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을 말하다] ① 정승조 한미동맹재단 회장

입력 2023. 01. 08   09:29
업데이트 2023. 08. 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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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한미동맹을 말하다
①정승조 한미동맹재단 회장

“주한미군, 한미동맹의 핵심이자 상징”


군사동맹의 가치 소홀히 해선 안 돼
‘안보 우산’ 바탕 한국 경제발전 집중
‘경제 안보’ 새 패러다임 뒤엔 안보 동맹

 
IMF 금융위기 시절 국제신용평가 기관서 
“한미동맹 여전히 굳건하냐” 질문 받기도

 
한국 근무 후 본국 간 미 예비역 350여만 명
미국서 친한 여론 형성하는 우리의 지지세력

 

정승조(예비역 육군대장) 한미동맹재단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재단을 상징하는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승조(예비역 육군대장) 한미동맹재단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재단을 상징하는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이 발전하면서 한미동맹은 자연스럽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으로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기초인 군사동맹의 가치가 소홀해져서는 안 됩니다. 군사동맹을 바탕으로 든든한 신뢰관계가 구축된 동맹이라야 오래 갈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우리의 일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군의 한국 주둔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군사동맹이 와해되거나 불안정해지면, 그로부터 파생된 모든 분야의 동맹구조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군이 철수한 뒤 모든 부분이 후퇴한 필리핀의 예가 대표적이죠.”

굳건한 한미동맹, 그중에서도 군사 분야 가교 역할을 하는 정승조(예비역 육군대장) 한미동맹재단 회장은 지난 6일 국방일보와 인터뷰하면서 군사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남 이후 강조되고 있는 ‘경제안보’ 역시 군사동맹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정 회장은 “한미동맹의 핵심인 군사동맹의 국민적 이해를 높이는 활동을 꾸준히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동맹 전반과 군사 분야에 대한 막힘없는 탁견을 피력한 그는 “한미동맹재단은 한미동맹 강화에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 회장은 한미동맹은 다른 동맹들과는 출발점에서부터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는 6·25전쟁은 물론 베트남전쟁에서도 함께 피를 흘렸고, 이후에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혈맹’입니다. 물론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한미동맹재단과 같은 민간의 변함없는 동맹 강화 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힘이 돼 왔습니다.”

‘경제 안보’ 개념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배경에도 안보 동맹이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한국은 한미동맹이 제공한 ‘안보 우산’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만약 동맹의 안보 보장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국방에 훨씬 더 많은 부담을 했을 것이고, 이로 인해 경제 발전 속도도 느려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경제블록에 가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오늘날의 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역이었던 IMF 금융위기 시절 국제신용평가 기관에서 한국의 국제 신인도와 관련해 “한미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냐”, “주한미군은 안정적으로 주둔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부연했다.

정 회장이 언급한 것처럼 7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미동맹은 여러 위협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평화와 한국의 성장에 기여한 주한미군의 역할을 잊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한미동맹을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죠. 우리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 회장은 한미동맹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국가 지도자가 동맹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는 가운데 정치인·관료들은 미국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제도·시스템을 구비해야 하고, 군 지휘부는 어떤 위협에도 대처 가능한 군대를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두 나라 국민 역시 동맹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7대 합참의장을 지낸 정 회장은 최근 더욱 엄중해진 안보 상황에 맞춰 한미 연합 전력이 더욱 합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훈련은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강도 높은 훈련을 자주 실시하면 전쟁에서 피를 덜 흘리죠. 과거 팀스피리트 훈련처럼 실병 기동훈련을 실전처럼 시행하고, 을지프리덤가디언(현재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처럼 민·관·군 지휘소 훈련을 정례화하면 유사시 대응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입니다.”

정 회장은 현재 한미 군사관계에 대해서는 “협조가 잘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날로 증가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행동화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핵을 비롯한 전략자산의 운영을 작전계획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토대로 훈련하는 등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확장억제 의사 결정에 한국도 참여해 북한에 경고를 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나토(NATO)의 핵 기획그룹을 벤치마킹한 ‘동북아시아판 핵기획 그룹’ 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 조야의 수많은 인사들을 만난 정 회장은 미국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은 매우 굳건하다고 전하면서 우리 역시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제가 만난 모든 전·현직 관료와 군 인사, 민간 전문가 등은 한미동맹을 ‘가장 강력하고 깨질 수 없는 철통 동맹’이라고 말했습니다. 6·25전쟁 참전용사와 주한미군 예비역 장병 등 한국과 직접 인연을 맺은 이들 역시 한국의 눈부신 발전을 보며 자신들의 희생과 헌신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죠. 우리 역시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동맹은 부자·형제 관계와는 전혀 다릅니다.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죠. 서로에게 이익을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동맹은 유지·발전합니다. 현재 국가안보의 핵심에 한미동맹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은 상태에서 호국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그는 주한미군을 “한미동맹의 핵심이며, 상징”이라고 표현하며 그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국에서 근무하고 본국으로 복귀한 미 예비역 장병이 350여만 명입니다. 이들은 미국 내에서 친한(親韓) 여론을 형성하고, 목소리를 내는 우리의 지지세력이자 우군이죠. 한미동맹재단은 이들을 돕고 교류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6·25전쟁에서 피를 흘린 미군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은 익숙했지만, 정전협정 이후 한국에서 근무한 이들의 답례엔 조금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을 예우하고 명예를 선양하면 지속적인 우군이 돼 각계각층에서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6·25전쟁 이후에도 북한과의 교전에서 전사한 주한미군 장병이 92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정 회장은 한미동맹의 영속을 잇는 가교로서 한미동맹재단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국민적 성원을 당부했다.

“재단은 한미동맹 강화에 필요한 민간 차원의 활동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두 나라 국민이 한미동맹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실체임을 체감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구체적으로 언론을 통한 재단 활동 홍보, 전 국민이 참여하는 매달 1만 원 기부운동 확산 등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많은 국민과 장병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군의 ‘대선배’인 정 회장은 장병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군은 잘 훈련되고, 준비태세를 잘 갖췄을 때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실전처럼 훈련하고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춘 군을 만들어야 합니다. 더불어 건강하게 전역한 후 일반 국민으로서 한미동맹 강화에 일조하기를 기대합니다.” 글=맹수열/사진=백승윤 기자

 

● 한미동맹재단은

 

6·25전쟁 참전용사 고령화 
‘친한 네트워크’ 재구축 필요
주한미군전우회 창립 지원

 

한미동맹재단이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개최한 2022 한미동맹 평화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병문 기자
한미동맹재단이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개최한 2022 한미동맹 평화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병문 기자

 

한미동맹재단은 시대적 요구에 맞춰 탄생했다. 60여 년이라는 오랜 시간 한미동맹을 위해 헌신한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고령화로 이들이 맡던 ‘친한 네트워크’의 재구축이 필요했던 것. 

2017년 4월 첫걸음을 뗀 재단은 다음 달 주한미군전우회(KDVA) 창립을 지원했다. 이는 한미 장병의 우정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한국의 안보를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하자는 취지였다. 재단은 KDVA가 활발히 활동하도록 도와 미국 조야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매년 후원자들의 기금을 모아 KDVA에 50만~70만 달러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미동맹 증진을 위한 연구·교육·포럼·세미나도 전개하고 있다. 매년 7·10월 개최하는 한미동맹 평화 콘퍼런스는 한미동맹 현안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해 국내외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콘퍼런스와 병행해 열리는 역대 한미연합사령관 지휘관 포럼은 국제 안보정세와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 호평을 받고 있다. 국회의장, 국무총리, 주한 미 대사 등 한미 고위급 인사가 연설자로 나서는 한미동맹 포럼과 한미 장병이 우정을 나누는 ‘한미 동맹의 밤’도 재단이 주최하는 주요 행사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재단은 대학생들의 안보의식을 고취하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안보학술대회 논문발표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6·25전쟁의 영웅이자 워싱턴 DC에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추모의 벽’ 건립에 앞장선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의 이름을 딴 한미동맹상을 제정해 한미 중·고등학생들의 안보의식 함양에 나섰다.

이 밖에도 주한미군 근무 장병 재방한 행사를 주도하고, 6·25전쟁 참전 미군의 업적을 기록한 ‘146명의 영웅들’ 한국어판을 발간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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