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나무 동시에 보는 ‘싱크탱크’

입력 2024. 05. 03   17:34
업데이트 2024. 05. 0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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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미 기자의 합참 리포트(분석실험실)  ① AI 활용 무인기 감시정찰 능력 향상 실험 개념도 

군사력 건설 분야 분석평가·합동실험 등 업무 수행 
최근 AI활용 무인기 감시정찰 능력 향상 실험 성공
별도 서버 없이 정보 전송 ‘온 디바이스’…향후 전력화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우리 군 합동부대를 비롯해 육·해·공군 작전부대를 통합 지휘·감독하는 최고군령기관이다. 서로 다른 군을 하나로 묶는 ‘합동(合同)’은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군의 조직이 고도화·첨단화되고 있는 현대·미래전에서 합동을 관장하는 합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정작 합참이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국방일보는 5본부 16부 1단 2실·처로 구성된 합참 각 부대·부서의 임무와 역할을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부대장의 인터뷰 통해 부대의 비전과 그동안의 성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어본다. 아울러 미래 첨단무기 등 합참이 추진 중인 전력 체계·한국형 3축체계 등 정책 방향도 짚어볼 예정이다. 글=조아미/사진=김병문 기자

 

합참 분석실험실은 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능력 분석을 위한 모의모델을 직접 개발해 실제 훈련에 적용, 보다 과학화된 작전 운영에 이바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육군 지구사 대화력전 FTX 포탄사격에서 7포병여단 K9A1 자주포가 사격하고 있는 모습.
합참 분석실험실은 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능력 분석을 위한 모의모델을 직접 개발해 실제 훈련에 적용, 보다 과학화된 작전 운영에 이바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육군 지구사 대화력전 FTX 포탄사격에서 7포병여단 K9A1 자주포가 사격하고 있는 모습.

 



분석실험실, 합참의 ‘싱크탱크’ 역할 수행

합참 분석실험실은 합참의 ‘싱크탱크(Think Tank)’로 불린다. 분석실험실은 국방 모델링&시뮬레이션(M&S) 발전, 합참의 주요 사업 및 전투발전 요소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합동 실험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부서의 편성은 제1·2전력 분석과, 모의 분석과, 합동실험과, 합동 M&S체계관리과 등 5개과로 나뉜다. 현재 정경원(예비역 육군준장) 분석실험실장을 비롯해 육·해·공군 대령급의 주요 직위자, 전문분석관(군무원)들로 구성된다.

분석실험실의 주요 업무는 크게 4가지로 △군사력 건설 분야 분석평가 △연합합동 작전 모의 분석 △합동 전투발전 체계 지원을 위한 합동실험 △국방 모델링&시뮬레이션(M&S) 발전 및 과학적 분석체계 구축이다.

‘군사력 건설 분야 분석평가’는 전력소요분석과 전력운영분석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전력소요분석은 집에 새로운 TV를 구입할 때 가계 경제력이나 거실의 크기, 필요한 TV의 사양 등 조건에 가장 잘 맞는 TV가 무엇인지 등을 분석하는 작업과 같은 일을 수행한다.

이번엔 부모님께 최신 휴대전화를 선물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부모님이 최신 휴대전화를 오로지 통화와 문자 송수신 용도로만 사용하고 계신다. 이런 경우 부모님께 최신 휴대전화의 다양한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고, 휴대전화를 안전하고 오래 사용하도록 보호필름이나 주기적인 SW 최신화 등을 지원하는 일이 전력운영분석이다.

‘연합합동 작전 모의 분석’은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배우의 코디부터 이동수단이나 경로 등 구체적인 것들이 시나리오에 적혀 있어야 한다. 이 시나리오 대로 배우가 실제 연기하면 촬영을 통해 영화가 만들어진다. 작전계획도 마찬가지다. 작계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M&S를 이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작계를 실행한다. 작계의 효과를 분석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합동실험’을 이해하기 위해 냉장고 구매를 위해 저축을 하고, 제품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는 상상을 해보자. 이때 우리는 전력량이 충분한지 확인하고, 사용 방법도 숙지한다. 여기에 대입해 보면 합동실험은 미래 우리 군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 현재를 분석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전반적인 업무를 한다.

마지막 ‘국방 M&S 발전 업무’는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업무들을 원활히 수행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업무다.

 

AI 활용 무인기 감시정찰 능력 향상 실험 개념도
AI 활용 무인기 감시정찰 능력 향상 실험 개념도

 

무인기 영상 인공지능 판독 프로그램 화면 캡처. 합참 제공
무인기 영상 인공지능 판독 프로그램 화면 캡처. 합참 제공



온 디바이스 AI, 빠른 판독·높은 정확도로 표적 판독

위의 주요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분석실험실은 최근 ‘온 디바이스(On-Device) 인공지능(AI)’ 을 활용한 합동실험으로 무인기 감시정찰 능력 향상의 초석을 마련했다.

먼저 분석실험실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진행한 ‘AI를 활용한 무인기 감시정찰 능력 향상’ 합동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또 AI 관련 최신기술을 적시에 군에 도입하기 위해 AI 분야 최고 수준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지난해 8월 업무협약을 체결, 합동실험을 진행해 왔다.

이 합동실험은 무인기에 직접 온 디바이스 AI를 탑재해 무인기가 정찰임무 수행 중 표적을 식별하면, 실시간으로 표적의 종류 및 위치 등을 판독하고, 전파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무인기의 감시정찰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진행됐다.

온 디바이스 AI는 고가의 서버와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인 기존의 클라우드 방식 AI와 다르다. 우선 개별장치에 소형 AI 연산장치를 장착해 직접 AI 연산을 실행하므로 응답속도가 빠르다. 또 서버 없이 임무와 목적에 따라 학습된 소형 AI 모델을 탑재하므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실험은 영상 데이터베이스(DB) 구축, AI 모델 선정 및 학습, 결과검증 및 보완, 판독 소프트웨어(SW) 개발 등 4단계로 진행했다. 영상 DB 구축 때는 육군 경계·교육용 드론을 이용해 표적 자료를 수집했다. 데이터 레이블링, AI 모델 선정 및 학습 등의 단계를 거쳐 AI 모델을 제작했다. 이후 ETRI가 자체제작한 연구용 쿼드로터 드론에 이 AI를 탑재해 지난해 11~12월에 걸쳐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무인기에 탑재된 AI는 빠른 판독속도와 높은 정확도로 표적을 판독했다. 판독 결과를 지상의 지휘통제본부 및 현장지휘관에 실시간 전파함으로써 신속한 전장가시화를 통한 의사결정 지원이 가능했다. 이러한 특성으로 독립적으로 임무 수행하는 군의 무인 체계에 적용 시 높은 효용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합참은 이번 합동실험 결과를 토대로 온 디바이스 AI의 군 적용 방안을 논의하고, 향후 전력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2024년 합동실험 후속 과제로 국방 AI 관련 학습 데이터 생성 및 확보 방안 등을 선정, 추진해 나아간다는 방침이다.



인터뷰 - 정경원 분석실험실장 

“정보 정확성 높이는 AI…전장 승리 담보 기본능력 향상 기대”
“새롭게 발전하는 AI 기술 군사적 활용…합동실험 지속 추진”

정경원(예비역 육군준장) 합참 분석실험실장은 현역 시절 육군분석평가단장을 지낸 국방 M&S·분석평가 전문가다. 정경원 실장은 2022년 11월 7일부터 분석실험실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휘방침에 관한 질문에 ‘대관소찰(大觀小察)’이라는 사자성어를 들어 설명했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본다’ 대관소찰은 전체를 관찰하고 부분을 살핀다는 의미다.

“복잡한 시스템을 과학적이고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끌로 파듯이 디테일에 집중하면서도 전체 시스템의 목적과 개념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전체 시스템과 디테일을 동시에 보며 조화를 이룰 때 분석의 신뢰성과 완전성을 제고하고, 우리 분석실험실의 임무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최근 분석실험실은 ETRI와 성공적인 합동실험을 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급격히 발전하는 AI 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2018년부터 진행해왔다.

정 실장은 “지상·해상·공중에서 수집한 전자정보의 식별, 위성영상 판독 능력 향상 등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실무부대에서 적용하고 있다”면서 “더불어 킬체인(Kill Chain)을 비롯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 ‘한국형 3축 체계’에 대한 합동실험에서도 우리 군의 능력을 분석하고 발전방안을 제시했다”며 합동전력 발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상군구성군사령부(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능력 분석을 위한 모의모델을 직접 개발해 실제 훈련에 적용해 보다 과학화된 작전 운영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진행된 ‘AI를 활용한 무인기 감시정찰 능력 향상’과 관련해 무인기 감시정찰 능력이 어떻게 향상됐는지 구체적으로 답했다.

“온 디바이스 AI가 장착된 무인기는 전장에서 지휘 결심을 위한 시간을 줄일 수 있게 합니다. 이런 지휘 결심 시간 단축은 궁극적으로 전장에서 우군의 피해는 줄이면서 적에게는 결정적 손해를 입힐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죠.”

이어 또 하나의 향상된 능력은 정보의 정확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비교적 편향성이 없는 결과를 얻게 해준다”면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능력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편차를 줄여 정보의 정확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며, 이는 전장에서 승리를 담보하는 기본적인 능력을 향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이번 합동실험 이외에 온 디바이스 AI를 활용한 합동실험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먼저 드론작전사령부 등 예하부대와 현재 운용 중인 무인기 및 감시체계 등 작전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다.

국방 분야에 AI 기술을 신속히 적용하기 위한 과제도 부연했다. △학습 데이터 획득이 제한되는 표적에 대한 표적 데이터 생성 및 학습방법 △온 디바이스 AI를 활용해 탐지-식별-전투피해평가(BDA)까지 할 수 있는 방안 △생성 및 학습된 표적 데이터와 온 디바이스 AI 탑재 플랫폼 간 신속한 데이터 교환을 위한 통합 시스템 구축 방안 등을 합동실험을 통해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끝으로 정 실장은 올해 달성하고자 하는 부서의 목표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한정된 국방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분석실험실의 목표입니다. 올해는 한국형 3축 체계를 분석하고, 미래 작전 수행 및 전력발전 측면에서의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새롭게 발전되는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합동실험도 지속해서 추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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