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 동해선 완전작전’ 이끈 육군22보병사단 장병들
‘제 위치 제 역할’ 모두가 빛났다
감시병 우현서 일병이 첫 식별
‘사족보행도 알려라’ 원칙 이행
‘모든 것 보고하라, 책임은 내가 진다’
TOD 감시반장 박승환 중사, 즉각 대응
중대장 이재하 대위, 귀순자 직접 인도
“평소 못 느껴본 긴장감에 마음 다잡아”
철저한 대비태세는 반복 훈련의 ‘결실’
부대원 전원이 노력했기에 가능했다
최근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과 쓰레기풍선 위협은 우리 국민이 적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북한으로부터 잇달아 귀순자까지 발생하면서 우리 군은 상황별 대응절차를 숙달하는 훈련을 반복하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0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북한군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하는 상황에서 눈부신 활약상으로 성공적인 임무수행을 이끌며 ‘8·20 동해선 완전작전’을 달성한 장병들이 국민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완전작전으로 대비태세 강화에 기여한 이들에게서 당시의 생생한 상황을 들어봤다. 배지열 기자/사진=부대 제공
지난달 20일 강원도 고성군 MDL 인근. 경계작전에 여념이 없던 우리 군의 감시망에 수상한 열점이 포착된 건 새벽녘이었다. 이를 처음 식별한 이는 육군22보병사단 금강산여단 정보중대 열영상감시장비(TOD) 감시병인 우현서 일병이었다.
“상황 발생 불과 10분 전 ‘열점 식별 시 사족보행이라도 보고하고, 판단 후에 투어링(주요 관측지점을 일정 시간에 정해진 횟수만큼 반복해서 보는 것)할 것을 강조한다’는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이날은 특별히 더욱 강조한 부분이었기에 신중하게 투어링하고 열점을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 일병에게 보고받은 TOD 감시반장 박승환 중사는 곧바로 화상회의를 통해 상황을 보고하고, 절차에 따라 매끄러운 귀순유도작전이 이뤄지도록 했다. 그는 평소에도 작전부대와 끊임없이 연구하고 소통하면서 감시경로와 방법을 개선하는 등 효율적인 임무수행을 위해 노력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평소에도 게을리하지 않은 상황별 워게임도 큰 몫을 했다. 박 중사는 “근무 중 병사들에게 ‘만약 이쪽으로 북한 인원이 내려오면 어디로 올 것 같나? 그러면 옆 장비는 어떻게 볼 것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실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키웠다”며 “스스로 생각하면서 주도적인 작전 수행과 실전 대응력이 나날이 발전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귀순자를 직접 대면하고 절차에 따라 인도한 고황봉대대 금강중대장 이재하 대위에게도 그날의 기억은 강렬하게 남았다.
“정보중대로부터 출동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걸 들었을 때 마침 근처 초소를 순찰하고 있어서 빠르게 현장에 도달했습니다. 직접 감시장비로 확인하니 귀순자가 저희 쪽으로 오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긴장감을 느꼈고, 실제 상황인 만큼 어떠한 변수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최전방 감시 임무를 맡고 있는 장병들은 부단한 반복 숙달 훈련으로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왔다. 소초에서는 조우전 훈련의 하나로 상황조치훈련을 주 1회 이상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자체 보강훈련 등을 포함하면 전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꾸준하게 숙달하는 데 평균 주 2~3회 정도 투자하고 있다. 중대와 감시기지는 주 2회의 대대급 상황조치훈련(CPX·FTX), 일일 단위 3회 카메라 운용숙달훈련, 초동조치조 출동대기태세 점검을 소화하면서 장병들의 능동적인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복 숙달·상호 신뢰 바탕 된 완전작전
우 일병은 완전작전에 기여한 공로로 29박30일의 포상 휴가를 받았다. 바로 휴가를 출발할 수도 있었지만, 후임의 임무수행능력 숙달 및 인수인계 등을 이유로 출발을 3일로 미뤘다. 부대는 이날 우 일병이 휴가를 떠날 때 부대 차량으로 자택까지 데려다줬다. 육군 차원에서도 참모총장 표창까지 수여할 예정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좋지만 부대원 모두가 노력했기에 완전작전이 가능했다”며 “상황병 함동걸 상병, TOD 운용병 이관호 일병, 감시반장 박승환 중사 등 함께한 부대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공을 돌렸다.
우 일병은 입대 초반 군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힘든 군 생활에 반전을 준 것은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이라는 책 한 권이었다. 성격상 이전에 못한 것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컸는데 이 책을 읽고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향해 발전하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그는 “특히 책 내용 중 ‘자신을 너무 믿지 마라’는 대목이 있는데, 처음에 열점이 동물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너무 믿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더욱 이 부분을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중사는 작전지역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침투 또는 귀순 사례가 많았던 곳인 만큼 완전작전의 성공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한번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
“평소 임무 수행 시 강조하는 사항은 ‘우리 감시구역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점입니다. TOD 운용병들에게 화면에 보이는 모든 것을 제게 보고하도록 합니다. 그러면 ‘너희들에게 있는 책임은 나에게 온다. 내가 책임지고 조치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책임감을 가지고 철저하게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초심 되새기며 대비태세 유지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훈련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지칠 때가 오게 마련. 이 대위는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걸 선택했다.
“직접 순찰에 나서고 소초를 방문해 ‘나도 너와 같은 마음 가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부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표정에서 어려움이 드러날 때가 있는데, 다독여주고 격려하면서 최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대위는 ‘대위 지휘참모과정’을 수료한 후 3군단을 선택해 현재까지 GOP 중대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소·중위 시절 GOP 소초장 경험이 있었기에 중대장으로서도 이를 잘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이 임무를 맡을 기회가 적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GOP 중대장 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내가 원해서 왔기 때문에 힘들거나 나태해질 때마다 초심을 되새기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8일 북한 주민 귀순유도작전을 완수한 해병대2사단 TOD운용병 박지환 일병 역시 부대로부터 격려금과 사단장 상장, 29박30일의 포상 휴가를 받았다. 박 일병은 작전을 성공한 당일 별도의 축하행사를 한 후 사단 의전차량을 이용해 고향인 전남 광양으로 출발했다.
박 일병은 “‘상황은 반드시 내 앞에서 발생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평소 교육받은 대로 규정과 원칙에 따라 근무했다”며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사단은 최초 관측부터 신병확보에 이르기까지 작전을 완수하는 데 일조한 25명의 유공자에게 사단장 상장을 비롯한 포상 휴가를 수여했고, 추가 심의를 통해 기타 간부들에게도 상급 부대 지휘관의 포상 등을 수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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