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어떻게 싸울까? 군복 입은 대한민국 육군이라면 한 번쯤은, 어쩌면 매번 고민하는 단골 주제다. 통신장교로서 늘 ‘미군은 어떻게 통신망을 개통하고 운용할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올해 우리 여단은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에서 미군의 1개 중대와 함께 연합작전 임무를 맡게 됐다. 당시 제한적이지만 미군의 통신장비를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대 규모의 통신장비는 무전기가 전부였다. 이를 한국 장비와 연동해 활용하려 했으나 나의 무지함과 기본적인 장비 정보·운용법이 미숙해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연락간부를 미군 중대에 파견, 전투를 수행했다.
이후 한미연합사단 협조단에서 감사하게도 통신장비 시연에 초청해 줬다. 덕분에 미군의 통신장비를 견학할 수 있었다. 시연 현장에서 미군의 통신장비를 접하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미군의 통신장비는 대부분 위성통신을 기반으로 한다. 미군에는 우리나라의 전술정보통신망(TICN)과 같은 장비도 있지만 개통의 편의성·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위성통신체계가 매우 발달해 있었다. 이는 지형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장을 가시화하며 상하제대 간 정보의 유통을 보장하는 강력한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둘째, 미군의 통신장비는 상호 연동성이 뛰어났다. 평지에선 실시간 연동이 되고, 최적의 경로를 자동 탐지하고 통신해 통신망의 생존성을 보장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이는 전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제대의 고립을 방지해 전장 가시화를 이루면서 전투제대의 생존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였다.
셋째, 미군의 통신장비는 확장성이 아주 높았다. 일반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군 통신의 전송로로 활용할 수 있고, 인터넷망의 지도나 유용한 정보를 군사작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기반망이 많은데, 아직은 활용할 수 없다는 게 아쉽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통신장비의 정비는 군인에 의해 이뤄졌다. 개발업체에서 유지보수를 받는 우리와 달리 전력화된 장비는 미군의 정비사가 전부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 또한 놀라웠다. 장비를 유지하고자 어려운 기술이 접목된 장비에 관해 공부하고 전문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에 느끼는 점이 많았다. 한국군과 미군은 규모 및 사고·운영방식 등 모든 것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통신장비 시연 현장에서 새삼 기술의 발전은 끝이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 양질의 정보통신기술을 우리 군에 접목하고 더 좋은 통신환경을 제공해 지휘관·전투원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장교가 되고자 꾸준히 공부하고 단련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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