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원점 향해 한미동맹 ‘원팀’ 날아올랐다

입력 2024. 12. 12   17:05
업데이트 2024. 12. 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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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차 쌍매훈련 현장을 가다

KF-16·F-16 ‘연합 실무장 폭격훈련’
신중한 정비 요구되는 겨울…기체·무장·장병 컨디션까지 세심한 관리
LCI 요원이 ‘이상없음’ 신호 보내자 한미 전투기 6대 활주로 박차고 비상
표적 식별·폭탄 투하·목표물 타격 ‘호흡 척척’…연합작전 팀워크 강화

추운 겨울이 찾아왔지만, 공군기지 활주로에는 비행음이 가득하다. 한미 공군은 지난 9일부터 적 침투, 국지도발·전면전 등 유사시에 대비해 전투 기량을 끌어올리는 연합훈련을 펼치고 있다. 13일까지 계속하는 훈련에는 KF-16·F-16 전투기가 투입됐다. 특히 11일에는 ‘실무장 폭격’을 수행하며 적 침투 세력과 도발 원점을 신속·정확하게 타격하는 능력을 선보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군사대비태세를 빈틈없이 유지하는 공군39비행단(39비) 159비행대대와 미 공군8전투비행단 80비행대대의 ‘2024-7차 쌍매훈련(Buddy Squadron)’ 현장을 다녀왔다. 글=김해령/사진=양동욱 기자

 

공군39비행단 KF-16(위 2대) 전투기와 미 공군8전투비행단 F-16 전투기들이 11일 진행된 연합 실무장 폭격훈련에서 플레어(Flare)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권형 원사
공군39비행단 KF-16(위 2대) 전투기와 미 공군8전투비행단 F-16 전투기들이 11일 진행된 연합 실무장 폭격훈련에서 플레어(Flare)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권형 원사

 


11일 오전 8시 공군 중원기지 39비 159비행대대 주기장. 사격 임무를 부여받은 39비 KF-16 전투기의 무장 장착과 정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영하 5도의 추위에 39비 정비사들은 흰 입김을 내뿜으면서도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이륙 예정 시간은 오전 11시40분경이지만, 그보다 훨씬 일찍 정비에 돌입했다. 임규진(준위) 무장반장은 “무장 장착에만 1시간 이상 소요되기에 평소 비행보다 이른 ‘비행 전 점검(Pre-Flight Check)’을 한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는 더 신중한 정비를 요구한다. 이상한(중령) 159정비대대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병들의 보온”이라며 “움츠러들면 집중력이 떨어져 꼼꼼한 정비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39비는 모든 격납고에 난로, 바람을 막아주는 휴게실 등을 설치했다. 이 대대장은 “기온이 낮아지면 정비계통 접합부 고무 패킹이 축소돼 기름이 샐 수 있어 작은 부분까지 세심히 본다”고 부연했다.

이날 시행된 연합 실무장 폭격훈련은 레이저유도폭탄을 활용해 표적을 정밀하게 폭격하는 능력을 연마하는 데 중점을 뒀다. KF-16에 장착된 무장은 레이저 유도 방식의 ‘GBU-12 공대지 유도폭탄’이다. 항공기에서 표적에 레이저를 조사하면 GBU-12에 설치된 레이저 탐지기가 표적에서 반사된 레이저를 감시, 해당 방향으로 활공용 핀을 움직여 폭탄을 유도한다. 레이저유도폭탄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폭탄과 비교해 전천후성이 떨어지지만, 탄착 오차가 적고 이동표적 공격 능력이 우수한 장점도 있다.


KF-16은 GBU-12와 표적식별 장비 ‘스나이퍼 타게팅 파드(Sniper Advanced Targeting Pod)’를 장착했다. 이번 사격에서 표적을 식별하고, GBU-12가 목표물로 향할 길을 만들어주는 역할도 이 표적식별 장비가 한다. 표적식별 장비는 적 대공무기 위협 범위에서 벗어난 수 ㎞ 밖에서도 이동식발사대(TEL)·지하시설 등을 식별·타격하도록 돕는다. 주간뿐만 아니라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표적을 발견하는 능력을 갖췄다.

 

 

출격을 위해 KF-16 전투기에 오르는 조종사.
출격을 위해 KF-16 전투기에 오르는 조종사.

 

연합비행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는 한미 조종사들. 사진 제공=권형 원사
연합비행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는 한미 조종사들. 사진 제공=권형 원사

 

조종사가 실무장 사격훈련에서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조종사가 실무장 사격훈련에서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전투기에 GBU-12를 장착하고 있는 무장사들.
전투기에 GBU-12를 장착하고 있는 무장사들.

 

출격하는 미 F-16 전투기.
출격하는 미 F-16 전투기.



정비사들은 GBU-12 등 외부 장착 장비를 꼼꼼히 확인했다. 앞서 전날 GBU-12 탄약 조립이 이뤄졌고, 무장사들은 기능 점검을 통해 정상 운용 여부를 파악했다. 항공 탄약은 기능과 외부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장착된다.

오전 11시40분경 활주로. 비행시간이 다가오자 159대대 KF-16 4대와 미 공군 80대대 F-16 2대가 줄지어 유도로를 따라 움직였다. KF-16은 활주로 끝에서 멈췄다. 정비사들은 최종기회점검(LCI)으로 비행 가능 상태를 판단했다. 정비사들은 엔진 흡입구, 배기구, 타이어 등 기체 곳곳을 꼼꼼히 살폈다.

LCI 요원이 기체에 꽂힌 각종 안전핀까지 제거한 뒤 조종사에게 양손을 쥐어 올리며 ‘이상 없음’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한미 전투기 6대가 연이어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한미 전투기 편대는 공중에서 만나 함께 비행했다. 편대는 삽시간에 2만 피트(약 6㎞) 고도에 도달했고, 수백 ㎞ 떨어진 사격 지점으로 이동했다.

먼저 미 F-16 전투기 1대가 표적식별 장비를 활용해 레이저를 조사했고, 우리 공군 KF-16 전투기가 GBU-12를 투하했다. 폭탄은 반사된 레이저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으며, 약 10㎞ 떨어진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다. 이처럼 한미는 표적 식별과 폭탄 투하 임무를 나눠 실사격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KF-16·F-16 전투기는 스스로 표적 식별부터 발사까지 할 수 있지만, 이날은 연합훈련인 만큼 역할을 구분해 수행했다. 팀워크를 향상하자는 취지다.

쌍매훈련은 한미 공군 전투조종사들이 같은 기지에 전개해 전투 기량을 연마하는 대대급 연합 공중훈련이다. 한미 공군은 1991년부터 정례적으로 대대급 연합 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우정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훈련은 1997년부터 ‘쌍매훈련’으로 명칭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미 공군은 올해 일곱 번째 실시된 쌍매훈련에서 ‘방어제공(DCA)’ ‘근접항공지원(CAS)’ 등 연합 항공작전을 수행하며 팀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39비 159대대 조종사 성경진 대위는 “미 공군 조종사들과 교류하며 전술·비행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언제라도 같이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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