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돌자 4500㎞ 둘레 한 바퀴

입력 2024. 05. 02   16:33
업데이트 2024. 05. 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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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는 대로, 닿는 대로  코리아둘레길

‘코리아둘레길’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외곽을 빙 둘러 연결하는 약 4500㎞에 달하는 초장거리 걷기 여행길이다. 총 283개 코스가 동·서·남해안과 경기·강원도 북부 지역을 따라 조성돼 있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당연하다. 산과 바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거닐며 우리나라의 다채로운 매력을 만나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완연한 봄, 가족과 함께 산책할 겸 코리아둘레길 코스를 하나 정해 걸어 보는 것은 어떨까. 부담스럽지 않은 코리아둘레길 코스를 한데 모아 소개한다. 반드시 완보할 필요는 없다. 여러분의 체력에 맞게 걷는 것만으로도 코리아둘레길을 즐기기에는 충분할 테니까. 


배곧한울공원
배곧한울공원


노을빛 바다 바라보며 걷는 서해랑길 
해남에서 인천까지 건축·미술관 만나

전남 해남에서 출발, 서해안을 따라 거슬러 올라오는 서해랑길은 노을빛으로 물드는 바다를 바라보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몇몇 구간에서는 내륙으로 방향을 틀기도 하는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장소를 들르거나 절경을 만나기 위함이다. 

은파유원지에서 산정호수로 알려진 월명호수를 지나 전북 군산의 근대유산이 가득한 시내를 관통하는 서해랑길 54코스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길이다. 군산이 품은 자연을 한껏 누릴 수도,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당시 사용했던 건물을 재활용한 근대건축관과 근대미술관 등은 꼭 둘러보자.

감성 가득한 노을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충남 당진의 서해랑길 83코스가 제격이다. 삽교호를 중심으로 이어진 길에서는 서해대교와 삽교호 유원지 등 노을 명소로 알려진 여러 장소를 지나게 된다. ‘해어름’ ‘로드1950’ 등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카페들도 서해랑길 83코스를 따라 자리한다. 코스 전체를 걷기보다는 삽교호 유원지를 기준으로 잡고 역방향으로 거닐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걷기 여행길이 후보군이라면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서 인천대공원 방향으로 이어지는 서해랑길 93코스는 어떨까. 노을·야경과 이색적인 풍경으로 알려진 배곧한울공원을 출발해 소래포구와 소래습지생태공원 등을 지나는 길이다. 시흥을 대표하는 수변공원으로, 도심과 가까워 부담 없이 걷기에 좋은 길이다.


강릉 해파랑길 35코스.
강릉 해파랑길 35코스.


감성 충만하게 걷는 동해안 해파랑길

부산부터 고성까지…옛 7번 국도의 감성 고스란히 7080세대 향수 자극

부산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동해안을 걷는 해파랑길은 코리아둘레길 중 가장 먼저 탄생했다. 그만큼 주요 관광지와 잘 연계돼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옛 7번 국도의 감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점은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도심 속을 벗어나 걸어 보고 싶다면 경북 영덕을, 강원도의 주요 관광지를 산책하듯 둘러보고 싶다면 강릉과 속초 지역에 조성된 코스를 추천한다. 

영덕 해파랑길 21코스는 영덕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까지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12.7㎞ 길이의 걷기 여행길이다. 해안선 바로 옆에 설치된 목조 데크와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품은 해변, 고즈넉한 분위기의 어촌 등을 지나며 짙푸른 영덕 바다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그저 잔잔할 줄로만 알았던 동해안의 역동적 해안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영화나 드라마 등 해안 드라이브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 해안도로 풍경은 강릉 해파랑길 35코스다. 옥계해변부터 금진항, 심곡항을 지나 정동진에 이르는 ‘헌화로’가 바로 그곳이다. 드라이브하기에도 정말 좋은 길이지만, 두 다리로 걸을 때의 기분은 사뭇 색다르다. 강릉을 찾는 여행자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등산코스의 매력도 해파랑길 35코스에서 약간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코스에서 잠시 벗어나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트레킹 코스, ‘정동심곡바다부채길’도 둘러보기를 바란다.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유명해진 정동진이 이 길의 종점이다.

평지 위주로 걷는 코스를 원한다면 강릉 해파랑길 39코스는 어떨까. 대부분의 코스가 평평한 길이다. 동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송림 사이로 길이 이어지며 강릉의 대표 관광지인 경포호, 허균·허난설헌기념관을 지나기도 한다. 총길이가 15.8㎞에 달해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으나 전반적인 난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일부 구간만 걸어 보고 싶다면 허균·허난설헌기념관에서 경포호를 지나 해송숲길 일부 구간까지를 목적지로 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가천 다랭이마을.
가천 다랭이마을.


청량한 바다 곁을 걷는 남파랑길 
화려한 대도시·소박한 농어촌 어우러져

남파랑길은 부산부터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이어진다. 다도해와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품은 남파랑길은 수려한 해안 경관을 자랑하는 구간이다. 부산과 전남 여수 등 남해안의 대표적인 대도시를 지나며 그 화려한 면모를 즐기기에도 좋고, 농어촌마을의 소박한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남파랑길과 해파랑길이 시작되는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 앞에서 남파랑길 1코스를 따라 거닐어 보자. 부산의 도심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을 정도로 멋진 풍경이 길을 걷는 내내 펼쳐진다. 활기가 가득한 부산항과 바다·해안절벽의 장엄한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추천할 만한 길이다.

경남 남해는 남파랑길이 가장 잘 조성된 구간이다. 오래전부터 자체적으로 관리해 온 ‘남해바래길’의 주요 코스와 남파랑길이 어느 정도 겹치는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42코스와 43코스는 남파랑길을 대표하는 매력을 한껏 뽐내는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앵강다숲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캠핑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남해바래길과 남파랑길 탐방 안내센터가 있으니 백패킹과 연계하면 더욱더 알찬 코리아둘레길 여행이 될 터. 남해 남파랑길은 다양한 풍경도 보여 준다. 해안 쪽 숨겨진 숲길을 따라 걷는가 하면, 탁 트인 어촌을 만나기도 한다.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가천 다랭이마을은 남파랑길 여행의 클라이맥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름다운 비경을 선사한다.


Tips. 

코리아둘레길을 더욱더 알차게 즐기기 위해서는 ‘두루누비’ 앱이 필수다. 두루누비는 코리아둘레길 각 코스 설명과 걷기 여행을 위한 준비, 주변 정보와 팁 등을 제공하는 앱이다. ‘따라가기’ 기능을 활용하면 길 잃을 염려 없이 코스를 완보할 수 있다. 모든 코스를 완보하면 한국관광공사에서 완보인증서와 기념품을 증정한다. 그냥 걷기보다는 두루누비 앱을 이용해 한층 편안한 걷기 여행을 즐겨 보자.

한국관광공사에서는 3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약 2주간 ‘2024 봄 걷기 여행주간’을 운영한다. 코리아둘레길을 따라 걷는 여행자들을 위해 여러 이벤트를 준비했단다. 두루누비 앱을 활용해 이벤트에 참여해 보자.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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