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스타를 만나다 - 올데이 프로젝트
신인답지 않은 경력직 아우라에, 회장님 장녀 춤사위까지…
‘테디표 혼성맛’ 데뷔 동시에 음원차트 싹쓸이
가창력보다 멤버 각자의 개성 융합한 콘셉트
모델 타잔, 안무가 베일리 등 이력도 쟁쟁해
‘유일한 신인’ 애니, 재벌 3세 배경에 화제성 甲
단발성 아닌 롱런하는 ‘K혼성’ 탄생할지 주목
심상치 않다. ‘올데이 프로젝트’의 인기 말이다. 더블랙레이블 소속으로 데뷔한 5인조 혼성그룹은 특별한 사건 없이 흘러가던 2025년 가요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선공개 싱글 ‘페이머스(FAMOUS)’의 뮤직비디오는 지난달 16일 공개 이후 보름이 지나도록 유튜브에서 한국 뮤직비디오 인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던 다수의 음악 플랫폼 차트에서도 무서운 상승세 끝에 정점을 찍었다. K팝 그룹이 10위권은커녕 100위권 내도 진입하기 어려운 오늘날, 이 같은 인기는 독보적이다. 정작 본인들은 아직 유명하지 않다고 노래한다. 야망이 크다.
시작점이 달라서다. 5명인 올데이 프로젝트는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경력직’이다. 현대무용 전공자 타잔은 2022년 서울패션위크에서 데뷔해 다수의 광고와 화보 촬영 경력을 가진 촉망받는 모델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220만 명을 보유한 베일리는 열네 살 때부터 안무가로 활동하며 재닛 잭슨·메건 트레이너 등 팝스타들의 백업 댄서를 맡았고, 에스파·샤이니·태양·레드벨벳의 안무에 참여했다. 우찬은 엠넷 ‘쇼미더머니’의 6번째 시즌에 출연해 인지도를 쌓았고, 빅히트뮤직에서 연습생 트레이닝 경력이 있다. 영서는 걸그룹 ‘아일릿’을 선발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알유넥스트’의 최종 데뷔조에 들었으나 새로운 길을 택했다. 유일하게 연예계 경험이 없는 멤버가 애니인데, 집안 배경에 쏟아지는 관심은 그 어떤 이보다 크다.
올데이 프로젝트가 한국 대중가요의 새로움을 장식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일단 생소하다. 2017년 데뷔해 중남미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은 4인조 그룹 ‘카드’를 제외하면 K팝 시장에서 혼성그룹은 씨가 말랐다. 오늘날 대다수의 10~20대는 투투·룰라·쿨·영턱스클럽·유피·자자·업타운·스페이스에이·샵·코요태 등 수많은 혼성그룹을 자료 화면으로 처음 접한다. 이들 그룹도 기획자 판단에 따라 조직됐기에 넓게 보면 K팝 시스템에 포함할 수 있지만, 장기 육성·기획을 결합한 제작공정이 공고해진 이후의 K팝은 서로 다른 옥타브의 조화 대신 하나 된 목소리의 가족적 합창을 선호하게 됐다. 오늘날 혼성그룹은 더욱 낯설다. 아일릿 데뷔 불발 이후 더블랙레이블의 구애를 받아 합류한 영서는 “보안 때문에 말해 줄 수 없다. 걸그룹은 아니다”는 회사의 설명을 듣고 혼성그룹 대신 인공지능(AI) 그룹을 먼저 떠올렸다고 고백한다. 버추얼이나 AI가 남녀 간의 모임보다 더 익숙한 오늘날이다.
생소한 건 성별 구성만이 아니다. 포지션도 독특하다. 영서가 유일한 보컬이며, 나머지 4명은 랩을 맡고 있다. ‘쇼미더머니6’로 어린 나이에 대중에게 눈도장을 받은 우찬을 제외하면 랩에 완벽히 특화된 멤버라고 보긴 어렵다. 각자 홀로 설 수 있을 정도의 경력을 갖춘 이가 모였으나 음악적으로는 영서와 우찬을 제외하면 이제 시작 단계다. 애니와 베일리, 타잔은 노래를 부르는 대신 각자의 보컬 톤을 살리는 방향으로 곡을 풀어 간다. ‘페이머스’의 가창 난이도는 퍼포먼스에 비해 높지 않으며, 랩 파트 또한 복잡하지 않다. 역설적으로 이 덕분에 새로운 시도가 아주 새롭지 않게 다듬어진다. 반복해 각인하는 훅과 멜로디 라인,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는 랩과 가창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종합하면 결국 화제성이다. 올데이 프로젝트는 개별 멤버, 전체 그룹, 팀을 기획한 레이블과 그 수장 모두가 그들을 둘러싼 유명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연습생들이 살아온 길과 개성을 기획된 캐릭터에 맞춰 재단하는 K팝의 일반론과는 반대다. 동시에 K팝이 아니라면 모일 수 없는 조합이기도 하다. 연습 과정부터 데뷔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끌어모을 수밖에 없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경력자들이 하나의 그룹이 되는 과정은 여러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을 연상케 한다. 서바이벌의 핵심이 무엇인가? 바로 인지도다. 최종 우승을 차지하는 것보다 어떨 때는 대중의 눈도장을 찍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올데이 프로젝트의 5명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이미 눈부시게 밝다.
이런 서사를 음악으로 모나지 않게 묘사한 프로듀서 테디의 감각이 날카롭다. ‘모든 시선들은 날 따라와, 근데 우린 유명하지도 않지’라는 아이러니한 ‘페이머스’가 그렇다. 사실 구성원들은 유명했고, 이미 유명하다. K팝 그룹이 거둘 수 있는 더 큰 유명세를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을 뿐이다. 블랙핑크 지수의 ‘어스퀘이크(earthquake)’가 떠오르는 묵직하고 날카로운 금속성의 다크팝 비트가 중심에 놓인 가운데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멕시코 전통음악과 힙합이 결합한 코리도스 툼바도스(Corridos Tumbados) 스타일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교차하며 서로 다른 음역의 보컬이 안정적으로 각자 구역에 들어선다. 개별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또 다른 타이틀곡 ‘위키드(WICKED)’에서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같은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흔적이 강하게 묻어난다. 브라질의 대중음악 흥행을 주도하는 발리 펑크(Baile Funk)와 트랩 비트를 결합한 이 곡에서 빛나는 멤버는 단연 타잔과 베일리다. 테디의 시선에서 혼성그룹의 매력은 가창을 통한 융합이 아니라 따로 또 같이하는 공존이다. ‘위키드’의 마지막 파트를 제외하면 다 함께 부르는 파트가 없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간다.
올데이 프로젝트는 빅뱅의 대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프로젝트라는 이름에도 프로젝트가 아닌’ 정식 그룹임을 강조했다. 팀이 운영되는 방식은 굉장히 과제답다. 강한 개성의 멤버들을 모아 오랫동안 명맥이 끊겼던 혼성그룹을 만들고, 한 편의 경연을 연상케 하는 노래로 성장해 나가는 서사에는 도전이 기본 전제로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일회성 기획이 아님을 강조하지만, 장기적인 팀으로서의 생명력은 아직 의문이다. 올데이 프로젝트가 그들을 수식하는 ‘모든 경계를 허무는 창조적 실험’과 함께 K팝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일단은,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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