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86F 세이버, 제트전투기 시대를 열다

입력 2024. 05. 01   16:11
업데이트 2024. 05. 01   16:41
0 댓글

모형으로 만나는 항공기 세상 - 6·25전쟁 주역 ‘쌕쌕이’ 한반도 창공 수호하다

1955년 4월 한국 공군 5대 첫 도입

1인승 전투기로 최대 168대까지 운용
공군 블랙이글스 전신 블루세이버팀
매년 도색 바꿨기에 수 많은 모형 제작
1959~1966년 사이 도색 재현에 신경
해외 뉴스·항공 잡지 2년 넘게 뒤져

 

1963년 특수비행팀 기체로 노즈 부분과 수직미익의 튤립 모양 패턴이 특징.
1963년 특수비행팀 기체로 노즈 부분과 수직미익의 튤립 모양 패턴이 특징.



쌕쌕이라 불리던 항공기가 있다. 어린 시절 어른들이 6·25전쟁 당시를 회고하면서 빠지지 않고 이야기하던 것이 쌕쌕이가 창공을 날아 북으로 출격하는 장면이다. 지난 회차에서 언급한 영화 ‘창공에 살다’ ‘빨간 마후라’가 필자에게 모형 제작을 하게 된 영감을 줬다면 그 영화 속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전투기가 F-86F 세이버다.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부터 미군은 제공권을 완벽하게 장악했기에 굳이 F-86을 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공산군이 MiG-15를 선보이자 상황이 바뀌었다. F-80, F-84 등으로 상대하기 버겁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미 공군은 F-86 세이버를 긴급하게 6·25전쟁에 투입했다. 결국 6·25전쟁은 제트전투기의 최초 대결이 이뤄져 항공 역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기게 된다.

제1세대 전투기의 상당수가 기체 전면에 에어 인테이크를 갖춘 구조인데 F-86도 마찬가지다. 이는 외형상으로 고속 비행에 적합하지 않게 보일지 모르나 흡기구, 엔진, 노즐이 일렬로 연결돼 있어 상당히 효율적인 구조다. 오늘날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기수에 레이다를 비롯한 주요 장비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주익은 고속 비행에 적합하도록 35도 뒤로 젖혀졌고, 수평 미익과 수직 미익도 후퇴익 구조다. 이는 미그기와 유사한데 제트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독일 제트전투기 Me262를 미·소 양국이 참조하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6·25전쟁 초기 투입된 F-86 초기형들은 MiG-15 성능에 밀려 고전했으나 점차 후기형인 F-86F로 발전하면서 만회하게 된다.

F-86은 1949년부터 1961년까지 총 9860기가 제작됐다.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에서도 면허 생산됐다. 25개국 이상에서 사용했는데, 한국 공군이 최초로 운용한 제트전투기이기도 하다. 최초 배치 당시에는 미국만이 운용하던 고급스러운 전투기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우수한 성능의 후속 전투기가 속속 등장하면서 해외에도 대량 공여됐다. 

F-86F 전투기는 1955년 4월 4일 우리나라 공군에 최초로 5대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최대 168대까지 운용한 전투기였다. 공군에서는 ‘세이버’라는 이름보다 ‘쌕쌕이’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기억되는 후퇴익 1인승 제트전투기다.

수원비행장에 주기돼 있던 24-839 기체로 위장도색과 수직미익의 마킹이 특징이다. 출처=필자 제작·제공
수원비행장에 주기돼 있던 24-839 기체로 위장도색과 수직미익의 마킹이 특징이다. 출처=필자 제작·제공

 

1963년 917 기체 사진. 출처=국방홍보원
1963년 917 기체 사진. 출처=국방홍보원



F-86F는 1970년대 중·후반 한때 한국 공군 특수 곡예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전신인 블루세이버팀에서 운용하기도 했다. 또한 RF-86F 정찰기는 1958년 4월 13일 12대가 최초로 도입돼 운용했고, 최대 18대까지 운용했다. 공군 최초의 사진 정찰기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카메라 성능 미비와 북한군의 대공화력 강화 및 RF-5A 정찰기 도입으로 전술적 가치가 점점 감소해 퇴역한다. 1990년 12월 19일 공군 가상 적기 부대에서 운용되던 F-86F 전투기가 퇴역해 한국공군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F-86F 전투기를 운용한 비공인 기네스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 공군에서 운영한 F-86F를 48분의 1 스케일로 여러 번 제작했다. F-86F의 경우 블랙이글스 전신인 블루세이버팀에서 에어쇼 운영 부대를 10전투비행단과 11전투비행단이 매년 바꿔가며 도색했기 때문에 모든 기체를 재현하고 싶어 많은 수의 F-86F를 제작했다.

국내 아카데미사에서 발매한 키트의 경우 48분의 1의 F-86F는 Block30을 재현해 한국 공군의 초기형만 제작이 가능했다. 한국 공군이 주로 운영하던 Block40은 주익의 길이가 양쪽으로 길어진 경우로 30에 있던 윙팁을 제거한 상태로 주익에 윙팁 여부로 알 수 있다.

이 경우 국내에서 발매한 키트가 없어 일본 하세가와에서 발매한 Block40 키트를 구매해 제작했다. 사실 Block40도 실기체의 경우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제작한 개조 키트를 사용해 국내 기체를 업그레이드한 경우였다.

한국 공군에서 운영한 RF-86F도 제작했는데 이 또한 하세가와 제품이었다. 다행히 아카데미사와 하세가와 제품이 스케일뿐만 아니라 부품도 서로 호환이 가능해 다양하게 제작했다. F-86F 키트는 국내뿐만 아니라 이탈레리, 레벨사 등 많은 모형 제작사가 발매했기 때문에 제작 환경은 매우 우수한 편이다. 또한 게라지 메이커들이 콕핏세트 및 엔진 브레이크, 엔진, 이젝션시트, 기총베이 등 다양한 부분을 발매하고 있어 인젝션 메이커들이 재현하지 못한 디테일한 부분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F-86F 제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1959년부터 1966년까지의 블루세이버팀의 도색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물론 자료는 없었다. 초기 1959년부터 블루세이버 에어쇼 기체의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해 자료를 찾기 위해 대한뉴스의 국군의 날 행사 영상부터 당시 전 세계 항공 잡지까지 뒤졌다. 국내에선 보안으로 인해 정보에 한계가 있어 해외 기자들의 뉴스, 기획기사 등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국내에서도 공군 홍보팀부터 인터넷의 떠도는 이미지 등 모든 블루세이버팀의 외장 도색을 찾기 위해 약 2년 넘게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다. 결과물은 필자의 저서 『ROKAF colors vol1 대한민국 특수비행팀 블루세이버팀』에 실렸으며 후속 블랙이글스와의 인연도 갖게 돼 자료를 제공한 것이 이 작업의 보람이라고 할 수 있다. F-86F 재현에서 10·11전투비행단의 특징이 도색에 잘 나타나 있다. 10전투비행단이 레이돔과 수직 미익의 화려함을 보인다면 11전투비행단은 동체 전반에 걸친 스트라이프 도색으로 매우 날렵함을 보인다.

필자는 F-86F 제작을 통해 과거 한국공군의 다양한 기체를 확인해 볼 수 있었고, 지속적인 제작의 원동력이 된 기체라고 생각한다.

제원
형식 : 단발 터보제트 전투기
전폭 : 11.28m 
전장 : 11.30m 
전고 : 4.29m 
주익 면적 : 29.12㎡ 
최대 이륙 중량 : 6106kg 
엔진 : 제너럴일렉트릭 
J47-GE 27 터보제트(5910파운드) × 1 
최고 속도 : 마하 0.9(1106㎞/h) 
실용 상승 한도 : 1만5100m 
최대 항속 거리 : 2454㎞ 
무장 : 12.7㎜ M3 기관총 × 6 
4개 하드포인트에 2400kg 폭장


필자 유승용은 동서울대 교수이며, 항공기 관련 스케일 모델러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 『ROKAF COLORS VOL.1 대한민국공군 특수비행팀 블루세이버 1956~1966』 등이 있다.
필자 유승용은 동서울대 교수이며, 항공기 관련 스케일 모델러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 『ROKAF COLORS VOL.1 대한민국공군 특수비행팀 블루세이버 1956~1966』 등이 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