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 어버이날 선물은 고무신과 버선

입력 2024. 05. 09   15:08
업데이트 2024. 05. 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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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in 국방일보 - 1974년 5월 8일 자

 

1974년 5월 8일 자 1면.
1974년 5월 8일 자 1면.



8일은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뜻을 되새기는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우리 장병들 역시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직접 달아 드리지는 못하지만, 전화나 문자메시지로나마 감사인사를 올리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반세기 전 우리 장병들은 ‘어버이날’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국방일보는 1974년 5월 8일 자 1면을 통해 육군 2961부대 병사들의 효도상을 보도하며 효(孝)의 의미를 되짚어 봤는데요. 당시 2회째를 맞은 어버이날을 군에서부터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기사를 살펴보면 ‘부모에 효도는 국가의 충성이다’는 제목 아래 “육군 2961부대 장병들은 ‘어버이 은혜에 보답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병영에서 효자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실제로 이 부대는 5월을 ‘어버이 은혜 감사기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펼쳤는데요. 먼저 장병들이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손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부모님의 보살핌으로 오늘도 건강히 근무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전방에 있는 불효자식이 부모님께 한 송이 카네이션을 보내고자 합니다”는 한 장병의 편지에서 발췌한 대목은 각별한 효심을 느끼게 합니다.

전우들의 도움으로 입대 후 처음 편지를 쓴 김기남 일병은 “편지를 받고 얼굴의 주름살을 펴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해 흐뭇하게 했고요.

이 같은 부대의 ‘효자 캠페인’은 “어버이 은혜를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국가에 충성할 수 있는 군인이 될 수 있다”며 평소 효를 강조해 온 부대장의 지휘 철학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부대장은 70세가 넘은 노부모를 모시는 병사들을 따로 불러 지휘관의 위문편지와 위문품을 나눠 줬다”며 “예하부대마다 특색 있는 효도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1513중대 장병들은 그동안 모아 온 폐품을 처분해 버선, 고무신, 수건 등을 구입해 지난 3일 고향으로 보냈다”고 전합니다.

현금과 상품권 등의 선물이 주를 이루는 요즘 세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품목들입니다.

또한 “각 대대장은 이미 가정을 꾸린 ‘아버지 병사’를 대상으로 그들의 아내에게 내의 한 벌씩을 구입해 줬다”는 대목이나 “200여 명의 어머니 없는 병사들을 위해 위로가 마련됐다”는 부분에선 풍요롭지 않던 시절임에도 마음만은 풍성했던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사랑은 시대를 초월해 언제나 애틋하고 무한합니다. 우리 장병들도 그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국가수호의 막중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낳으시고 길러 주신 어버이 은혜에 보답하길 바랍니다.

노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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