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일상 내려놓고, 나라 위해 하나 됐다

입력 2024. 04. 23   17:06
업데이트 2024. 04. 23   17:08
0 댓글

연대와 협력… 육군52보병사단 충무훈련 현장
동원령 선포되자 순식간에 집결
트럭·대형 화물차 45대 중 44대 응소
수입 포기하고 한걸음에 달려와 감동

국가의 동원집행 능력은 전쟁의 승패와 직결된다. 전쟁과 같은 위기 대응은 군만 전담하는 것이 아닌 국가 전체가 지혜롭게 협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육군52보병사단이 6년 만에 재개된 서울시 충무훈련의 하나로 열린 ‘수송동원훈련’에 참가했다. 위기의 순간마다 하나가 됐던 아름다운 연대·협력의 현장을 다녀왔다. 글=조수연/사진=조종원 기자

육군52보병사단 동작구대대 장병이 23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서울시 충무훈련 중 수송동원훈련에서 검차가 완료된 차량에 동원차량 부대표지를 부착하고 있다.
육군52보병사단 동작구대대 장병이 23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서울시 충무훈련 중 수송동원훈련에서 검차가 완료된 차량에 동원차량 부대표지를 부착하고 있다.



하나 된 국민이 최강의 국방력

23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선양광장에 52사단 동작구대대 장병들과 노란색·녹색 민방위복 차림의 서울시청·동작구청 공무원들이 모였다.

서울시가 주관하는 충무훈련의 하나로 열린 수송동원훈련이 열리는 날. 6년 만에 열리는 실제 훈련인 만큼 관·군이 오랜만에 손발을 맞춰보는 것이라 참가자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동원 차량 집결지와 검차·인수 장소, 운전자 대기 장소가 설치되자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동원령이 선포되자, 육중한 화물차들이 요란한 엔진음을 내며 모여들었다. 고속도로 3차선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차량들. 형형색색의 이삿짐·택배 화물차, 트럭 40여 대가 순식간에 집결지를 꽉 채웠다.

이날 소집된 화물차와 트럭은 전시에 증편되는 차량이다. 군이 보유한 차량만으론 전시 적재 적시에 물자를 보급하기 역부족이다. 각종 장비와 탄약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 쓰기에 효율적인 대형 화물차, 트럭, 사륜차 등이 동원된다. 동원 차량들은 차량이 부족한 중대에 증편된다.

안내반 장병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집결지에 도착한 차량의 동원표지 부착 상태, 운전자 신분, 위험물 소지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검차 구역으로 안내했다.

검차반은 동원된 차량이 전시에 안전사고 없이 물자를 적재·수송할 수 있는지, 동원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임무를 맡았다.

검차는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차반 장병들은 동원표지 부착, 적재함 변경, 연료탱크 누유, 타이어 상태, LNG/LPG 차량 여부, 계기판 작동, 환향·제동장치 작동, 윈도 모터 작동 여부 등 8가지에 달하는 검차표 목록을 꼼꼼히 확인했다.

응소자들은 검차반 장병들의 신호에 따라 경적을 울리고 핸들을 돌리며 적극 협조했다.

검차병은 동원에 적합한 차량에는 청색 깃발을, 부적합 차량에는 적색 깃발을 들어 올렸다. 검차 절차는 3시간에 걸쳐 쉼 없이 진행됐다. 동원에 적합하지 않은 차량을 인수할 경우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적합 판정을 받은 차량에는 차량이 인도될 부대 번호를 표기한 황색 표지를 부착했다.

인도·인수반은 검차반이 판정한 검차표를 확인하고 각 지자체 인도관과 함께 인수증을 작성해 응소자들이 사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부대별로 동원된 운전병들이 동원차량을 지정 장소로 옮기면서 훈련은 마무리됐다.


검차를 통해 적합 판정을 받은 동원차량들이 이동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검차를 통해 적합 판정을 받은 동원차량들이 이동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훈련 관계관과 함께 인도·인수 절차를 숙달하고 있는 대대 장병들.
훈련 관계관과 함께 인도·인수 절차를 숙달하고 있는 대대 장병들.



높은 응소율로 위대한 국민성 증명

6년 만의 서울시 주관 충무훈련인 만큼 응소율에도 관심이 쏠렸다. 생업으로 바쁜 국민들을 평일 오전 중 갑작스럽게 ‘소환’한 훈련. 이날 동원훈련에 응소한 차량은 45대 중 44대에 달했다.

52사단 장병들과 공무원들은 치열한 일상을 내려놓고 한걸음에 달려온 국민들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훈련에서 인수관 임무를 수행한 천승호(대위) 동작구대대 지원과장도 매우 놀란 기색이었다.

천 과장은 “대형 화물차 기사님들의 일당이 40만~50만 원에 달하는데 나라를 위해 수입을 포기하고 달려와 주신 것”이라며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온 국토가 전장화되는 한반도의 전장 상황에서 국민의 결집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6·25전쟁부터 국채보상운동, 금 모으기 운동 등 국가의 희로애락에 몰입해 온 역사 속 국민의 위대한 애국정신이 있다면 위기 상황에도 ‘문제없겠다’는 자신과 애국심이 밀려들었다.

천 대위는 “응소율이 이렇게 높을 줄 몰랐는데 국민들께서 적극적으로 응소해 주셔서 크게 감동했다. 전시에도 하나가 돼 승리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전시 충무계획의 실효성 검증에 최선을 다하고 훈련 기간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