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강소기업을 가다] 우리 손으로… F-35 전투기 조종간을 잡다

입력 2022. 11. 18   15:34
업데이트 2022. 11. 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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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진흥회와 함께하는 ‘K방산 강소기업을 가다’ - 7. 성진테크윈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고들 한다. 이런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를 발판 삼아 도약으로 연결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성진테크윈은 이런 면에서 참 흥미로운 기업이다. 많은 방산기업이 내수를 기반으로 해외시장 확장에 나서는 것과 달리 성진테크윈은 해외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남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일궈낸 해외시장 진출 기회를 다시 국내 방산업계 진출로 이어나간 원동력은 이계광 성진테크윈 대표이사를 비롯한 직원들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이었다. 글=맹수열 사진=조종원 기자



성진테크윈 직원들이 헬기 조종간 등 주요 생산 품목을 점검하고 있다.
성진테크윈 직원들이 헬기 조종간 등 주요 생산 품목을 점검하고 있다.



2001년 9월 설립된 성진테크윈은 원래 민수(民需) 부품 제작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스위치·센서 등 민수용 부품을 납품하던 성진테크윈에게 찾아온 첫 번째 기회는 글로벌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납품 제안이었다. 성진테크윈은 GE에 납품을 하면서 단숨에 두각을 나타냈다.

GE 납품을 계기로 세계 여러 기업에게 주목 받은 성진테크윈에 손을 내민 또 다른 곳은 미국의 한 방산기업. 하지만 당시에는 이 기업이 정확히 어떤 사업을 함께하자는 지는 몰랐다고 한다. 미국으로 건너간 이 대표는 자신들의 부품이 록히드마틴이 제작하는 첨단 전투기 F-35에 사용될 거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성진테크윈에게 찾아온 이 두 번째 기회는 회사가 방산기업으로 거듭나는 자양분이 됐다.


성진테크윈이 F-35 스텔스 전투기에 납품하는 트리거 스위치.
성진테크윈이 F-35 스텔스 전투기에 납품하는 트리거 스위치.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F-35 스텔스 전투기의 조종간 부품을 공급하는 쾌거를 이룬 성진테크윈은 2004년 9월 군용 스위치 미국 특허권을 취득했다. 그리고 눈을 다시 국내 시장으로 돌렸다. 한국형 헬기(KHP) 사업에 뛰어든 것. 성진테크윈은 2005년 8월 KUH-1 수리온 헬기 조종간 개발업체로 선정됐고, 2007년 3월 방위산업체 지정을 받았다. 설립 5년여, 방위산업에 뛰어든 지 3년이 채 안 된 시간이다. 방위산업에 집중한 수많은 중소기업도 어려워하는 방위산업체 지정을 기술력 하나로 확보한 셈이다.


성진테크윈이 생산하는 F-35 전투기용 트랜스듀서.
성진테크윈이 생산하는 F-35 전투기용 트랜스듀서.



해외서 먼저 알아본 기술력
글로벌 기업 GE서 납품 제안 받아

F-35 부품 공급하며 ‘눈부신 성장’
수리온 헬기·KF-21까지 섭렵

탁월한 성능 남다른 경쟁력
조종간 분야 모든 부품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접목으로 차별화 성공
끊임없는 도전, 드론 분야 진출 목표



이제 성진테크윈은 수리온 헬기,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소형 무장헬기(LAH) 등 항공전력은 물론 K30 비호복합체계, 천궁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K2 흑표 전차 등 지상무기체계에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낙뢰로부터 장비를 보호하는 서지보호기(SPD) 등 민·군 공통 제품도 호평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비접촉 방역 게이트 ‘네뷸라(Nebula)’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17년 국방부 장관, 2018년 방위사업청장 표창을 연달아 받은 것은 성진테크윈의 우수한 기술력과 연구개발(R&D) 노력이 빚어낸 성과다.

성진테크윈은 현재 군용 장비 조종간과 스위치 패널, 운용 콘솔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스위치·센서 등 초소형 정밀부품이 사용되는 조종간 분야에서 해외 경쟁사와 달리 모든 부품을 자체 개발하고,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만들기 때문에 성능은 물론 가격·납기 등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Tech)로 승리한다(Win)’는 사명(社名)에 걸맞게 성진테크윈은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또 한 번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조종간 부품, 패널류 중심의 생산품목을 넘어 ‘대(對)드론 분야’ 진출을 꾀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드론이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임이 확인됨에 따라 드론으로부터 국가 주요시설을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성진테크윈의 대드론 분야 진출은 이런 시대 흐름에 부합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성진테크윈은 지난 2020년 방위사업청의 무기체계 개조개발 사업에 선정돼 현대위아와 함께 대드론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 성진테크윈이 주력하는 것은 지상통제장치 개발. 이 대표는 “대드론 시스템은 앞으로 군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테스트 베드 역할을 위해 정부 등 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대드론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수출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성진테크윈은 현재 ‘군용 정밀부품 전문 글로벌 강소기업’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 결과, 국내외가 주목하는 ‘기술집약형 방위산업 기업’으로 거듭난 지금까지의 성과를 미뤄 볼 때 성진테크윈이 바라보는 비전 역시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 / 이계광 성진테크윈 대표

“글로벌 표준화, 중소기업에게 중요 요소…韓 국방과 동반 성장해 나갈 것”


“성진테크윈 창업에 앞서 여러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내 기술, 내 제품’의 소중함이었습니다. 아무리 사업이 잘 풀리더라도 내 기술이 없으면 언제, 어떤 위기에 휩쓸릴지 알 수 없었죠. 성진테크윈의 사명에 기술, 테크(Tech)가 들어간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이계광 성진테크윈 대표이사는 국방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술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성진테크윈은 F-35 전투기 스위치, 수리온 헬기 조종간으로 유명한 기업이지만 이 외에도 많은 분야에 도전하는 연구개발(R&D) 기업에 가깝다.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개발한 비접촉 방역 게이트 네뷸라, 자동차 룸미러에 장착하는 블루투스 모듈 등은 성진테크윈이 시도한 대표적인 아이디어 상품이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진출을 모색하는 이유는 방산기업 그 이상을 바라보는 이 대표의 비전 때문이다. 그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국방 분야에서 중소기업의 점유율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성진테크윈이 민수·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것은 이런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성진테크윈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던 해외 진출 사례가 다른 기업에도 전파되길 바랐다. 특히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함께 발전해 나가길 희망했다.

“중소기업이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죠. 글로벌 표준화에 성공하면 작은 부품이라도 수십 배 가격이 뛰기도 합니다. 글로벌 표준화는 중소기업 성장의 중요한 덕목이죠. 해당 국가의 국방 규격 등을 맞춰 차별화된 기술력을 발휘한다면 이윤의 지속적인 창출이라는 기업의 목표를 이뤄낼 수 있죠. ‘MIL 규격의 군용 정밀부품 글로벌 강소기업’이라는 비전 설정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통제콘솔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우리 국방과 동반 성장하고, 구성원 모두가 가치·보람을 느끼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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