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hic et nunc)

입력 2024. 05. 07   14:40
업데이트 2024. 05. 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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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용 공군10전투비행단 군종실 신부·대위
이성용 공군10전투비행단 군종실 신부·대위



행복은 막연함을 좇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
병영 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길

많은 사람이 각 종교의 신을 만나는 순간을 죽음 이후라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정통 종교는 죽음 이후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신을 만나야 한다고 교리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각 종교가 믿는 신의 가르침을 따르고 인간다움을 회복할 때, 우리는 신을 만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가 과거와 미래에 매달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학교에서 수학할 때 호스피스 시설에서 3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이 든 사람부터 젊은이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암 환자가 있었는데 그들의 행동은 비슷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찾아온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분노하고 부정하다가 어느새 수긍합니다. 그 뒤로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여겼습니다. 그들은 눈을 떴을 때 죽음이 아닌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그렇게 기쁘고 소중하게 하루를 살아갔습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매일 반복되는 하루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갑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관한 막연한 희망이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기에 지금을 살지 못합니다. 이는 내일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당연하게 다가올 것을 맹신하기에 그렇습니다. 반면 오늘을 사는 이들의 태도는 다릅니다. 과거는 과거에 묻어두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갑니다. 이 순간을 살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합니다. 이들의 노력은 점점 자신을 굳건하게 만들어 줍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도 이러한 경우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공간, 똑같은 생활 방식대로 살아가면서도 누군가는 이 시간을 원망하고 빨리 끝내야만 하는 지루한 시간으로 여기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또 누군가는 어찌할 수 없는 이 시간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전자는 모든 일에서 부정적이고 힘이 없어 보입니다. 표정에서부터 부정적인 모습이 묻어납니다. 하지만 후자는 군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표정에서 빛이 납니다.

‘의미치료’의 창안자이자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인 빅터 프랭클린은 자신의 저서에서 행복은 찾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내재해 있는 잠재적 의미를 실현함으로써 행복할 이유를 찾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언제가 될지도 모를 막연함을 좇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어진 상황 속에서 의미와 행복을 발견해야 합니다.

군 생활을 하는 장병 모두가 자신에게 맡겨진 상황을 탓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욱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을 발견하는 아름다운 병영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모두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 그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름다운 시간이 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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