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다! 한계도 없다!

입력 2023. 06. 08   17:39
업데이트 2023. 06. 0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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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포병여단, 해상 장사거리 포탄 사격 훈련

리멤버 6·25… 강력한 전투의지로 무장
시뻘건 화염 속 해상 최대사거리 사격 

K239 천무·K9 자주포 등 배치
5개 부대 16문 전력으로 총 155발 발사
실전 같은 상황으로 화력대비태세 확립 

부대 통합 후 첫 훈련…포병 전력 투입
해군·해경 합동전력 안전조치 다해
전 장병 대상 특별 정신전력교육도

육군3포병여단 K239 다연장로켓 ‘천무’가 8일 강원도 양양군 일대 해안에서 전개된 해상 장사거리 포탄사격 훈련 중 유도탄을 발사하고 있다.
육군3포병여단 K239 다연장로켓 ‘천무’가 8일 강원도 양양군 일대 해안에서 전개된 해상 장사거리 포탄사격 훈련 중 유도탄을 발사하고 있다.


유명한 실험이 있다. 수 m를 뛰어오를 수 있는 벼룩을 상자 안에 넣어 그 안에서만 뛸 수 있게 하자, 나중에는 상자가 없는데도 그 높이까지밖에 뛰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면 무한한 잠재력이 있어도 이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교훈은 우리 군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존 훈련보다 먼 거리까지 포탄을 쏘는 해상 장사거리 사격도 잠재력의 한계치를 높이는 훈련 중 하나다. 6·25전쟁에서 선배 전우들을 본받아 한계를 넘으려는 장병들의 굳은 의지가 느껴졌던 육군3포병여단의 해상 장사거리 포탄 사격 훈련 현장을 소개한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실시간 사격 상황 대포병탐지레이다로 확인

유도탄 발사 절차에 돌입한 천무 승무원들.
유도탄 발사 절차에 돌입한 천무 승무원들.


이번 훈련은 육군3군단으로 부대 통합이 이뤄진 후 처음으로 진행된 해상 포탄 사격 훈련이다. 내륙 사격장에서는 거리상 한계로 장사거리 사격이 제한되는 부대의 포병 전력까지 함께 했다. 3포병여단을 포함해 군단 예하 4개 포병대대에서 K239 천무, K9 자주포, K55A1 자주포가 배치됐다. 3보병사단 포병여단 K9 자주포까지 5개 부대 16문의 전력이 총 155발을 바다로 쏘아 올렸다.

7일 오후부터 훈련이 진행된 강원도 양양군의 해안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연장로켓 천무였다. 차량형 이동식 발사대에 실린 최대 사거리 80㎞의 장사거리탄이 위용을 뽐냈다.

장병들은 사격을 앞두고 꾸준한 훈련으로 실전에 가까운 상황에 대비했다. 유재영(중사) 사격반장은 “평소 교육훈련한 것처럼 절차 위주로 조급하지 않게 사격에 임하겠다”며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천무를 군단에서 다루는 몇 안되는 인원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탄이 하늘을 날아 바다에 떨어지는 만큼 안전조치를 위해 합동 전력이 투입됐다. 사전에 양양국제공항은 관제권 내 공역 사용을 협조하고, 해상에는 해군 고속정과 해경 경비함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실시간 사격 상황은 대포병탐지레이다(TPQ-74K)로 확인했다.


눈 깜짝할 새 수평선 너머로 사라진 포탄들 

K9 자주포들이 일제히 포탄을 발사하는 모습.
K9 자주포들이 일제히 포탄을 발사하는 모습.


“위이잉~철컹!” 

천무 발사대가 기계음과 함께 상승해 목표지점을 향해 각도를 맞추는 소리로 훈련의 막이 올랐다. 많은 장병이 흔치 않은 천무의 발사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발사 시 후폭풍이 엄청나기 때문에 사전에 발사대 뒤쪽에 물을 뿌리고, 인원 출입을 통제하는 등 안전조치도 마쳤다.

“발사!” 시뻘건 화염을 꼬리에 달고 모습을 드러낸 포탄이 희뿌연 염기를 내뿜으면서 쏜살같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사격을 마친 천무 발사대 뒤편의 땅을 확인해 보니, 성인 허벅지 높이까지 파여 있어 그 위력을 실감케 했다.

천무 장사거리탄은 해상에서 60여 ㎞ 떨어진 표적지에 정확하게 명중하면서 뛰어난 능력을 선보였다. 이충훈(중령) 여단 천도대대장은 “실전과 같은 상황에서 장사거리 포탄 사격으로 완벽한 화력대비태세를 확립했다”며 “강력한 천무의 화력으로 언제든지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결전태세를 확립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다음은 K9 자주포가 나설 차례. 천무 뒤편으로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자주포의 포신이 차례로 움직였다. “전 포대 사격명령 하겠음. 둘, 셋, 쏴!” 사격 신호와 함께 포신에서 오렌지빛이 ‘번쩍’ 하더니 굉음만 남기고 시야에서 포탄이 사라졌다.

각 포가 한 발씩 연달아 쏘는 ‘효력사’ 다음 순서는 동시탄착(Time on Target·TOT) 사격. 6문으로 구성된 1개 대대 전력 중 3문이 먼저 수직에 가까운 포신 각도로 포탄을 쏘아 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른 3문이 상대적으로 낮은 각도에서 사격했다. 이렇게 날아간 포탄 6발은 한 번에 같은 지점에 떨어져 위력을 더했다.

백승우(소령·진) 여단 사격통제장교는 “발사각과 사격 시점은 다르지만, 동시에 같은 지점을 타격할 수 있어 효율적인 사격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가운데, K9과 K55A1 자주포가 연달아 하늘을 찢는 듯한 소음을 내면서 모든 포탄을 쏘아 올리며 훈련이 마무리됐다.


6·25전쟁 발발 73주년 맞아 조국수호 의지 다져 

K9 자주포 승무원들이 사격 준비를 하고 있다.
K9 자주포 승무원들이 사격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6·25전쟁 발발 73주년을 맞아 적 도발 의지를 격멸하고 조국수호 의지를 다짐하는 데 의의를 두고 진행됐다. 당시 전장에서 희생정신을 보여준 선배 전우들처럼 완벽한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훈련 준비 과정부터 모든 장병이 구슬땀을 흘렸다.

여단에서는 훈련과 병행해 전 장병을 대상으로 호국보훈의 달 특별 정신전력교육을 진행했다. 예하 부대 소속 모든 공보정훈장교가 정신전력교육 전문 지원팀을 구성해 교육을 준비했다. 이들은 장병들과 각 부대 주둔지 인근 레이다 기지, 독립포대 등을 돌아보면서 장소별로 전쟁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여단은 교육을 통해 장병들이 전쟁의 교훈과 한미 참전용사들의 군인정신을 배워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강력한 전투의지를 키운 것으로 평가했다. 훈련에 임한 이현무 상병은 “평소에도 전우들과 적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며 “이번 훈련과 교육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배 전우들을 생각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장병들은 실전과 같은 장거리 사격훈련으로 천무와 자주포 운용능력을 향상하고, 임무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높였다. 이에 더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일전불사의 결전의지를 불태우면서 강인한 정신무장까지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이종언(준장) 여단장은 “훈련을 위해 먼 거리를 달려 온 타 부대 전력까지 투입해 안전하게 훈련을 마무리해 매우 만족스럽다”며 “실전에서는 적을 향해 장사거리 사격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해상으로 최대 사거리를 사격해 봤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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