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라늄 수입해 써라” vs 이란 “생산 권리 있다”

입력 2025. 05. 16   15:28
업데이트 2025. 05. 1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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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개선 필요성엔 ‘끄덕’ 요구 사항 꺼내들자 ‘절레’


국제 이슈 돋보기
트럼프 2.0 시대의 중동 안보 ② 미국의 대이란 압박 정책과 핵협정 복원 타진 

트럼프 재선으로 불신 고조 우려 커져
취임 후 최대 압박 지침 행정명령 서명
동시에 관계 개선 추진 의도도 내비쳐
이란 새 대통령도 핵협정 복원 공감대
지난달 1차 협상서 핵심 쟁점 이견 확인
미 2개월 내 합의 시한 제시 귀추 주목

1979년 혁명을 전환점으로 역내 대표적 친미국가였던 이란이 반미 노선으로 전환하면서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가 형성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탈냉전기 이라크의 지역 패권주의를 종식한 미국은 역내 새롭게 부상한 이란의 패권주의 노선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 구축 시도와 역내 테러리즘 및 시아파 무장세력에 대한 후원이 미국의 지역 전략에 도전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중동 역내 군사력 투사에 도전하는 이란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 구축에 주목하면서 지역 불안정을 초래하는 최우선적 도전세력으로 규정했다.

지난 11일 이란 테헤란의 한 신문 판매대에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소식을 알리는 신문이 올려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이란 테헤란의 한 신문 판매대에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소식을 알리는 신문이 올려져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서 최우선적 과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으로 명명된 핵협정을 체결했다. 이란의 농축 우라늄 보유 제한과 핵무기 개발 방지를 조건으로 기존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으로 이란의 핵물질 개발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역내 안정을 담보하려는 의도가 투영됐다.

하지만 후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핵협정이 오히려 이란의 군사력 향상과 역내 위협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하면서 탈퇴했다. 동 협정에 따라 유예된 제재를 재개 및 강화하는 동시에 협정에서 허용한 핵 활동 제재에도 착수하면서 이란을 압박했다. 이에 이란은 저항의지를 밝히면서 반발했다. 특히 핵협정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하면서 우라늄 농축 활동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전반을 비판하면서 중동 역내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란 핵협정 탈퇴가 이란의 핵물질 생산능력 향상과 역내 모험주의적 행동을 초래했다고 비판하면서 협정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핵협정 복원을 계기로 추동될 양국 관계 개선을 토대 삼아 중동 역내 안정성을 담보하겠다는 논리를 보여준 것이다.

이에 핵협정 복원을 위한 공동위원회 1차 회의가 2021년 4월 개최됐으며, 2022년 2월부터는 9차 회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양측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채 협상이 교착국면에 접어들면서 잠정 중단됐다.

핵협정 복원 협상 과정에서 부상한 핵심 쟁점은 핵무기 1기 제조가 가능한 핵무기 획득시간(BoT·Breakout time)의 동결 문제다. 우라늄 농축 기술 발전에 따른 핵무기 획득시간이 단축될수록 이란의 핵탄두 개발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획득시간을 2015년 핵협정 체결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란 핵협정이 규정한 농축 농도 최대치인 3.67%를 넘어서는 수준에서 이란이 축적해 온 농축 우라늄 전부를 폐기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했다. 따라서 이란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였다.

제재 해제 및 핵협정 보증과 관련한 양측의 시각 차이도 명확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발생한 경제 손실의 적절한 보상과 미국의 전면적 제재 해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협정 일방 탈퇴 상황의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보증 조치도 요구했다.

반면 미국은 이란 핵물질 생산 능력의 구체적 감축 조치가 선행돼야 제재 해제가 가능하다고 맞섰다. 이란의 보증 조치 요구와 관련해서도 의회의 입법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아바스 아라그치(가운데)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11일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 도착한 모습. 이날 미국과 이란은 4차 핵 협상을 이어 갔다. 연합뉴스
아바스 아라그치(가운데)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11일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 도착한 모습. 이날 미국과 이란은 4차 핵 협상을 이어 갔다. 연합뉴스



미국의 압박 정책으로 초래된 이란 온건·개혁파의 입지 약화 역시 핵협정 복원 협상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미국은 고강도 제재에 따른 경제적 붕괴로 인해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면서 이란이 미국의 강압에 굴복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성공적으로 진압하면서 강경파의 입지가 커지게 됐다. 이와 함께 2020년 2월의 총선 결과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한 이란 혁명수비대 계열의 강경·보수파가 득세하면서 국내 정치 장악력을 견고히 구축했다. 이란 진보층이 대거 기권한 2024년 2월의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상호 불신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2024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당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를 겨냥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암살 모의가 발각되면서 관련 논란이 촉발됐다. 트럼프 집권 1기의 경험에 따른 이란의 거부감을 보여준 동시에 트럼프 집권 2기 미국의 압박 정책이 거세질 것이라는 부담감도 나타낸 것이다.

실제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차단을 위한 석유 수출 차단 등 대이란 최대 압박 정책 지침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란이 2주 이내에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이 가능한 사실상의 ‘핵 문턱 국가(Nuclear Threshold State)’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제기된 가운데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공조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했다.

동시에 미국은 ‘검증된 핵 평화 협정(Verified Nuclear Peace Agreement)’을 통한 이란의 평화적 성장과 번영을 강조하면서 핵협정 복원 협상 재개도 타진했다. 이란과의 관계 개선 추진을 고려한 협상 의도를 보여준 것이다. 핵협정 복원을 통한 대외정책의 성과 달성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다. 대중국 전략경쟁과 평화 창출 관점에서 주력해 온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 협상이 교착국면에 처한 상황에서 이란과의 핵협정 복원을 통해 대외정책 동력을 담보하려는 의도가 투영됐다는 시각이다.

2024년 7월 취임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핵협정 복원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경제 제재 완화를 통해 민생고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핵협정 복원과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함께 2015년 핵협정 체결 시 대외정책을 담당한 자리프 당시 외무장관을 전략 담당 부통령으로 임명하면서 핵협정 복원 협상 의지를 시사했다.

그 결과 양측은 올해 4월부로 오만이 중재하는 간접대화 방식으로 협상에 착수했다. 4월 12일의 1차 협상 이후 일련의 협상 과정에서 양측은 협상 자체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동시에 핵심 쟁점에서의 이견도 확인했다. 미국은 핵 문제에 한정한 협상을 주장한 이란에 미사일 프로그램과 무기체계 검증도 요구했다. 이란의 자체적 우라늄 농축 활동을 금지하는 대신 저농축 우라늄을 수입해 민간 핵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이란은 민간용 우라늄의 생산 권리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2개월 내 합의 도출이라는 시한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협상의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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