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중국 역사를 보다
황제부터 시진핑까지 주요 인물 100인 분석
전역 후30년 연구 결실… 후배들에 울림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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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의 전설적 인물인 황제(黃帝)로부터 현재의 시진핑(習近平)에 이르기까지 100인의 주요 인물을 선정해 그 행적을 추적한 『누가 중국을 움직이는가』가 최근 이재돈(예비역 해병소장) 전 대륙전략연구소장에 의해 발간됐다. 5권 36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이다.
저자는 자타공인 중국 전문가. 그가 2002년 설립한 대륙전략연구소는 중국 전략 전문 연구소로 자리매김하며 중국에 대한 균형 있는 이해와 분석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과의 올바른 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또한 역사의 주체는 인간이기에 결국 역사는 인간의 역사이며, 역사서는 인간 자체를 추적한 기록이고 그 기록을 남기는 이 또한 인간입니다. 그러므로 중국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 속 주인공들의 면면을 추적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가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이렇듯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사실 그가 중국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은 환경의 영향이 컸다. 어려서부터 강한 유교 환경에서 성장해 중국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것. 1992년의 한·중 수교는 그 열정을 자극했다. 그래서 다음 해 전역하자마자 중국 푸단대학에 유학했고, 귀국해서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지금까지 남은 일생을 중국 연구에 바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중국을 방문한 것은 70~80여 차례에 이른다. 갈 때마다 역사 속 전적지 등을 방문했다.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그것이 안 될 때는 가족과 함께, 아니면 혼자서라도 몇 시간이고 찾아다녔다. 항우와 유방의 홍문연이 펼쳐졌던 장소, 제갈량(공명)이 죽은 곳, 바다로 대원정을 다녀온 명나라 환관 정화가 태어난 곳 등 그의 발길은 중국 여기저기로 이어졌다.
자료 수집도 함께 진행했다. 관련 책자 하나 구하려고 방문하기도 하고, 일행이 있을 경우 일정에 피해를 주기 싫어 따로 택시를 타고 서점을 순례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나마 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해 주문할 수 있어 예전에 비해 무척 편해졌다. 그렇게 해서 모인 책이 집을 가득 채웠다.
“2년쯤 됐나요? 아들이 간청하더라고요. 책 때문에 건강 나빠지겠다고요. 사고 나서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것도 있고, 종이 질이 안 좋은 것도 꽤 있었거든요. 바스러지고 먼지도 쌓이고, 보관에 문제가 있는 것도 있고, 그래서 정리를 했는데 1톤 정도 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누가 중국을 움직이는가』는 이런 노력들이 더해져서 나온 결실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그중의 하나가 인물 선정 기준이다. 책에는 황제를 비롯한 제왕과 군주, 사상가, 문인, 무인, 과학자, 음모가, 간신 등이 망라돼 있다. 대부분은 긍정적이고 걸출한 인물이지만 간신 등 부정적 인물도 일부 포함돼 있다.
“역사란 지나간 일의 기록이지만 그 일을 모두 그대로 기록할 수 없고, 역사가가 선정해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가의 주관이 결정적이죠. 100명에 대한 인물 선정은 제 주관이 많이 적용된 것 또한 맞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중국 역사 진정(進程)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인 것은 확실합니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고 한다. 인내심과 끈질긴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요즘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지금 제 나이 80대 중반입니다. 전역하고 30여 년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매달려 왔는데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이라는 건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보람도 있고요. 꼭 공부만은 아닙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제가 걸어온 길이 후배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어떤 울림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오는 8월부터 새로운 작업에 들어간다. 중국 역사에서 일어났던 전쟁과 관련된 시를 번역하는 일이다. 전쟁에 대한 경종을 주고, 국방력 강화에 대한 의미도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것이 마지막 작품이라고 그는 밝혔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일. 어디서 무엇을 들고 또 나타날지 모른다. 그의 인생은 현재진행형이다. 글=이주형/사진=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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