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전장을 준비하는
가장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방식
군 생활은 끊임없는 긴장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이다. 돌발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실제 전장상황에서는 생명과 직결된 결정을 빠르게 내려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군인의 뇌는 어떻게 작동할까? 뇌신경과학은 여기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인간의 뇌는 위험을 감지하면 즉각적으로 생존을 위한 대응 모드로 진입한다. 이를 ‘투쟁 또는 회피반응’이라고 하며, 위협적인 자극에 직면했을 때 신체가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를 하도록 돕는 생리적 반응체계다. 이 반응은 시상하부에서 시작돼 부신에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한다. 그 결과 심박수와 호흡이 빨라지고, 근육에 에너지가 공급되며, 감각이 예민해진다. 모두 생존을 위한 신체적 준비다.
하지만 이 반응은 자동적 반사작용이 아니라 복합적인 신경회로의 작동 결과다. 감정을 감지하고 위협을 평가하는 편도체, 상황을 분석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전전두피질, 과거 유사 경험을 떠올리는 데 기여하는 해마 등 다양한 뇌 영역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반응에 관여한다.
이러한 뇌의 대응시스템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반복되거나 장기화할 경우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군 생활에서 투쟁 또는 회피반응이 지속되면, 뇌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된다. 특히 코르티솔이 지속 분비되면 해마가 손상되고, 학습과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전전두피질의 기능 저하로 감정 조절과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임무 수행 중 충동적 행동이나 부정확한 판단으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한다.
단순히 위협에 잘 반응하는 군인을 양성하는 것을 넘어 위기에도 감정을 통제하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심리적 역량을 함께 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역량은 단기간에 길러지는 게 아니다. 반복적 훈련과 경험의 축적으로 뇌 신경회로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실제 상황과 유사한 조건에서의 시뮬레이션 훈련은 위기 자극에 노출되는 뇌의 반응을 보다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도와준다. 동시에 상황 판단력과 정서 조절력을 함께 향상시킨다. 또한 심호흡, 명상, 점진적 근육이완 등 자율신경계 조절기법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의 과활성화를 억제해 뇌를 안정시키고, 생리적 각성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다.
뇌는 일종의 신경가소성을 지닌 기관으로, 마치 근육처럼 반복적인 경험과 훈련으로 특정 회로가 강화되고 세분화된다. 따라서 ‘투쟁 또는 회피반응’이라는 본능적 생리반응도 훈련을 통해 충동이 아닌 전략적 선택이 가능한 뇌로 전환할 수 있다. 자신의 스트레스 반응을 인식하고, 필요한 순간에 이를 통제하거나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단순한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반복학습으로 길러지는 생리적 자기조절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고도의 판단과 통합적 사고가 요구되는 미래 전장환경에서 군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심리적 전투력이다.
전투 중 돌발상황에 당황하거나 과잉반응하는 대신 상황을 빠르게 분석하고 감정을 조율하며 명확한 판단과 명령을 전달하는 능력은 단련된 신경회로에서 비롯된다. 결국 뇌를 이해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전장을 준비하는 가장 과학적이고도 전략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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