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확장되는 간호의 역량

입력 2025. 04. 28   15:44
업데이트 2025. 04. 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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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나 소령 국군간호사관학교 영어학과 교수
김보나 소령 국군간호사관학교 영어학과 교수


지식 묻고 연결하는 AI 
이미 훈련 파트너 역할 
학습 설계·의미 해석 통해 
실전 감각 쌓아가야 할 것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tariff)’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특정 국가에 부과된 고율의 관세는 단순한 무역 전쟁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의존도를 뒤흔드는 파장이었다. 작은 정책 변화 하나가 산업 전체의 구조를 흔들 수 있다면 교육도, 군도, 의료도 지식의 연결 방식 하나로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연결의 중심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있다. 

예전에는 단어 하나를 외우는 것으로 충분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국간사) 생도들은 ‘혈종(hematoma)’이라는 단어를 외워뒀다가 시험에 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챗GPT에게 묻는 순간 그 단어는 책을 넘어 실전으로 이어진다. 야전에서 머리를 다친 환자가 있을 때 겉으로 보이는 멍이 단순한 타박상인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두개내출혈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지를 AI는 그림처럼 보여준다.

AI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교육철학 근본에 질문을 던진다. 작년 7월, 필자는 한국영어교육학회에 참석해 ‘AI 시대, 교육의 본질로의 회귀’라는 인상 깊은 기조연설을 들었다. 연사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전통적인 교수자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오히려 ‘교수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란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탐색하고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로 교수자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다.

그 이후로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눈송이가 AI라는 경사면을 타고 커다란 눈덩이가 되듯, 단편적인 지식 하나는 여러 개념과 맞물려 입체적 이해로 커져간다. 하지만 AI로 획득한 정보를 가지고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며, 생도들이 더 나은 이해, 더 깊은 사고,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이 시대 교수자의 새로운 역할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국간사 생도들은 단순한 ‘의료인’을 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복합적 역량을 갖춘 간호장교’로 성장하고 있다. 전시 응급처치는 물론 다국적 연합작전에서의 의료 협력, 감염병 대응, 재난간호 임무수행까지 이 모든 것에 대한 배움은 책 속 지식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다양한 정보의 연결 속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교수들은 더 이상 ‘무대 위의 현자’가 아니다. 이제는 ‘조력자’로서 생성형 AI를 활용해 학습을 설계하고, 의미를 해석하며, 방향을 함께 탐색하는 존재다.

지식은 강단에서 끝나지 않고 실무현장으로 이어진다. 간호장교의 무대는 병원이기도 하고 다국적 작전 회의실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 손안의 디바이스 속 조용한 대화창도 그 무대를 준비하는 훈련장이 되고 있다. 생성형 AI는 지식을 묻고 연결하는 우리의 훈련 파트너다. 우리는 그 질문 위에 현장에서 발휘될 실전 감각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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