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대 동아리 집중탐구] 육군군수사 ‘크로스핏 꺼리’

입력 2022. 12. 15   16:29
업데이트 2022. 12. 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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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걸이 열하나·열둘… 가빠지는 호흡 차오르는 성취감 

여러 운동 번갈아 하며 다양한 근육 발달… 장병들에 적합
군수사 전폭 지원으로 장비 갖춰… 회비로 민간 강사 교육도
크로스핏 외에도 배드민턴·줌바댄스 등 11개 종목 운영
6개월 만에 60% 이상 참여… 군수사 대표 문화 자리매김

 

크로스핏 꺼리 회원들이 박스점프를 하고 있다.
크로스핏 꺼리 회원들이 박스점프를 하고 있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쾌적한 체육관, 그 속에서 땀 흘리며 과학적인 운동에 열중하는 사람들…. 20여 년 전 잔뜩 녹슨 역기 하나로 운동을 하던 기자에게는 ‘이곳이 과연 군대 맞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하나둘 모여든 이들은 리더의 지휘에 맞춰 반복운동을 했다. 덤벨 들기, 케틀벨 스윙, 박스 뛰어오르기 등 정해진 순서에 따라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을 만드는 이들은 육군군수사령부(군수사) ‘크로스핏 꺼리’ 회원들이다. 지난 13일 현장에서 지켜본 크로스핏 꺼리는 그 어느 부대 동아리보다 자율적이고 열정적인 군수사만의 동아리 문화를 대변했다. 글=맹수열/사진=김병문 기자

* ‘꺼리’는 군수사가 동아리를 자체적으로 부르는 용어다. ‘거리’의 경상북도 사투리로, 어떤 내용이 될 만한 재료라는 뜻이다. 군수사는 각자 자신에게 맞는 ‘꺼리’를 찾아 동료들과 함께하며 에너지를 얻자는 의미로 이런 이름을 지었다.

육군군수사령부 ‘크로스핏 꺼리’ 회원들이 지난 13일 칠성대체육관에 마련된 크로스핏 단련장에서 바벨을 들어 올리고 있다.
육군군수사령부 ‘크로스핏 꺼리’ 회원들이 지난 13일 칠성대체육관에 마련된 크로스핏 단련장에서 바벨을 들어 올리고 있다.


근육 골고루 발달…장병·군무원에게 ‘딱’

“자, 오늘도 힘차게! 크로스핏 파이팅!”

크로스핏 꺼리장 이홍규 중사의 선창으로 본격적인 운동이 시작됐다.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번갈아 가며 훈련하는 크로스 트레이닝(Cross Training)과 신체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의 합성어다. 다양한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킬 수 있고, 매번 달라지는 종목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크로스핏은 단순히 몸을 예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신체능력을 강화한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유사시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장병·군무원들에게 딱 맞는 운동이 아닐까 싶네요.”

4개월여의 크로스핏으로 극적인 체력 상승효과를 경험한 이미화 군무사무관의 말이다. 턱걸이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 사무관은 거의 매일 크로스핏에 매진한 결과 이제는 10개 정도는 가뿐하다고 한다.

신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줌바댄스 꺼리 회원들.
신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줌바댄스 꺼리 회원들.


사령부 전폭 지원…전문시설·장비 갖춰

최신 운동법이 적용되는 특성상 크로스핏은 전문적인 시설과 장비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부대가 크로스핏 동아리를 운영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군수사는 전폭적인 지원으로 꺼리 문화 확산을 유도했다. 영내 다목적 실내체력단련장인 칠성대체육관을 활용해 크로스핏에 최적화된 짐(Gym)을 만들고, 케틀벨·메디신볼·바벨·턱걸이 기구 등 필수장비를 갖췄다.

꺼리원들의 열정도 단단히 한몫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회비를 모아 민간 강사를 초빙하고, 매주 4회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 크로스핏 회원보다 평균 나이가 많아 처음에는 격렬한 동작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계를 극복하고 운동 강도를 올리는 중이죠.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열정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크로스핏 강사 임재영 씨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군인·군무원들의 체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몸·마음 모두 강해져”

임씨의 말처럼 확실히 크로스핏은 힘든 운동이었다. 꺼리원들 모두 힘차게 출발했지만 세트(Set)가 거듭될수록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은 땀으로 젖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중간에 포기하는 이는 없었다. 함께 운동하는 파트너가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아 준 덕분이다. 시간이 갈수록 “파이팅” 소리가 더 커졌고, 20분의 격렬한 운동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크로스핏은 임신부도 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운동입니다. 강도를 무리하게 높이면 다칠 수도 있지만, 꺼리는 전문 강사가 개개인의 능력에 맞게 강도를 조절해 주기 때문에 그럴 걱정이 없죠. 우리 꺼리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김범수 중위는 땀을 훔쳐내며 이렇게 설명했다.

박창선 소령은 크로스핏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고 한다. 박 소령은 “크로스핏을 시작한 뒤 체력이 좋아진 것은 물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특별한 성취감’이 일에 대한 집중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별한 성취감은 비단 그만이 느끼는 건 아니었다.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를 격려해 주는 꺼리원들 역시 박 소령과 같은 기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테니스 꺼리 회원이 눈보라를 뚫고 서브를 넣는 모습.
테니스 꺼리 회원이 눈보라를 뚫고 서브를 넣는 모습.


즐겁게 일하는 문화…업무 효율성↑

꺼리는 지난 6월 취임한 엄용진(중장) 군수사령관이 강조한 병영문화 혁신 방안의 하나로 탄생했다. 군수사는 꺼리를 활성화해 건강하고 즐겁게 일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전군 군수지원태세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꺼리는 다양한 신분·계급·병과·직책이 모이고, 장교·부사관·군무원 등 간부 비율이 높은 군수사의 특색을 담고 있다. 마치 ‘직장 동아리’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병사들이 다수인 다른 부대 동아리와 차이를 보인다.

특히 자율적인 활동으로 근무 만족도를 끌어올리면서 소통·협력할 수 있다는 장점은 전군 군수지원이라는 군수사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자양분이 된다는 게 군수사의 설명이다.

지난 6월 20일 출범한 꺼리는 구성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현재 꺼리에 참여하는 군수사 구성원은 400여 명. 전체의 60% 이상이다. 각 종목은 장병·군무원들의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 선정됐다.

다만 육군 표준일과에 따른 체력단련 시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운동효과가 있는 종목을 위주로 채택됐다. 배드민턴, 스쿼시, 족구, 줌바댄스, 축구, 크로스핏, 탁구, 트레일러닝, 헬스, 테니스, 풋살 등 11개 종목을 즐기며 행복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엄 사령관도 크로스핏 등 3개 꺼리에 가입해 솔선수범하고 있다.

꺼리는 출범 6개월 만에 군수사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꺼리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군수사는 이제 완전히 자리 잡은 꺼리의 추동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군수사 관계자는 “지난 10월 사령관 주관으로 열린 ‘꺼리 발표회’를 반기마다 개최할 것”이라며 “체육시설 유지·보수, 활동 장려금 지급 등으로 부대원들이 자신만의 꺼리를 즐기면서 전군 군수지원 업무에 매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사진 < 김병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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