공격할 때 특수부대가 테헤란 근처에 비밀 드론 기지를 설치하고, 현지에서 직접 드론을 제작해 미사일 발사대를 공격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적국의 심장부에서 드론을 제작해 공격하는,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일이 현실이 됐다. 이들은 정밀 무기를 밀반입하고 이란의 방공망까지 무력화해 이스라엘 항공기의 제공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는 복합작전을 성공시켰다.

이러한 사례들은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시작된 드론 혁명의 연장선에 있다. 상업용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DJI 마빅 드론에 간단한 폭탄을 달아 러시아의 최신 T-90 전차를 파괴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중계됐다. 100만~300만 원 정도에 불과한 드론이 수십억 원의 전차를 무력화시키는 모습은 기존 군사 상식을 완전히 뒤바꿨다. 특히 FPV(일인칭 시점) 드론은 상대의 방공망에 탐지되지 않고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는 매월 1만 대의 드론이 격추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2024년에만 100만 대의 FPV 드론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더 이상 드론이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전쟁의 주요 무기체계가 됐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역시 응전하며 드론을 군사 작전에 긴밀하게 통합하고 있어 양측 모두 드론 없이는 전쟁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대 드론의 가장 무서운 점은 24시간 지속 작전 능력이다. 인간 조종사는 피로하고 실수하지만, 인공지능이 적용된 드론은 쉬지 않고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손바닥만 한 나노 드론부터 대형 수송기 크기의 전략 드론까지, 각각의 임무에 특화된 수백 종류의 드론들이 하늘과 바다, 땅 위를 누비며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정찰, 공격, 보급, 통신중계 등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이상 드론이 전쟁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주요 무기체계가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친러 반군 여단인 ‘보스토크’ 장병들이 자폭 드론을 공급받는 모습. 연합뉴스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이상 드론이 전쟁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주요 무기체계가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친러 반군 여단인 ‘보스토크’ 장병들이 자폭 드론을 공급받는 모습. 연합뉴스



고고도에서 비행하는 글로벌 호크(RQ-4)는 약 18~20㎞ 고도에서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하고, 해상에서는 무인 수상정이 테러리스트를 추적한다. 지상에서는 폭발물 처리 로봇이 병사들의 생명을 구하고, 수중에서는 자율 잠수정이 기뢰를 탐지한다. 드론은 이제 육·해·공 전 영역을 아우르는 전천후 무기체계로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우주 공간에서도 위성과 연동된 드론들이 정보 수집과 통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신 드론들의 핵심은 인공지능 기술이다. 단순히 원격 조종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최적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복잡한 전장 환경에서도 정확한 표적 식별과 경로 계획을 수행하며, 인간보다 빠른 반응 속도를 보여줄 수 있다. 통신 방해가 발생하는 전자전 환경에서도 미리 학습된 영상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으로 가까운 시일 내 드론 조종사 한 명이 동시에 여러 대의 드론을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드론 기술의 발전은 전략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대규모 병력과 고가 장비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했지만, 이제는 소수의 정밀한 드론이 전쟁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라는 군사 강국에 맞서 버틸 수 있는 것도, 이스라엘이 적국 내부까지 침투해 정밀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것도 모두 드론 기술 덕분이다. 이는 작은 국가나 조직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강대국에 맞설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비대칭 전력 개념이 완전히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드론 혁명의 최전선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과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국내 기업이 개발하는 드론들은 이미 국제시장에서 실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자율형 드론 개발에 필수 요소인 반도체, 5G 통신,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기술력을 군사 분야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면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서도 핵심 무기체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드론이 가져온 변화는 단순히 무기 체계의 발전을 넘어선다. 전쟁의 양상 자체가 달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군사 교리와 훈련 방식도 근본적으로 재검토되고 있다. 미래 전장에서는 드론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동시에 적의 드론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전통적인 방공 시스템으로는 군집을 이루며 비행하는 소형 드론을 막아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 러·우 전쟁에서 입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스파이더 웹 작전이나 이스라엘의 모사드 드론 제작기지 운용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미래 전쟁은 더 이상 정면 대결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창의적 사고와 기술력이 결합된 비대칭 전략이 승부를 가를 것이다. 화약, 전차, 항공기 등장에 비견될 만큼 혁명적인 이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 지식이 됐다.

앞으로 이어질 연재에서는 이러한 드론 기술의 세부적 원리와 실전 사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드론 방어 기술, 전자전 대응 능력, 그리고 미래 드론 기술의 발전 방향까지 포괄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미래 전장을 지배할 드론 기술의 세계로 함께 떠나보자.

 

필자 김형석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는 예비역 육군대령으로, 광운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는 예비역 육군대령으로, 광운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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