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_전산우 시인] 하늘나라에서도 사랑을 한다

입력 2023. 01. 26   16:26
업데이트 2023. 01. 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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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우 시인
전산우 시인

 


하늘나라에서도 연애를 한다

별과 별이 만나

은하수에서 나룻배를 타고

뱃놀이를 실컷 하다가

물가 모래밭에 나란히 앉아

미래를 다짐하는 손가락을 건다

하늘나라에서도 사랑을 한다

처음에는 에덴동산처럼

두 개의 별만 있었는데

사랑을 해서 아들딸을 낳다 보니

하늘이 온통 별바다가 되었다

사랑처럼 좋은 것이 없다

사랑처럼 대단한 것이 없다

하늘나라를 저렇게 반짝거리는

아들딸로 채워 놓다니

별천지로 만들어 놓다니

불바다로 만들어 놓다니



<시감상>

눈 밝은 시인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대뜸 “하늘나라에서도 연애를”하고 “사랑”을 한단다. 시인이 눈에 비친 밤하늘의 별들은 다 사랑의 자식이란다. 그러면서 “사랑처럼 좋은 것이 없다”라고 “사랑처럼 대단한 것이 없다”라고 말하며 자꾸 너스레를 부린다. 별이 밤하늘에서 빛나는 것은 익숙한 일상의 배경 같은 것이어서, 시인의 떠벌림이 식상하고 지나칠 만도 한데, 오히려 낯설고 새로운 풍경과 서정의 울림으로 와 닿는다.

시인은 밤하늘의 별을 인격화해서 현실의 경험을 시적인 경험으로 재구성한다. 시적인 공간은 관찰과 상상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세상인데, 그것을 재구성할 때, 관찰과 상상의 기재가 발동한다.

시인의 시선이 닿은 별의 나라는 우리의 몸과 마음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연상의 세계다. 연상이란 하나의 대상으로 인해 다른 대상이 연속적으로 떠오르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시인은 별의 공간을 사랑의 공간으로 이행시킨다. 사랑의 공간에서 현실의 경험이 시적인 경험으로 연상 작용하여 육화된 별은 관념이나 추상의 존재가 아니라 의인화된 구체적 실체다. 그래서 별의 어조는 사랑하는 사람의 대화처럼 낯익고 정답다. 새로움은 낯선 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익숙한 것도 낯설고 새롭다.

별은 늘 신비로운 상상의 공간이다. 상상의 공간은 가능성의 영역이다. 밤하늘을 빼곡히 수놓은 사랑의 별처럼 여러분의 삶에 사랑이 가득 채워지기를 기원한다.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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