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상담소 - 몇 번이나 말했는데 기억을 못 해요
|
Q 예전에는 스치듯이 한 말도 기억했다가 “너 이거 좋아한다고 했잖아”라면서 챙겨 줬었거든요. 요즘은 몇 번을 강조해도 기억을 못 할 때도 있어요. 가 보고 싶었던 식당이 있어 몇 번 이야기를 했거든요. 지난 주말에 거기에 갔더니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는 거예요. 여러 번 얘기했는데도 말이죠. 저를 너무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어 몇 번 말을 했는데, 나중에 그게 그 사람인지 몰랐다고 하는 식입니다. 이러다가도 어떤 건 지나가듯 말한 것도 기억을 해요. 왜 그러는 걸까요?
A 학창 시절 수업시간을 떠올려 보면 선생님이 ‘학생들이 기억하기를 바라는 것’과 ‘학생들이 실제 기억하는 것’에는 차이가 큽니다. 수학선생님이 기억하길 바라는 것은 미분·적분 등인데 실제로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선생님의 신혼여행 이야기, 숙제 안 했다고 혼내셨던 일 같은 게 남아 있을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가르쳐 주신 수학을 기억할 때도 있고요.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자기관련성’입니다. 자기관련성은 단어 그대로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지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른 것입니다. 나와 관계없는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관련된 것은 잘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모임에서 서너 시간 수다 떤 것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너는 그거 참 잘하더라”라는 칭찬을 받았다거나 “너 그건 고쳐야 돼”라는 지적을 받았던 것은 생각해 내는 식입니다.
두 번째는 ‘흥미’입니다. 미분·적분은 재미없지만 선생님의 신혼여행 같은 연애사는 흥미로워 머리에 각인됩니다. 흥미는 어떤 대상이나 활동 등에 끌리는 감정입니다. ‘여기에 흥미를 가져 봐야지’라고 해서 생기거나 ‘흥미를 가지면 안 돼’라고 해서 끊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집중하려 애를 써도 잘 안 될 때가 있고, 별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말하는데 흥미가 생겨 집중해 듣고 기억하게 되기도 합니다. 흥미가 있고 끌리는 것은 기억을 잘합니다.
세 번째는 ‘자신의 상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 온통 그 생각밖에 없다면 무슨 말도 들리지 않습니다. ‘여력이 없다, 여유가 없다’고 하는 상황으로, 인지 용량을 다 사용해 추가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럴 때는 자기와 관련되거나 흥미로운 일조차 기억을 못 하기도 합니다.
사귀는 사람, 소중한 사람이 하는 말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싶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러 번 이야기하고 재차 강조한 말조차 기억하기 힘든 때가 많은 것뿐입니다.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