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작전 히든 히어로즈 ① 공군기상단
기상 변화 실시간 감지·분석
“슈퍼컴퓨터 아무리 좋아도
사람의 판단 더해져야 정확”
재해현장에서도 기상 지원
수많은 장비 정비에도 만전
최신기술 정밀 예보체계 구축
하늘을 가르는 전투기의 굉음은 한 사람의 비행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이들의 눈과 귀, 머리의 협업으로 비행은 시작되고 임무는 완성된다. 누군가는 기상을 읽고, 엔진을 정비하고, 수천 개의 전파를 쫓으며 감시한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이 모여 빈틈없는 항공 작전이 완성된다. ‘항공작전 히든 히어로즈’는 총 10회에 걸쳐 이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하늘의 경계를 넘어 승리를 만드는 ‘공군기상단’이다. 글=송시연/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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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작전 성패를 좌우한다
하늘의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러한 변화는 군 작전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공군기상단은 하늘의 변화를 실시간 감지하고 분석해 공군의 항공작전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늘의 경계를 넘어 승리를 만드는 그들의 하루는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공군기상단은 항공작전 수행에 필수인 기상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관련 부대에 유통·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기상청이 생활과 편의 제공, 재난 대비 등을 위한 대국민 서비스 중심의 예보를 한다면 공군기상단은 항공작전에 특화된 예보를 하는 것이다.
여러 지역에 있는 공군 기지와 활주로 단위로 구름의 고도·두께, 시정, 강수 여부, 착빙 가능성, 난류 발생 시간대 등 항공작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정밀 분석한다. 이는 단순히 ‘흐림’이나 ‘비’로 표현되는 수준을 넘어 고도별 풍향·풍속과 같이 정확한 수치로 제공한다.
예보관 정인창 상사는 “기상 상황은 바람과 온도에 따라 실시간 변하기 때문에 많은 관측자료를 취합해 예보를 내고 있다”며 “슈퍼컴퓨터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의 종합적인 판단 능력이 더해져야 더 정확한 분석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군기상단의 가장 큰 특징은 조종사 기상 보고인 ‘파이렙(PIREP)’이라는 피드백 체계를 갖춘 것이다. 조종사들이 비행 중 목격한 기상 현상을 보고하고, 이 정보는 즉시 예보에 반영돼 정밀도를 높인다. 현장 경험이 반영된 데이터는 실시간 변하는 기상을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정보의 활용 방식도 다르다. 민간은 국민의 자율적 판단을 돕는 참고 자료로 제공하지만, 기상단의 예보는 작전 개시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 예보 하나로 항공작전이 실행되거나 연기되며, 이는 곧 작전의 성패와 직결된다.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ed Flag Alaska)·코프 노스(Cope North) 같은 해외 연합훈련과 군사외교, 코로나19 백신 수송, 미라클·프라미스 작전,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블랙이글스 에어쇼 등에도 공군기상단의 지원이 빠지지 않았다.
산불, 태풍, 폭설, 장마, 홍수 등으로 인한 재해 현장에서도 기상을 지원한다. 대형 산불·화재 현장에서는 화마 진압을 위해 헬기를 가동해야 하는 만큼 고정밀 예보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 상사는 “부대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임무를 수행한다. 전국적인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는 더 그렇다”면서 “우리의 예보가 전우와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각오로 무결점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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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멈추지 않는 관측·분석
공군기상단의 시간은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는다. 관측, 분석, 예보, 지원 등 모든 과정이 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항공작전과 군사활동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기상 변화에 즉각 대응하도록 한다.
항공 자동 기상관측장비, 자동 기상관측장비, 기상레이다 관측장비, 상층대기 분석장비, 통합낙뢰 감시시스템, 미세먼지 감지시스템 등을 활용해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 같은 정보는 비행단을 비롯한 작전부대와 육·해군에도 전달한다.
예보는 시간 단위에 따라 초단기, 단기, 중기, 장기 예보로 구분된다. 초단기 예보는 수시간 내의 기상현상을 작성하며, 항공기 이착륙과 즉각적인 항공작전에 활용된다. 착빙, 난류, 운저 고도, 시정 악화 등 위험 기상이 발생하는 고도와 시점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름의 높이, 두께 등 입체적인 기상 정보로 시계비행 또는 계기비행의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안개가 짙을 때 시정이 언제·어느 수준까지 회복될지, 시계비행 가능 시점이 언제인지를 제공한다. 이는 조종사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실제 국지 기상은 지형, 해양, 기압 분포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아 15㎞ 이내에서도 차이를 보이기에 슈퍼컴퓨터에 의지해서만은 정밀한 수치를 얻어낼 수 없다. 파이렙을 포함해 그동안 공군기상단에 축적된 데이터, 숙련된 기상 요원의 해석이 정밀한 예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정비 또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수많은 장비가 수 ㎞ 위의 대기 흐름까지 추적하므로 미세한 고장이나 잡음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동기상장비정비사 최성현 원사는 “기상 예보에는 고도의 민감성과 정밀성이 요구되는 장비들이 필수다. 이런 장비를 1년 365일, 24시간 무중단 운영해야 하는 만큼 예민하고 까다로운 작업 환경”이라면서 “하나의 센서라도 오작동하면 오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철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상은 보이지 않는 적이다. 언제든 변할 수 있기에 365일 24시간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의 예보가 대한민국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다는 자긍심으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군기상단은 인공지능(AI) 기반 기상예측 시스템, 고해상도 수치 모델, 무인기 기상관측 기술 등 최신 시스템과 기술을 도입해 더 정밀하고, 더 빠른 예보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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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보상황실장 이주영 (중령)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자산
밤낮없이 긴장감 유지하는 이유
- 기상예보가 군 작전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례로 짙은 안개, 강풍은 항공기 운항을 직접 제한한다. 구름의 높이와 기류 상태에 따라 비행경로를 바꿔야 하며, 이는 임무 성공률에 영향을 미친다. 우천, 야간, 안개 등은 기습이나 위장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동시에 병력과 장비의 기동성을 떨어뜨리고 항공기 이·착륙에 제한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기상은 군 작전에 다양한 변수로 작용하며 항공작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을 예보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상은 실험실처럼 통제할 수 없고,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지 않는다. 매일매일 다른 조건에서 발생하기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공군기상단의 모든 인력과 시스템이 밤낮없이 긴장감을 유지하는 이유다.”
- 오보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
“결국 안전이다. 오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오보로 인해 생긴 불신은 작전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에 면밀한 분석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 어떤 마음 가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나.
“공군기상단은 날씨를 예측하는 역할을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자산이다. 군 작전 성공의 최일선에서 전우와 국민의 안전·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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