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을 말하다] ⑫ 육군특수전사령부 귀성부대 김주선 상사·주한미특수전사령부 로버트 콜라 중사

입력 2023. 07. 16   15:13
업데이트 2023. 08. 1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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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호흡’으로 다음 70년은 "We stay together"  

김주선 상사
어떤 미군보다 한국 사랑하고
우리 군 발전에 힘써줘 고마워
더 굳건하게 동맹 유지될 것

로버트 콜라 중사
훌륭한 친구 되어줘 감사
이곳서 보낸, 앞으로 보낼 시간
동맹 강화에 도움이 되길

북카페 귀성쉼터에 전시된 감사패·상장·기념품 등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는 로버트 콜라(왼쪽) 중사와 김주선 상사.
북카페 귀성쉼터에 전시된 감사패·상장·기념품 등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는 로버트 콜라(왼쪽) 중사와 김주선 상사.

 

영화 ‘기생충’으로 2020년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은 당시 소감에서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이라는 장벽을 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을 이해하려면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하고, 언어의 장벽도 뛰어넘어야 한다. 군에서도 인연을 유지하면서 훈련뿐만 아니라 문화교류 측면에서도 도움을 주고받는 한미 장병이 있다. ‘한미동맹을 말하다’ 12번째 주인공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귀성부대 김주선 상사와 주한미특수전사령부(SOCKOR) 로버트 콜라(Robert Kollar) 중사를 소개한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미군과 분기별 연합 전투준비태세 훈련 추진

김주선 상사는 합동최종공격통제관(JTAC)이다. 합동화력관측관(JFO·Joint Fire Observer)을 양성하고,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자격유지훈련을 총괄한다. 미군과 분기별로 연합 전투준비태세(CRC·Combat Redness Course) 훈련을 추진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훈련에 앞서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세밀하게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사항을 도출한다. 실제 훈련에서는 인솔, 통역, 숙식 지원 등을 한다.

이때 김 상사의 파트너가 로버트 콜라 중사다. 그는 특전사 귀성부대와 국제평화지원단 고문이다. 콜라 중사는 “내 임무는 휴전 때든, 전시든 한국에서 특전사 작전이 제대로 전개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파병·파견 경험을 다수 축적한 두 사람

두 사람은 파병·파견 경험을 다수 축적했다. 콜라 중사는 일본 오키나와를 포함해 13개국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서 생활했다. 김 상사와의 인연은 2021년 미 39특전파견대 연락담당자로 다시 한국 땅을 밟으면서 시작됐다.

김 상사는 이라크에 파병을 다녀왔고,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에서도 복무했다. 그는 “미군과 근무하기 전에는 체력과 전투기술·사격만 잘하면 된다는 전형적인 특전사였다”며 “파병 중 영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연합훈련에서도 영어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늦게나마 공부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주한미특수전사령부 로버트 콜라(왼쪽) 중사와 육군특수전사령부 귀성부대 김주선 상사가 귀성부대 항공화력유도 시뮬레이터센터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주한미특수전사령부 로버트 콜라(왼쪽) 중사와 육군특수전사령부 귀성부대 김주선 상사가 귀성부대 항공화력유도 시뮬레이터센터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긴 인연 유지하며 성공적 훈련 도모

3년간 맞춰온 이들의 환상적인 호흡은 연합 특수작전훈련이 성공적으로 펼쳐지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CRC 훈련에서는 개인·팀 전투기술을 숙달하고, 전시 한국군이 미군 차량을 운용하기 위한 험비(Humvee) 운전교육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근접전투기술(CQB) △미 전투부상자처치(TCCC) △전투사격술 △기동전술 △미 아파치 공격헬기 화력 유도 등 연합훈련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콜라 중사 “귀성부대 역사 누구보다 잘 알아”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 지난 13일. 콜라 중사가 집중호우를 뚫고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특전사 귀성부대 주둔지를 찾았다.

미 특전사의 상징 같은 ‘그린베레’를 쓰고 들어선 그는 익숙한 듯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최근에 문을 연 귀성부대 역사관에서도 찬찬히 게시물을 살펴봤다. “부대 지휘관이나 실무자가 바뀌면 관련 내용을 소개해주는데 ‘내가 다른 누구보다 여기서 오래 일했다. 웬만한 건 다 알고 있다’고 답하면 모두 웃습니다.”

장비 작동·훈련법 등 공유하는 베테랑 군인

여유롭던 그의 눈빛이 항공화력유도 시뮬레이터가 설치된 센터 시설에 들어서자 날카롭게 변했다. 전장과 유사한 화면을 제공하는 이곳에서는 특전사의 주요 임무인 적지종심침투 후 화력유도 상황을 훈련할 수 있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도록 지상레이저표적지시기(GLTD)와 다기능관측경(MFOD) 등 실물 장비도 두루 갖추고 있다.

부대원 교육을 담당하는 김 상사가 전반적인 시설·장비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내 베테랑 군인의 모습으로 장비 작동법을 공유하고, 추후 훈련 방법 등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김 상사는 K2C1 소총과 K1A 기관단총을 가져와 활용법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귀성부대 항공화력유도 시뮬레이터센터에서 김주선(왼쪽) 상사가 로버트 콜라 중사에게 장비 작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귀성부대 항공화력유도 시뮬레이터센터에서 김주선(왼쪽) 상사가 로버트 콜라 중사에게 장비 작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서로 교류하며 친분 쌓아…집으로 초대, 바비큐 파티도

사뭇 무거워질 수 있던 분위기는 북카페 귀성쉼터로 자리를 옮기면서 부드러워졌다. 이곳에는 귀성부대가 미군 부대와 교류하면서 받은 감사패·상장·기념품 등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 사이에 주문한 커피와 빙수가 놓였다. 콜라 중사는 “굉장히 차갑다”면서도 낯선 음식인 빙수를 잘 먹었다. 한국 생활도 오래된 만큼 김치찌개 등 한식을 즐겨 먹는다고 자랑하는 그였다.

김 상사와 콜라 중사는 개인적인 친분도 두텁다. 한국에서 혼자 지내는 콜라 중사를 김 상사가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김 상사는 “미국 본토에서 전시 증원 병력 4명이 2주 동안 부대에 온 적 있다”며 “같이 집으로 불러 바비큐 파티를 하고, 한국문화를 소개해 준 적 있다”고 회상했다.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부탁하자 똑같이 어색하면서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내년 1월 본국 복귀가 예정된 콜라 중사에게 김 상사는 “그동안 어떤 미군보다 한국을 사랑하고, 연합훈련에 힘써줘 고맙다”며 “너무 아쉽지만, 가족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콜라 중사도 “김 상사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커피를 마시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벌써 그립다”며 “지적이고 열심히 일하는 대단한 군인이면서, 훌륭한 친구가 되어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선배 전우들이 이뤄온 동맹의 가치 계승·발전

두 사람에게도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의 의미는 남다르다. 과거부터 선배 전우들이 이뤄온 동맹의 가치를 계승·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70년이라는 세월은 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별하다. 그동안 굳건하게 유지됐고, 지금도 이어지는 한미동맹에서 하나의 역할을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특권’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보낸, 앞으로 보낼 시간이 동맹 강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 우리는 70년 동안 ‘We go together’를 외쳤지만, 앞으로는 ‘We stay together’를 외치는 시간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콜라 중사)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기념비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때만 해도 잘 모르는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에 3만 명이 넘는 미군이 희생됐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다음 70년이 되어서도 한미동맹은 더 굳건하게 유지될 거라 확신합니다.” (김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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