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발의 전우에서 네 발의 가족으로’

입력 2025. 06. 30   16:10
업데이트 2025. 06. 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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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승 상사 육군교육사령부 군견훈련소
권기승 상사 육군교육사령부 군견훈련소



군견은 전후방 각지에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7~8세가 되면 명예롭게 은퇴한다. 이러한 은퇴견의 행복한 견생(犬生) 2막을 위해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주고자 ‘네 발의 전우에서 네 발의 가족으로-은퇴 군견 무상 입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육군 군견훈련소에서 진행하는 은퇴 군견 무상 입양 프로그램은 ‘국가의 품에서 국민의 품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5년 시작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시작은 미비했지만, 현재는 은퇴 군견 무상 입양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홍보로 연간 40여 마리의 군견을 새로운 가정의 품으로 입양 보내고 있다.

육군 군견훈련소는 지난 10년간 수백 가구에 네 발의 가족 ‘군견’을 무상 입양 보냈고, 입양 후에도 지속적 관리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날이 갈수록 반려동물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각양각색의 반려동물이 등장하고, 반려동물은 가족이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우려의 시선도 따른다. 반려동물을 단순히 개인 소유물로 생각하거나 충동구매로 유실·유기하는 사례도 증가해서다.

‘무상 입양’ 프로그램은 이 같은 문제를 최소화하고 생명 존중과 책임감을 되새기는 의미도 담고 있다. 군견 무상 입양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입양을 위해선 입양 신청자의 생활환경(이사 및 출산계획 등)과 거주환경(개를 키울 수 있는 준비상태)을 제출하고, 이를 근거로 군견훈련소는 월 1회 무상입양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입양 가능 여부를 심사한다.

입양이 결정된 신청자는 군견훈련소에서 은퇴 군견을 만나 교감하면서 새로운 가족을 결정하게 된다. 매달 이뤄지는 무상 입양이지만 은퇴 군견이 새로운 가정과 함께 부대 위병소를 떠날 때는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은퇴 군견 관리 장병들도 심심찮게 마주한다.

100여 년간 군견과 같이 작전을 펼쳐 온 미 육군도 인정할 만큼 우수한 품종과 기질을 가진 군견을 보유한 육군 군견훈련소는 엄격한 적격심사를 거쳐 종모(種牡)견, 종빈(種嬪)견을 선별해 군견을 교배·출산하고 있다. 이렇게 태어난 군견은 각 주특기(정찰, 추적, 폭발물 탐지) 양성훈련을 거쳐 작전견으로 성장해 국가가 부여한 임무를 완수한다.

특히 1990년 제4땅굴 발견 뒤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다가 적 목함지뢰를 밟고 산화한 헌트, 2019년 충북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중생을 수색 끝에 열흘 만에 찾아낸 달관이 등 군견은 군(軍)과 국민 속에서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후방 각지의 모든 군견과 같이 임무에 매진하는 장병·군무원에게 감사를 전하며, 임무를 완수하고 명예롭게 은퇴한 모든 군견이 화목하고 사랑이 넘치는 새로운 가정에서 행복한 견생 2막을 함께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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