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기억하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죠

입력 2024. 05. 02   15:53
업데이트 2024. 05. 02   15:59
0 댓글

연애상담소 - 몇 번이나 말했는데 기억을 못 해요 




Q 예전에는 스치듯이 한 말도 기억했다가 “너 이거 좋아한다고 했잖아”라면서 챙겨 줬었거든요. 요즘은 몇 번을 강조해도 기억을 못 할 때도 있어요. 가 보고 싶었던 식당이 있어 몇 번 이야기를 했거든요. 지난 주말에 거기에 갔더니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는 거예요. 여러 번 얘기했는데도 말이죠. 저를 너무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어 몇 번 말을 했는데, 나중에 그게 그 사람인지 몰랐다고 하는 식입니다. 이러다가도 어떤 건 지나가듯 말한 것도 기억을 해요. 왜 그러는 걸까요? 


A 학창 시절 수업시간을 떠올려 보면 선생님이 ‘학생들이 기억하기를 바라는 것’과 ‘학생들이 실제 기억하는 것’에는 차이가 큽니다. 수학선생님이 기억하길 바라는 것은 미분·적분 등인데 실제로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선생님의 신혼여행 이야기, 숙제 안 했다고 혼내셨던 일 같은 게 남아 있을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가르쳐 주신 수학을 기억할 때도 있고요.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자기관련성’입니다. 자기관련성은 단어 그대로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지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른 것입니다. 나와 관계없는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관련된 것은 잘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모임에서 서너 시간 수다 떤 것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너는 그거 참 잘하더라”라는 칭찬을 받았다거나 “너 그건 고쳐야 돼”라는 지적을 받았던 것은 생각해 내는 식입니다.

두 번째는 ‘흥미’입니다. 미분·적분은 재미없지만 선생님의 신혼여행 같은 연애사는 흥미로워 머리에 각인됩니다. 흥미는 어떤 대상이나 활동 등에 끌리는 감정입니다. ‘여기에 흥미를 가져 봐야지’라고 해서 생기거나 ‘흥미를 가지면 안 돼’라고 해서 끊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집중하려 애를 써도 잘 안 될 때가 있고, 별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말하는데 흥미가 생겨 집중해 듣고 기억하게 되기도 합니다. 흥미가 있고 끌리는 것은 기억을 잘합니다.

세 번째는 ‘자신의 상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 온통 그 생각밖에 없다면 무슨 말도 들리지 않습니다. ‘여력이 없다, 여유가 없다’고 하는 상황으로, 인지 용량을 다 사용해 추가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럴 때는 자기와 관련되거나 흥미로운 일조차 기억을 못 하기도 합니다.

사귀는 사람, 소중한 사람이 하는 말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싶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러 번 이야기하고 재차 강조한 말조차 기억하기 힘든 때가 많은 것뿐입니다.


필자 최미정 라라연구소 대표는 심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애심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애심리학자로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썼다.
필자 최미정 라라연구소 대표는 심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애심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애심리학자로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썼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