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행복한家 든든하軍] 한집에 태어나 같은 부대로, 한집에 살면서 같은 군복을... 가족이지만 전우입니다

입력 2025. 05. 18   12:56
업데이트 2025. 05. 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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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家 든든하軍 
육군3사단 쌍둥이 장병들, 아버지·삼 남매 공군 가족

가족은 나를 버티게 하는 든든한 힘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고, 시나브로 나를 발전케 하는 바탕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줬기에 나는 오롯이 존재했다. 이제 전우가 된 형제·남매는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숭고한 임무를 함께하고 있다. 무르익어 가는 가정의 달. 전방부대에서 복무하는 육군3보병사단 윤성유·현유 병장과 전일도·영도 병장, 아버지와 삼 남매 모두 공군 간부로 근무 중인 공군20전투비행단 김새봄 대위(진) 가족 이야기를 소개한다.

육군3보병사단 혜산진여단 GOP대대 윤성유·윤현유 병장이 철책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육군3보병사단 혜산진여단 GOP대대 윤성유·윤현유 병장이 철책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조국을 위해…이왕이면 ‘최전선’ 간다 트윈스의 자부심
혜산진여단 GOP대대 윤성유·윤현유 병장
해외 영주권도 포기하고 동반 입대
서로의 부족한 점 채워주는 버팀목


‘골육지정(骨肉之情)’. 뼈와 살을 공유할 정도로 가까운 혈족의 정을 뜻하는 사자성어이자, 끈끈한 전우애를 표현하는 백골부대의 구호다. 육군3보병사단에는 피보다 진한 전우애를 나누는 쌍둥이 형제들이 있다. 어머니의 뱃속부터 함께였던 이들은 자신과 꼭 닮은 형제를 벗 삼아 최전방을 수호하고 있다.

첫 번째 주인공 윤성유·윤현유 병장이다. 이들은 혜산진여단 GOP대대에서 영상감시병으로 복무하고 있다.

형제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해외로 이주해 초·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필리핀에서 다녔다. 해외 영주권자였지만, 조국에 대한 애정과 주어진 의무를 다하겠다는 일념으로 2023년 12월 동반 입대했다.

형제는 신병교육대에서 ‘최전방 수호병’을 지원했다. 스스로 선택한 군인의 길인 만큼, 이왕이면 휴전선과 마주한 최전선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형 윤성유(왼쪽) 병장과 동생 윤현유 병장.
형 윤성유(왼쪽) 병장과 동생 윤현유 병장.


형 윤성유 병장은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최전방 경계부대 일원으로 조국을 지키고 싶었고, 그럴 수 있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동생 윤현유 병장도 “근무할 때마다 실제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임무를 수행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6·25전쟁 때 고지전이 벌어졌던 봉우리가 가까이 보이는 작전지역에서 쌍둥이는 서로를 의지하며 성실히 생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부대에서 두 사람은 ‘모범 쌍둥이’로 통한다.

데칼코마니 같은 생김새 덕분에 에피소드도 적지 않았다고. 윤현유 병장은 “한번은 형이 근무 중 실수를 했는데, 제가 대신 혼났다. ‘내가 동생’이라고 밝히기 애매해서 그냥 형인 척하고 끝까지 들었다”는 사례를 들려줬다.

윤성유 병장도 “GOP 특성상 근무 취침을 하는 일이 잦은데, 저희를 구분하지 못해 잘못 깨웠던 적이 빈번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래도 형제는 최전방에서 함께한 시간을 통해 우애가 더 깊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람’ ‘가장 친한 친구이자 버팀목’. 형제가 서로에게 느끼는 진솔한 감정이다. 형제는 오는 6월 말 전역한다. 필리핀으로 돌아가지 않고 함께 한국에 남아 미래를 그릴 계획이다. 형은 영상·사진 편집자, 동생은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형제는 “백골부대 일원으로 최전방 철책에서 복무한다는 사실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해 빈틈없는 경계작전태세 확립에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육군3보병사단 혜산진여단 불사조대대 전일도·전영도 병장이 주둔지에서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육군3보병사단 혜산진여단 불사조대대 전일도·전영도 병장이 주둔지에서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고향을 위해…무조건 ‘백골마크’ 단다 쌍둥이의 자신감
혜산진여단 불사조대대 전일도·전영도 병장 
어려서부터 본 백골 마크 “고민 없었다” 
전역 후에도 같이…7월에 부사관 임관


혜산진여단 불사조대대 전일도·전영도 병장은 강원 철원군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다. 고향 땅을 내 손으로 지키겠단 각오로 연고지 복무병으로 지원, 같은 날 백골부대 신병교육대대에 입영했다. 철원지역엔 다른 부대도 많지만, 형제는 무조건 백골부대에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형 전일도 병장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친구, 친구의 아버지 등 군인을 보고 자라며 자연스럽게 고향에서 복무하고 싶었다”며 “백골 마크가 친숙한 느낌이라 백골부대말고 다른 부대는 고민해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느 형제가 그러하듯 전일도·전영도 병장도 입대 전엔 자주 다투고 싸웠다. 그러면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두 사람은 같은 부대에서 동고동락하며 지금도 애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형 전일도(오른쪽) 병장과 동생 전영도 병장.
형 전일도(오른쪽) 병장과 동생 전영도 병장.


동생 전영도 병장은 “자주 같이 있고, 또 친하다 보니 서로 의견이 달라 종종 마찰이 생긴다”면서 “싸우더라도 부대 안팎에서 항상 붙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조금 불편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같은 부대에서 함께 지내며 서로를 의지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형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부대에서 형은 K3 사수, 동생은 분대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붕어빵 같은 외모 탓에 서로 전투복을 바꿔 입어도 눈치를 채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부모님도 가끔 쌍둥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웃픈’ 사연도 있다. 그렇지만 형제애는 모두 인정한다.

전영도 병장은 형에 대해 “물가에 내놓은 아이와도 같다. 실수를 자주 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 그런데 종종 듬직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 ‘그래도 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반대로 전일도 병장은 “동생이 잔소리를 자주 해 귀찮지만, 저를 생각해서 하는 말임을 알기에 속으로는 고맙다”며 애정을 표현했다.

형제는 최근 임기제 부사관에 지원했다. 국가와 국민, 그리고 고향을 지키는 것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형제는 오는 7월 말 임관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우리나라 중부전선을 지키는 백골부대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군인에게 더 큰 영광은 없을 것”이라며 “적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특히 고향에 있는 가족을 위해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지난 1일 공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김영현(가운데) 하사는 아버지와 두 누나의 뒤를 이어 공군 가족이 됐다. “아버지와 누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되겠다”는 김 하사의 다짐이 누구보다 뜨거운 이유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가을 하사, 어머니 김준선 씨, 김영희 준위, 김새봄 대위(진). 부대 제공
지난 1일 공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김영현(가운데) 하사는 아버지와 두 누나의 뒤를 이어 공군 가족이 됐다. “아버지와 누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되겠다”는 김 하사의 다짐이 누구보다 뜨거운 이유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가을 하사, 어머니 김준선 씨, 김영희 준위, 김새봄 대위(진). 부대 제공


아버지의 성실함, 아이들의 반듯함... 소망을 현실로
공군10전비 김영희 준위 가족 
삼 남매도 공군 간부로 뒤 이어

공군10전투비행단 공병대대에서 시설운영통제관 임무를 수행 중인 김영희 준위는 누구보다도 특별한 공군과의 인연을 자랑한다. 지난 1일 막내 아들인 김영현 하사가 부사관으로 임관하면서 자신과 자녀 삼 남매가 모두 공군 간부가 됐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가족 중 아내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이 공군인, 그야말로 공군 가족인 셈이다.

첫째인 김새봄 대위(진)는 공군사관학교 70기로 임관해 20전투비행단에서 ‘KF-16 전환 및 작전가능’ 훈련을 받고 있다. 둘째 김가을 하사도 공군 부사관후보생 244기 항공정보운영 특기로 임관해 11전투비행단 정보처에서 근무하고 있다.

가족 모두가 공군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하지만, 이 가족의 진짜 특별한 이야기는 ‘그 시작’에 있다. 시작은 언제나 변함없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아버지 김 준위였다.

김 준위는 군복을 입고 있는 동안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늘 자기계발에 힘쓰며 더 나은 군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동안 취득한 전기·배관 등 기능장 2개, 전기·소방 관련 기사 자격증 3개, 소방·전기·에너지 관리 등 산업기사 자격증 8개가 그 방증이다. 최근에는 건설안전기사 자격증 실기 시험을 치렀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는 굉장히 성실하신 분입니다. 30년 이상 근무하시면서 항상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셨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전문성을 가지려고 늘 노력하셨습니다. 군인의 길을 택한 것도 그런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김 대위(진)가 군인이 된 이유다. 김가을 하사와 김영현 하사 역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군인을 꿈꿨다.

가족들은 삼 남매 중 마지막으로 막내인 김영현 하사가 임관한 날을 김 준위 가정의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꼽는다. 어머니이자 유일한 민간인인 김준선 씨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둘째 딸이 임관했을 때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막내와 저만 사복을 입고 있었어요. 영현이까지 군복을 입으면 참 멋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뤄졌죠.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정말 감회가 새로웠어요.”

김 준위는 “두 딸에 이어 막내 아들까지 군인이 됐다. 많이 부족한 아빠였는데 그래도 군인으로서의 아빠를 높이 평가해 준 것 같아 고마운 마음뿐”이라면서 “쉽지 않은 길이었을 텐데 힘든 시간을 잘 견뎌줬다”며 삼 남매를 기특해했다. 이들은 이제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김가을 하사는 “가족이 가장 큰 힘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항상 아버지께 조언을 구한다. 지치거나 우울할 때는 어머니와의 전화통화로 위로를 받는다”면서 “잘못해도 좋으니까 열심히만 하면 반드시 누군가는 알아준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군 생활의 나침반이 됐다”고 털어놨다.

김영현 하사도 “부사관 후보생 때 ‘이렇게 힘든 훈련을 아버지와 누나들은 어떻게 버텼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럴 때마다 군복의 무게에 대해 조금씩 깨닫게 됐다”며 “아버지와 누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 준위가 삼 남매에게 바라는 건 딱 하나. 어떤 상황에서도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김 준위는 “우리 집 가훈은 ‘이왕이면’이다. ‘이왕이면 모든 일과 상황에 최선을 다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며 “군 생활을 하는 두 딸과 이제 시작하는 아들이 뒤로 물러나지 않고 이왕이면 앞서 나가서, 자진해서, 적극적으로 군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저 또한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더욱 열심히 복무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준선 씨도 “맡은 일을 충실하게 잘 해내고, 아빠처럼 끝까지 잘 견뎌줬으면 좋겠다”면서 “군인인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해낼 거라 믿는다”고 응원했다. 송시연 기자/사진=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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