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가득 참전용사 헌집, 쾌적한 명품집으로

입력 2024. 04. 17   16:51
업데이트 2024. 04. 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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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 사업
베트남전 참전용사 ‘명품집 1호’ 현판식
“예우받고 자긍심 갖고 살 수 있게 노력”
올해 취약 계층 1000가구 대상 추진

 

국가보훈부의 국가유공자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사업 ‘명예를 품은 집’ 1호로 선정된 베트남전쟁 참전유공자 이종국 옹의 자택 개선 전과 후 모습. 보훈부 제공
국가보훈부의 국가유공자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사업 ‘명예를 품은 집’ 1호로 선정된 베트남전쟁 참전유공자 이종국 옹의 자택 개선 전과 후 모습. 보훈부 제공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했던 지난날을 기억해줘 고맙고, 또 이렇게 집을 멋지게 꾸며줘서 고맙고, 그저 고맙지 뭐….”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인근의 한 주택 안. 새롭게 태어난 자신의 집을 묵묵히 쳐다보던 베트남전쟁 참전유공자 이종국 옹은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낡고 허름해도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1970년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뒤 얻은 고엽제후유의증으로 생활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집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상황이 달라졌다. 근처 하천이 범람하면서 집에 물이 들이닥쳤고 그로 인해 벽지와 장판 전체에 곰팡이가 심각하게 생겨 건강을 위협했다.

형편상 수리는 꿈도 꾸지 못했다. 남은 생을 이대로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손을 내밀었다. 국가보훈부(보훈부)가 국가유공자의 편안한 생활과 안락한 노후를 위해 추진 중인 ‘국가유공자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사업’ 대상자에 선정된 것. 특히 이옹은 민·관 협력 주거 개선사업 ‘명예를 품은 집(명품집)’ 1호로 선정돼 의미를 더했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이날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윤형주 한국해비타트 이사장, 이호균 굿네이버스 이사장과 국가유공자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사업 ‘명품집’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이옹의 자택에서 1호 현판식을 개최했다.



강정애(왼쪽 둘째) 국가보훈부 장관이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베트남전쟁 참전유공자 이종국 옹 자택에서 ‘명예를 품은 집’ 1호 현판식을 하고 있다.
강정애(왼쪽 둘째) 국가보훈부 장관이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베트남전쟁 참전유공자 이종국 옹 자택에서 ‘명예를 품은 집’ 1호 현판식을 하고 있다.



강 장관은 현판식에 앞서 이옹의 집을 둘러보며 “고령의 국가유공자들이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건강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시는 것은 물론 국민적 존경·예우 속에서 자긍심을 갖고 생활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보훈부는 올해 중점 사업 중 하나로 취약계층 국가유공자 1000가구를 대상으로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이 편안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가장 기본이 되는 ‘쾌적한 주거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점이다.

사업은 ‘명품집’ ‘미래드림(Dream)방’ ‘나라사랑행복한 집’ 등 크게 3가지 이름으로 추진된다.

명품집은 주거 성능 개선 외에 에너지 효율 개선과 고령·장애 맞춤형 디자인을 적용하며, 미래드림방은 다자녀 국가유공자 자녀들의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두 사업 모두 민·관 연계사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보훈부는 이 두 사업을 통해 올해 목표인 1000가구 중 600가구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

앞선 두 사업과 달리 나라사랑행복한 집은 보훈부 산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이 국가 예산(복권기금)을 바탕으로 자체 추진하는 사업이다. 보훈공단은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에너지재단, 한국가스공사, 의정부시, 군포시 등 다양한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원 분야를 늘려가고 있다. 보훈공단은 2009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해 현재까지 복권기금 390억여 원을 투입, 6900여 가구의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의 삶의 질을 높였다.

아울러 보훈공단은 현장 점검 시 주택 붕괴 위험 등 열악한 환경으로 리모델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보훈공단에서 운영하는 양로시설인 보훈원에 입소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14일 열린 제1차 주거환경개선사업 운영위원회에서는 충북 음성군에 거주하는 베트남전쟁 참전유공자 윤모 옹의 자택이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보훈원 입소를 지원하기로 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공정한 기준을 통해 추천대상자를 선정한다”며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한 취약계층 보훈가족들이 우선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전국 27개 지방보훈관서와 보훈공단에 주거환경 개선사업 추천대상자 선정 가이드라인(지침)을 배포해 활용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임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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