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전우

입력 2024. 07. 01   16:37
업데이트 2024. 07. 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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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환 병장 해군2함대 도서기지
문대환 병장 해군2함대 도서기지



초등학교 시절 해군2함대사령부 관사에서 자랐다. 경기도 평택 해군기지 인근에 아파트가 있어 서해로 출항하는 함정의 경적 소리가 익숙했고, 활기찬 군가 소리에 리듬을 맞춰 등교해서인지 군가가 즐겨 보던 만화 주제가만큼이나 정겨웠다.

해군인 아버지와 함께하다 보니 이사가 잦았다. 매번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바다가 늘 나를 반겨 줬기에 외롭지 않았다. 특히 사춘기 때는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방향이 정해졌고 바다에서 때때로 해답을 얻기도 했다. 대학도 항상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바다와 관련된 학과를 선택했다. 병역의 의무 또한 당연히 해군을 선택했다. 내가 사랑하고 많은 것을 선물해 준 바다와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해군 입대를 택하게 됐다.

지난해 1월 해군병 689기로 기초군사훈련과 군사경찰 특기교육을 무사히 마친 뒤 평택 기지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고속정을 타고 발령받은 백령도에 도착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대에 처음 배치될 때의 두근거림은 잊히지 않는다. 특히 지척에서 도발을 일삼는 적과 대치 중인 서해 최전방 도서기지가 주는 긴장감은 상당했다. 하지만 해군을 선택한 나 자신을 믿고 마음을 다잡았다.

시간의 화살은 쏜살같이 날아가 어느덧 병장이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해군은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서해 최북단 도서기지에서 복무하며 피와 땀으로 서해와 북방한계선(NLL)을 수호해 온 선배 전우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경계근무를 서며 유심히 바라본 백령도의 바다는 숱하게 봐 온 바다와는 달랐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색깔과 파도, 나는 좀 더 바다를 알게 됐고 더욱 사랑하게 됐다.

바다만큼이나 소중한 전우도 생겼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지휘관과 직별 최고의 전문가인 부사관들, 의지할 수 있는 동기와 선·후임들은 전입 초기의 걱정을 금세 덜어 줬다. 백령도라는 도서기지에서 훌륭한 전우를 만난 것은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적이 도발하면 전우들과 함께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접적 해역이지만 나와 전우들은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며 해군의 길을 선택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복무하고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의 말이 떠오른다. “힘든 만큼 반드시 성장한다.”

지휘관을 믿고 전우들을 서로 보듬어 주는 이곳 백령도는 한계를 이겨 내고 청춘을 바쳐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바다와 해군,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오늘도 임무를 완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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