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미국 제친 한국 ‘레드백’…호주와 3조 원 규모 수출 계약

입력 2023. 12. 10   13:26
업데이트 2023. 12. 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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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까지 129대 순차 공급
국내선 전력화되지 않은 무기체계
수출용 개발·공급은 이번이 처음

K21·K9 자주포 기반…기동성 탁월
‘아이언 비전’ 외부 감시 능력 장점


레드백 : K21 보병전투장갑차에 적용된 기술과 K9 자주포의 파워팩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최대출력이 1000마력에 달해 탁월한 기동성을 자랑한다. 레드백이라는 이름은 호주에 사는 붉은등 독거미(Redback Spider)에서 따왔다.


우리 방산기업이 만든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Redback)’이 독일·미국·영국 등 방산 선진국을 제치고 호주에 수출된다. 국내에서 전력화되지 않은 무기체계를 수출용으로 개발·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위사업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 현지법인 한화디펜스 오스트레일리아(HDA)와 호주 획득관리단 간 레드백 수출계약이 체결됐다”고 8일 밝혔다. 공급 규모는 129대, 금액으로는 약 24억 달러(3조1500억 원)다.

레드백은 지난 7월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를 제치고 호주군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된 데 이어, 이번에 호주 육군의 차기 장갑차로 최종 낙점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에 따라 레드백 129대를 오는 2028년까지 순차 공급할 예정이다.


‘독거미’ 레드백 장갑차는? 

레드백은 호주 수출 목적으로 개발된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IFV)다. 호주군 요구에 맞춰 △360도 외부를 감시하는 장비(아이언 비전) △대전차 미사일 탐지·요격 체계(아이언 피스트) △강도는 높이고 무게는 줄인 고무궤도(CRT) 등 최신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레드백은 전장 7.7m·전폭 3.64m·전고 3.72m에 전투중량 43톤으로 K21보다 크고 무겁지만, 최대출력 1000마력에 달하는 파워팩을 활용해 탁월한 기동성을 자랑한다. 최고 70㎞/h로 달릴 수 있으며 항속거리는 약 560㎞다.

바퀴를 연결하는 궤도에도 최신 기술을 접목했다. 무거운 철제궤도 대신 고무·내열성 합성섬유·철선 등으로 구성된 ‘복합 소재 고무궤도(CRT)’를 사용해 주행 성능과 내구성을 크게 향상했다.

주요 무장으론 30㎜ 기관포와 스파이크(Spike) 대전차미사일을 갖춰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부무장은 7.62㎜ 기관총이 있다. 포탑에는 원격사격통제체계, 광학장치, 사격통제장치 등이 결합돼 정확성과 생존성을 끌어올렸다.

레드백의 가장 큰 특징은 장갑차 안에서 바깥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언 비전(Iron Vision) 장비 덕분이다. 승무원은 헬멧에 장착된 아이언 비전을 통해 장갑차 외부에 달린 카메라들이 보내는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지뢰와 총탄 공격에 대비한 특수방호설계로 방호력도 높였다. 특히 전투기의 레이다로 쓰이는 능동위상배열레이다(AESA)로 대전차 미사일 등을 포착, 대응탄으로 요격하는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능동방어체계를 갖췄다.


개발부터 수출까지


우수한 성능을 갖춘 레드백이지만, 호주 육군 차기 장갑차로 낙점되기까지 길은 순탄치 않았다. 국내에서 전력화되지 않은 무기체계를 단기간에 연구·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사업에 유력 글로벌 방산기업이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레드백과 함께 최종후보로 선정된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Lynx KF-41) 장갑차는 막강한 경쟁자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레드백의 성공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국방부·외교부·방위사업청·육군 등이 다각적으로 지원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우리 정부는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 팻 콘로이 방위산업장관 등 호주 주요 인사와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계약 체결을 적극 지원했다.

이번 계약으로 레드백은 K9 자주포에 이어 우리 방산기업이 호주에 두 번째로 수출한 지상장비가 됐다. 레드백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건설 중인 H-ACE 공장에서 K9 자주포와 함께 생산될 예정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정부와 군의 전폭적인 제도 지원과 외교로 레드백 최종 계약에 성공했다”며 “대한민국의 잘 갖춰진 방산 부품 생태계와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 첨단 기술을 결합해 방위산업이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한국과 호주 양국이 레드백을 기반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협력 동반자로서 육·해·공·우주·첨단분야 등 전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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