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림픽을 기다리며

입력 2024. 05. 09   15:08
업데이트 2024. 05. 0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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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민 서울신문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홍지민 서울신문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얼마 전 한국 남자축구가 2024 파리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꿈이 무산된 데 더해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우리가 출전하는 단체 구기 종목으로 여자핸드볼이 유일한 종목이 됐기 때문이다. 오는 6월까지 출전권 확보 경쟁을 하는 개인 종목이 남아 있긴 하나 이번 파리올림픽에 나서는 대한민국 선수단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남자축구 탈락으로 현실화했다. 

올림픽 업무를 담당하는 대한체육회는 파리로 향하는 우리 선수들이 15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때 여자농구, 남자배구, 여자배구, 남자핸드볼, 여자핸드볼에 야구(시범 종목)까지 단체 구기 6개 종목에 나서는 등 출전선수 210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200명을 돌파한 뒤 2020 도쿄올림픽 때까지 40년 가까이 출전선수 200명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으나 파리올림픽에선 200명 아래로 내려가게 된 것이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것은 1948 런던올림픽부터다. 첫 참가 때도 남자농구와 남자축구 등 단체 구기 2개 종목에 출전했다. 1952 헬싱키올림픽과 1960 로마올림픽에서는 단체 구기 종목에 하나도 출전하지 못했고, 1956 멜버른올림픽 때는 남자농구 한 종목만 나섰다. 이때를 빼놓고는 적어도 2개 이상의 단체 구기 종목에서 경쟁했다. 올림픽에서 60여 년 만에 가장 적은 단체 구기 종목 선수들이 출전하게 된 셈이다. 선수 규모는 남자농구, 남자배구, 여자배구, 남자축구를 비롯해 165명이 나섰던 1964 도쿄올림픽 때와 엇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단 규모만 줄어드는 건 아니다. 메달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5~6개를 전망하고 있다. 금메달이 확실한 종목은 양궁과 펜싱이고 태권도, 사격, 수영, 배드민턴 등에서도 금메달을 기대한다.

우리는 1976 몬트리올올림픽 레슬링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최고 13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1980년대 이후 가장 적은 6개의 금메달을 땄는데, 이번 파리올림픽 전망은 두 대회를 밑도는 것이다.

한국 스포츠의 국제경쟁력 저하는 2010년대 투기 종목부터 일찌감치 찾아왔다. 한국은 3년 전 도쿄에서 유도, 태권도, 레슬링, 복싱을 합쳐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역대 금 11·은 17·동 18개를 따낸 유도는 2012년 런던대회 이후 금맥이 끊겼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각각 동메달 2개, 1개에 그치며 아시아에서도 변방으로 밀린 레슬링과 복싱은 올림픽 출전 자체가 쉽지 않다.

역대 금 11·은 11·동 14개를 수확한 레슬링은 도쿄대회에서 2체급에 출전해 노메달에 그쳤다. ‘헝그리 정신’을 대표하며 금 3·은 7·동 9개를 따냈던 복싱은 런던대회가 가장 최근 입상대회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회 개막이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올림픽 분위기가 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이번 파리올림픽은 그동안 세계 무대에서 국위 선양에 앞장서 왔으나 최근 침체기에 접어든 우리 엘리트 스포츠가 전환점을 맞이하는 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이전 대회와 견주면 다소 위축된 조건이지만 우리 선수들이 파리에서 다시 한번 각본 없는 드라마를 펼치길 기대한다. 또 우리 국민이 그 모습을 보며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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